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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 국회 낸 ‘수사권 조정안 수정 요청’ 의견서 뜯어보니…

중앙일보 2019.10.25 15:00
대검찰청. [뉴스1]

대검찰청. [뉴스1]

검찰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 법안)에 오른 검경수사권 조정안에 수정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검찰에서는 “적절한 제동이 걸렸다”는 호평이 잇따르는 반면, 경찰에서는 “개혁의 큰 흐름을 완벽히 역행한 조처”라는 반발의 목소리가 나온다.  
 

檢 “적절한 제지” 警 "개혁 흐름 완벽 역행"


대검찰청은 지난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했다. 쟁점이 되는 부분은 ▶ 경찰의 수사종결권 ▶ 검찰 직접수사 범위 ▶ 검찰의 피의자 신문조서 증거 능력 제한 등이다.  
 

검찰 “경찰 수사종결권 …사법통제 돼야”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에서 검찰이 가장 크게 문제로 삼는 지점은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부여하고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삭제한 부분이다. 경찰이 일방적으로 수사를 덮거나 잘못 처리해도 바로잡을 수 없어 시민의 피해가 크다는 것이다. 검찰은 의견서에 “비대해진 사법경찰관의 권한에 대해 충분한 견제와 감시가 이뤄져야 국민의 인권이 보장된다”며 “이를 위해 검사의 사법통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썼다.  
 
서울대생 54여명이 아크로폴리스 광장에 모여 박종철군 고문치사 조작사건에 항의하는 3일간의 동맹휴업결의 대회를 갖고 있다. 최재영 기자.

서울대생 54여명이 아크로폴리스 광장에 모여 박종철군 고문치사 조작사건에 항의하는 3일간의 동맹휴업결의 대회를 갖고 있다. 최재영 기자.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언급하기도 했다. 영화 '1987'의 소재가 된 이 사건은 전두환 정권 말기인 1987년 1월 14일 서울대 언어학과 3학년 박종철이 남영동 대공분실 조사실에서 끌려가 경찰관들의 물고문을 받다가 숨진 사건이다. 검찰은 당시 경찰이 ‘단순 변사’로 종결하기 위해 시신을 화장(火葬)하고 끝맺으려던 사건이 검찰의 수사 지휘로 실체가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당시 최환 서울지검 공안2부장이 경찰의 화장 요청을 거부하고 부검을 관철시켰기 때문에 ‘물고문으로 인한 질식사’임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이같은 의견에 대해 검찰 안팎에서는 ‘적절한 브레이크’가 걸렸다는 호평이 잇따랐다. 전직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검사가 경찰보다 수사실력이 뛰어나고 인권의식이 투철해서 수사지휘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고 전제하며 “이미 경찰은 국가행정‧치안 등 많은 국가 권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법률가인 검사가 경찰 수사에 대해 적절한 통제를 행사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 “전반적 개혁 흐름 완벽히 역행”

 
윤석열 검찰총장이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2019 국정감사에 참석했다. 우상조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2019 국정감사에 참석했다. 우상조 기자

 

경찰은 “전반적 개혁 흐름을 완벽히 역행한 보고서”라는 입장이다. 의견을 내는 것은 자유지만, 개혁안을 수용한다면서 사실상 ‘말 바꾸기’를 했다는 비판도 터져나왔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윤석열(59·사법연수원23기) 검찰총장이 "검찰 권한을 분산하는 것에 동의하고, 수사기관 상호 견제가 필요하다"고  밝힌 것과 배치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찰은 우선 직접수사 범위에 대해 크게 반발했다. 검찰은 의견서에 검찰이 직접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유형을 5개(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 범죄) 중요범죄로 제한한 검찰청법 개정안보다는 직접 수사 범위가 더 확대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경찰은 “사실상 '별건 수사'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맞섰다. 검찰이 부패범죄 등 주요 사건 수사 과정에서 파생하는 수사는 사실상 별건 수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흠집내기·먼지털이식 수사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범죄는 다양한 형태로 발견되기 때문에 5개 유형으로만 제한할 경우 형사 처벌의 공백이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검찰이 ‘검찰 작성 피의자 신문조서 능력을 제한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 내용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 의견서는 “(검찰이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 능력을 제한할 경우)막대한 재판 비용 증가로 국민들 부담이 크게 가중된다”고 주장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그간 형사재판 때 검찰 조서의 막강한 증거능력을 감소시키는 것은 검찰개혁의 핵심으로 꼽혀왔다. 특히 최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를 받은 많은 판사들이 “막상 조사를 받아보니 내가 말한대로가 아니라 검사의 의도대로 조서가 쓰이더라”는 경험을 공유한 것도 이런 개혁 방향에 힘이 실리는 계기가 됐다.
 

한 경찰 관계자는 “이 부분은 여‧야와 학계를 통틀어 이견이 없던 내용”이라며 “검찰 내부에서도 이 같은 문제 인식에 동의하는 이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윤웅걸(53·사법연수원 21기) 당시 전주지검장은 지난 6월 검찰 내부망에 올린 ‘검찰개혁론 2’에서 “검사 작성 조서에 증거능력을 부여하는 입법례는 우리나라를 제외하고는 찾아보기 어렵다”며 찬성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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