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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디 머큐리의 고향 탄자니아는 머큐리를 홀대한다···왜

중앙일보 2019.10.26 01:00
잔지바르 스톤 타운의 프레디 머큐리 생가. 낡은 3층 건물로, 현재는 호텔로 사용된다. 1층엔 보석 가게가 들어서 있다. 입구 양 옆으로 프레디 머큐리 사진과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에어컨 실외기보다도 간판이 작다. 백종현 기자

잔지바르 스톤 타운의 프레디 머큐리 생가. 낡은 3층 건물로, 현재는 호텔로 사용된다. 1층엔 보석 가게가 들어서 있다. 입구 양 옆으로 프레디 머큐리 사진과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에어컨 실외기보다도 간판이 작다. 백종현 기자

동아프리카 탄자니아의 섬 잔지바르(Zanzibar). 유럽인에게 휴양 섬으로 알려진 이 섬에서 프레디 머큐리의 흔적을 만났다. 그룹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는 이 섬에서 태어나 여덟 살까지 살았다. 전 세계에서 팬들이 몰려드는 까닭이다. 그러나 프레디 머큐리 생가, 일명 ‘머큐리 하우스’는 기대했던 모습과 많이 달랐다.
 

호텔로 변신한 생가 

건물 3층의 프레디 머큐리 룸. 요즘은 1박에 170달러를 받는다. 백종현 기자

건물 3층의 프레디 머큐리 룸. 요즘은 1박에 170달러를 받는다. 백종현 기자

머큐리 하우스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구글맵에 ‘Freddie Mercury's house’라고 치자 단번에 위치가 떴다. 섬 서쪽 끄트머리의 잔지바르 여객 터미널에서 자동차로 대략 7분 거리였다.  
 
파로크 불사라(Farrokh Bulsara, 프레디 머큐리의 본명)는 1946년 영국 총독부 공무원의 아들로 태어나, 여덟 살에 인도 뭄바이로 유학을 가기 전까지 잔지바르 스톤타운에서 살았다. 머큐리 하우스는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스톤 타운(Stone Town) 모퉁이에 있었다. 미로처럼 복잡한 골목길에 고색창연한 아랍풍 석조건축물이 빼곡한 곳이다. 
 
낡고 허름한 3층 석조 건물. 머큐리 하우스의 모습은 사실 뜻밖이었다. 비좁은 정문 위에 걸린 ‘프레디 머큐리 하우스’ 문패가 없었다면, 자칫 모르고 지나칠 뻔했다. ‘TEMBO HOUSE HOTEL’이란 문구도 보였다. 인근 템보 하우스 호텔에서 프레디의 생가라는 걸 알고, 2002년 건물을 사들여 숙소로 이용하고 있단다. 그나마도 1층엔 보석 가게까지 들어서 있었다.  
 

프레디 흔적은 사진뿐

퀸의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도 지난  6 월 머큐리 하우스를 찾았다. 왼쪽은 그의 아내이자 배우인 아니타 돕슨. [사진 브라이언 메이 인스타그램]

퀸의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도 지난 6 월 머큐리 하우스를 찾았다. 왼쪽은 그의 아내이자 배우인 아니타 돕슨. [사진 브라이언 메이 인스타그램]

프레디 머큐리가 말년을 보낸 스위스 몽트뢰에는 그의 동상이 레만 호수를 향해 우뚝 서 있다. 그의 팬들이 지금도 이 동상 아래에 꽃을 두고 간다. 반면 스톤타운의 머큐리 하우스는 남루했다. 프레디의 생전의 사진이 보석 광고판 사이에 초라하게 붙어 있을 뿐이다. 호텔 관계자는 “주민들 사이에선 프레디 머큐리에 대한 관심이 그리 높지 않다”고 말했다.  
 
프레디의 고향 잔지바르에선 프레디가 우상이 아니었다. 여기엔 이유가 있다. 잔지바르는 인구의 70% 이상이 무슬림이다. 프레디가 소수 종교인 조로아스터교 신자였던 것도, 동성애를 한 사실도 그들에겐 불편한 이야기인 셈이다. 이슬람교에서는 예부터 동성애를 죄악으로 간주한다. 건물 밖 안내문에는 에이즈로 고통받은 말년의 삶이 자세히 적혀 있었다. 스톤타운에서 수많은 길거리 장사꾼과 마주쳤지만, 프레디의 기념품을 파는 이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잔지바르 관광청에서 받은 가이드북이나 지도에서도 프레디의 이름을 찾을 수 없었다.   
내부 계단에 프레디 머큐리의 사진과 명패가 걸려 있다. 백종현 기자

내부 계단에 프레디 머큐리의 사진과 명패가 걸려 있다. 백종현 기자

프레디가 살던 방은 이 건물 3층에 있었다. 실내는 리모델링한 뒤로 영영 과거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게 됐단다. 내부는 아랍풍으로 꾸며져 있고, 발코니에서 인근 해변과 스톤타운이 굽어 보인다. 1박 가격은 대략 170달러(약 20만원).  
 
투숙객이 아니라면, 머큐리 하우스에서 할 수 있는 건 거의 없다. 그저 간판 앞에 서서 인증사진을 남기는 것뿐. 그런데도 유럽과 아시아에 온 관광객의 행렬은 끊이지 않는다. 퀸의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도 지난 6월 머큐리 하우스를 찾아, 입구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돌아갔다. 
 
 잔지바르(탄자니아)=글·사진 백종현 기자 baek.jonghyun@joongang.co.kr 
스톤타운 프레디 머큐리 하우스 인근의 바하리아 힌디 해변. 관광용 보트가 많다. 백종현 기자

스톤타운 프레디 머큐리 하우스 인근의 바하리아 힌디 해변. 관광용 보트가 많다. 백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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