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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친에게 "'82년생 김지영' 보자" 물었다···반응은?

중앙일보 2019.10.26 06:00
영화 '82년생 김지영' 한 장면.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82년생 김지영' 한 장면.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별로 보고 싶진 않은데…”

직장인 김모(27)씨가 남자친구 최모(28)씨에게 영화 ‘82년생 김지영’(감독 김도영)을 보러 가자고 했을 때 반응입니다.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인데요. 배우 정유미와 공유가 주연을 맡았죠. 이 작품은 개봉 전부터 ‘별점 테러’ ‘악플 세례’에 시달렸습니다. 일부는 ‘82㎏ 김지영’이라며 비꼬기도 합니다. 한국사회와 남성은 가해자, 여성은 일방적인 피해자로만 묘사했다는 게 그 이유죠. 이 작품은 영화진흥위원회 기준 개봉 이틀 만에 관객 29만1155명을 불러모았는데요. 
김모(28)씨가 남자친구 최모씨에게 영화 '82년생 김지영' 보러가자고 했을 때 반응. 실제 대화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그래픽=신윤아 인턴

김모(28)씨가 남자친구 최모씨에게 영화 '82년생 김지영' 보러가자고 했을 때 반응. 실제 대화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그래픽=신윤아 인턴

 

<제9화> 82년생 김지영
‘별점테러’ ‘악플세례’ 받아
“성차별 고발에 대한 반감”

이 영화는 정말 ‘문제작’일까요. 또 실제 20대 남성들은 이 영화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을까요. 밀실팀은 “‘82년생 김지영’ 보러 가자”고 했을 때 20~30대들의 반응을 보기 위해 독자들의 메신저 캡쳐본을 제보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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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자는 거 아니냐” “뭐 보러 가자”

반응은 엇갈렸습니다. 여자친구가 ‘82년생 김지영 보러 가자’고 했을 때 1분도 지나지 않아 단호하게 “그거 보고 싶지 않아”라는 답변을 한 경우도 있었고요. “뭐 보러 가자”라는 반응도 있었습니다.
강모(27)씨가 남자친구에게 영화 '82년생 김지영' 보러가자고 했을 때 반응. 실제 대화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그래픽=신윤아 인턴

강모(27)씨가 남자친구에게 영화 '82년생 김지영' 보러가자고 했을 때 반응. 실제 대화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그래픽=신윤아 인턴

같이 이 작품을 보러 가자고 하는 건 ‘강요’라는 의견도 있었는데요. 직장인 강모(29)씨는 “내 성향을 알면서도 옆에 앉혀 놓겠다는 건 강요이자 싸우자는 것 아니냐”며 “꿍한 상태로 영화를 보러 가긴 하겠지만, 보고 난 후 나와 의견이 많이 맞지 않으면 화를 낼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여자친구가 '82년생 김지영보러가자'고 하면 기분이 어떨것 같냐'고 묻자 강모(29)씨의 답변. 실제 대화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그래픽=신윤아 인턴

'여자친구가 '82년생 김지영보러가자'고 하면 기분이 어떨것 같냐'고 묻자 강모(29)씨의 답변. 실제 대화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그래픽=신윤아 인턴

반면, 직장인 이모(31)씨는 “여자 친구가 연극 ‘이갈리아의 딸들“이나 영화 ‘82년생 김지영’을 같이 보러 가자고 해도 전혀 상관없다”며 “인터넷에 댓글을 다는 건 1%라고 하지 않냐”고 되물었습니다. 별점 테러를 하고 악플을 다는 건 극히 일부라는 뜻이죠.
 
