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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조국 후임 서두르지 않을것…법무장관 외 개각 예정 없다"

중앙일보 2019.10.25 21:02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청와대 경내 녹지원으로 출입기자단을 초청했다. 문 대통령이 출입기자단을 한 자리에서 만난 것은 지난해 10월 북악산 산행 이후 1년 만이다. 취임 후 기자회견을 연 것도 2018년과 2019년 두 차례 신년 기자회견과 지난 5월 취임 2주년 맞이 KBS 특집대담 등 세 차례에 불과하다. 전임 대통령들보다 상당히 낮은 빈도다.
 
이렇다 보니 문 대통령이 자리한 헤드테이블에선 사실상 약식 기자간담회를 방불케 한 대화들이 20여분간 오갔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후 청와대 녹지원에서 출입기자단 초청 간담회 중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후 청와대 녹지원에서 출입기자단 초청 간담회 중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5시 2분쯤 노타이 차림으로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고민정 대변인과 함께 녹지원에 입장했다. 기자단과 10여분 간 기념 촬영을 마친 문 대통령은 그간 비판을 의식한 듯 이렇게 인사말을 했다. 그는 “기자단을 자주 만나고 소통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일정에 허덕여 그런 계기를 놓쳐 아쉽다”며 “이 자리를 자주 만나지 못한 데 대한 보상으로 여겨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언론은 입법·사법·행정부와 함께 국가를 움직여 가는 ‘제4부’”라며 “지금은 진실을 가로막는 권력은 없고, 무엇이 진실인지와 진실을 균형 있게 알리려는 스스로의 성찰과 노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후 헤드테이블에 자리한 기자들과 문답을 이어갔다. 10명 안팎이다. 참석한 전체 기자(290여 명)에 비하면 극히 소수가 대통령에게 질문할 기회를 얻은 셈이었다. 문 대통령은 우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퇴 이후 후임 인선 계획에 대해 “우선은 서두르지 않으려고 한다”며 “지금 법무 장관 외에는 달리 개각을 예정하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국면 전환을 위한 인적 쇄신에도 선을 그은 것이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했다.
 
“지금 우선 검찰 개혁 조치들이 이뤄지고 있고 관련 수사도 진행 중이다. 또 패스트트랙으로 가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및 검·경수사권 조정 관련) 입법이 될지도 관심사여서 지켜보면서 판단하겠다. 그런 일에 변수를 만들지 않으려고 한다. 그런 면에서 약간 천천히 생각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금강산 남측 시설 철거’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문 대통령은 일단은 “국민들 정서에 배치될 수 있고 그런 부분들이 남북관계를 훼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다른 한편으로는 사실 관광 자체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위반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며 “하지만 관광의 대가를 북한에 지급하는 것은 제재를 위반하는 것이 될 수 있다. 그러니 기존의 관광 방식은 말하자면 안보리 제재 때문에 계속 그대로 되풀이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금강산 관광 재개와 관련해 복잡한 속내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개별 관광에 대해선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북·미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선 “남북 간에 말하는 '완전한 비핵화'라는 말은 미국이 원하는 비핵화 수준과 같다”며 “김 위원장도 그런 의지를 여러 번 피력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김 위원장이 바라는 조건을 미국이 대화를 통해 받쳐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곧이어 이렇게도 말했다. 
 
“나뿐만이 아니라 김정은 위원장을 만난 모든 정상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등이 한결같이 확인하고 있는 바다. 김 위원장은 원하는 조건들이 갖춰질 때 완전한 비핵화를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우리의 안전이 보장되고 밝은 미래가 보장돼야 한다. 우리가 무엇 때문에 그렇게 힘들게 하겠나’라는 (김 위원장의 발언이) 이를 가장 잘 표현한 것이다.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라 본다.”

  
문 대통령은 이날 지난해 9월 평양 정상회담 당시의 소감을 묻자 “아주 뿌듯했다. 평양 능라도 5·1 경기장에서 평양 시민들에게 연설할 때 정말 가슴이 벅찼다”고 떠올렸다. 문 대통령은 “2007년 10·4 정상회담으로 남북 관계가 본 궤도에 들어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순식간에 남북관계가 과거로 되돌아간 감이 있다. 그동안의 세월이 유독 남북관계에선 잃어버린 세월이라고 느껴져서 (지금은) 과거 출발선에서 시작한다는 기분이 든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전 교육개혁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한 문 대통령은 기자들에게도 서울 소재 대학을 중심으로 ‘정시 비중 확대’ 방침을 다시 한번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입시의 초점이 되는 서울 상위권 대학이라도 지나치게 학종(학생부종합전형)에 쏠려 있는 것을 균형 있게 바꾸면 입시 공정성에 대한 시비가 줄어 전체적으로 (입시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요즘 지내보면 ‘공정’이라는 말을 다 함께하고 누구나 ‘공정’을 말하지만, 그 개념은 굉장히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입시만 해도 지금까지는 사교육비를 많이 지출해 좋은 성적을 받아 좋은 대학을 가는, 부모 세대의 부를 대물림하는 구조인 정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개인의 적성을 존중하는 다양한 전형이 공정이라고 생각돼 왔다. 그런데 다양한 전형, 특히 학종의 공정성, 투명성을 믿지 못하니 수험생이나 학부모가 차라리 점수로 따지는 수능·정시가 더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다음 달 9일로 5년 임기의 반환점을 도는 소회를 묻자 문 대통령은 “전체적으로 세계 경제가 나빠져서 적어도 일자리 문제나 소득 분배 부분은 빨리 개선됐으면 좋겠는데 좋아지는 기미는 보이지만 아직도 지금 국민들이 다 동의할 만큼 체감될 정도는 아니기 때문에 가야 할 길이 멀다”고 답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후 청와대 녹지원에서 출입기자 간담회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후 청와대 녹지원에서 출입기자 간담회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은 이날 마무리 인사를 통해 “저만큼 국민들로부터 사랑을 많이 받은 정치인이 잘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기자들이 제 모습을 잘 전해줘서 국민으로부터 사랑을 받은 덕에 오늘 이 자리에 왔다”며 “그 점에서 여러분은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소중한 동반자 역할을 한다. 정부에 힘을 주는 것도, 잘못했을 때 힘을 낼 수 있게끔 비판하는 것도 여러분 역할”이라고 당부했다.  
 
청와대는 이날 행사를 위해 올해 6월 ‘한·핀란드 스타트업 서밋’에서 외식 스타트업 대표로 선정된 업체의 맥주를 제공했다. 안주로는 태풍 ‘링링’ 피해를 본 지역의 특산물과 과일을 재료로 쓴 음식들이 올랐다. 
 
청와대는 당초 출입기자단 초청 행사는 봄에 예정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바쁜 일정 탓에 가을로 미뤘다고 한다. 당초 스탠딩 모임을 기획했으나 문 대통령이 “제법 긴 시간이니 앉는 게 낫겠다”는 취지의 지시를 해서 테이블이 마련됐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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