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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기자 프리즘] 문학상의 권위는 어디서 오나

중앙선데이 2019.10.26 00:20 658호 31면 지면보기
신준봉 전문기자 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신준봉 전문기자 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답이 너무 빤한 질문인가. 그래도 이맘때쯤이면 궁금해진다. 노벨문학상은 어떻게 세계 최고의 문학상이 됐나. 내가 만약 새로운 문학상을 만든다면 이 상의 권위는 어떻게 확보해야 할까.
 

전통·공정성·독자 평가 복합 작용
국내 일부 생존 문인 문학상 불편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권위 있는 문학상의 요건은 공정성·역사·효과 정도 아닐까. 역사는 다른 말로 전통, 역대 수상자들이 어떤 사람들이었나. 효과는 독서 대중, 그러니까 시장에 끼치는 수상 효과라고 해두자. 수상작 판매에 불이 붙고 그로 인해 독자들의 마음 안에 ‘정말 좋은 작품을 뽑는 문학상이네’ 하는 신뢰가 싹트는 상황 말이다.
 
여기서 분석을 마친다면 순진한 거다. 노벨상의 경우 권위는 돈에서도 나온다. 엄청난 상금 말이다. 900만 스웨덴크로나, 원화로 11억 가까운 상금이 지급된다. 서울국제문학포럼 같은 굵직한 행사를 진행하며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를 여러 차례 국내에 초청한 경험이 있는 대산문화재단 곽효환 상무에 따르면 노벨상 수상 작가에게 주어지는 특전은 일회성 상금으로 끝나지 않는다.
 
에이전트가 없는 경우 에이전트가 생긴단다. 전 세계에서 쏟아지는 각종 요청을 상대하려면 그러려니 싶다. 사례비(honorarium) 최저가가 2만~3만 달러 선이다. 수천만원대로 몸값이 뛴다는 얘기다. 항공권은 비즈니스 등급 이상.
 
노벨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거론되는 프랑스의 공쿠르상을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권위에 힘을 보태는 돈 말이다. 상금이 고작 10유로(약 1만3000원). 문학상이라는 고도의 상징 자본에 주어지는 그야말로 상징적인 금전 보상이다. 그러니까 돈 없이도 된다. 단순히 돈 싸 들고 시작한다고 상의 권위를 확보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얘기도 된다.
 
이제부터 국내 얘기. 문학상에 관한 한 한국은 스웨덴·프랑스가 부럽지 않은 나라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문예연감 2013년 통계에 따르면 국내 문학상 개수는 166개. 미처 파악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고려하면 문학상 숫자는 더 늘어날 거다. 모르긴 몰라도 어떤 문학 강국 못지않은 세계 최다 수준 아닐까.
 
최근에는 다채로움을 더하는 흐름도 보인다. 생존 문인을 기리는 문학상이다. 두어 개가 운영 중이다. 여기서 다시 상식을 가동하자. 문학상의 존재이유는 무얼까. 문학상의 이름을 딴 문인의 문학세계를 기리자는 취지 아닌가. 그렇다면, 생존 문인의 이름을 딴 문학상은 그에 대한 문학적 평가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에서(가능성은 작지만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경향의 엄청난 작품을 쓸 수도 있고, 뜻밖의 돌출행동으로 공분을 사 낙인 찍힐 수도 있다) 너무 성급한 거 아닌가. 기자는 그래서 생존 문인 문학상이 불편하다. 기자가 잘못된 건가. 전문가들에게 물어봤다. 민감한 문제이니만큼 익명으로 처리한다.
 
일본 문학 전문가 A 교수.
“살아 있는 사람 동상 만드는 느낌이 든다. 일본에 예외는 있다. 생존해 있는 오에 겐자부로 문학상이다. 하지만 상금이 없고, 겐자부로가 혼자 심사해 수상자를 정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탈권위적인 상이다.”
 
미국에서 문학박사 학위 받은 B 교수.
“불편하다. 하지만 나쁘게 볼 것만은 아니다. 전 세계에 없는 걸 우리만 하는 거니까 조심해서 잘해야 하지 않을까.”
 
프랑스 문학 전문가인 평론가 C씨.
“생존 문인 개인의 욕심과 지자체의 욕심이 어우러져 문학의 권위를 희화화하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생존작가가 특정 작가에게 상을 주자고 하면 어떻게 할 텐가.”
 
중국 현실에 밝은 D 교수.
“중국에 그런 사례는 내가 알기로 없다. 모양새가 아름답지 못하다. 성급한 거 아닌가.”
 
이렇단다. 당신들의 생각은?
 
신준봉 전문기자 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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