실제 연극 이갈리아의 딸들을 함께 관람하러 온 커플도 있었는데요. 지난 16일 공연이 한창이던 종로구 두산아트센터에서 여자친구 서모(26)씨와 함께 공연을 보러온 김모(28)씨는 “우리나라에서 페미니즘이라고 하면 ‘한남충’ 등 과격한 이미지가 있어 반감을 갖는 사람도 많지만, 공부를 해보니 그게 아니었다”며 “여성의 입장을 고려하면 페미니즘이 정당하다고 생각하고, 원작 소설을 어떻게 연출했을지도 궁금해서 여자친구와 연극을 보러왔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영화 본 커플들 반응은?

‘82년생 김지영’을 두 번 보겠다는 남성도 있었습니다. 여자친구와 누나와 각각 한 번씩 보겠다는 겁니다. 
 
 남성이 동성 친구 최모(28)씨에게 "'82년생 김지영' 보러가자"고 했을 때 반응. 실제 대화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그래픽=신윤아 인턴

남성이 동성 친구 최모(28)씨에게 "'82년생 김지영' 보러가자"고 했을 때 반응. 실제 대화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그래픽=신윤아 인턴

남성이 동성 친구들에게도 물었습니다. “나랑 82년생 김지영 보러 갈래?” 그러자 박모(28)씨는 “극장에서 그거 욕하면 사진 찍히는 거 아니냐”고 했고요. 반면 최모(28)씨는 “좋다”며” “팡파르”를 외치기도 했습니다. 여성이 여성 친구들에게 물었을 때는 특별한 의견 없이 ‘좋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신모(22)씨가 단체방에서 여성 친구들에게 "'82년생 김지영' 보러가자"고 했을 때 반응. 실제 대화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그래픽=신윤아 인턴

신모(22)씨가 단체방에서 여성 친구들에게 "'82년생 김지영' 보러가자"고 했을 때 반응. 실제 대화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그래픽=신윤아 인턴

‘82년생 김지영’은 정말 젠더 갈등을 조장할까요. 개봉일인 지난 23일 신촌의 한 극장을 찾아 영화를 본 관객들의 목소리도 직접 들어봤습니다. 함께 영화를 보러온 50대 부부도 있었고요. 20대 커플들도 종종 눈에 띄었죠. 여자친구 권지원(26)씨와 함께 영화를 본 이대희(29)씨는 "나의 부모님, 동생의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영화가 사회적으로 내포하는 의미가 충분히 있는데 보기도 전에 낙인을 찍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했습니다.
 
권씨 역시 "사회생활은 아직 안 해봐서 경력단절, 육아는 100% 공감할 순 없었지만, 극 중 김지영 학창시절 겪는 어려움이 공감 갔다“며 ”어렸을 때 불렀던 동요 '아빠 힘내세요' 등 남성의 고충을 이야기하는 콘텐츠는 많은데, 여성의 고충을 이야기하는 이 작품을 왜 문제작 취급하고 나쁘게만 해석하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정모(24)씨가 여자친구 정모씨(22)에게 "'82년생 김지영' 보러가자"고 했을 때 반응. 실제 대화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그래픽=신윤아 인턴

정모(24)씨가 여자친구 정모씨(22)에게 "'82년생 김지영' 보러가자"고 했을 때 반응. 실제 대화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그래픽=신윤아 인턴

25일 기준 '네이버 영화'에 올라온 평점을 살펴볼까요. 영화를 보지 않은 관객까지 포함한 네티즌 평점에선 남성들이 10점 만점에 1.91점을 줬습니다. 하지만 실제 영화를 본 사람만 남길 수 있는 관람객 평점에선 남성들이 9.58점을 준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82년생 김지영’ 논란에 대해 최태섭 문화비평가는 “소설이나 영화의 내용적인 비판보다는 이 작품이 상징하는 '여성혐오 및 성차별에 대한 고발'에 대한 일부 남성들의 반감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는데요.
 
남몰래 좋아했던 이성이 “오늘같이 ‘82년생 김지영’ 보러 갈래?”라고 묻는다면 어떻게 답하시겠습니까.
 
김지아·최연수·편광현 기자 kim.j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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