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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향한 재판부의 당부 "심리 중에도 당당하게 일 해달라"

중앙일보 2019.10.25 14:12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 씨 측에 뇌물을 준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첫 공판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 씨 측에 뇌물을 준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첫 공판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정농단' 뇌물 사건 파기환송심을 맡은 재판부가 이재용(51) 삼성전자 부회장을 향해 이례적인 당부를 전했다.
 
25일 오전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 등 삼성 관계자 5명에 대한 파기환송심 1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정 부장판사는 재판이 끝날 때쯤 이 부 회장을 향해 "공판을 마치기 전 몇 가지 사항을 덧붙이고자 한다"며 당부의 말을 전했다.  
 
먼저 삼성그룹 내부에 실효적 준법감시제도를 마련하라고 지적했다.
 
정 부장판사는 "이 사건은 삼성그룹 총수와 최고위직 임원들이 계획하고 가담한 횡령 및 뇌물범죄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실효적인 기업 준법감시제도가 필요하다"며 "삼성그룹 내부에서 기업 총수도 무서워할 정도의 실효적인 준법감시제도가 작동되고 있었다면 법정에 앉아있는 피고인들뿐 아니라 이 사건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최서원씨(개명 전 최순실)도 범죄를 생각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 부장판사는 이 부회장에게 재벌체제의 폐해를 시정하고 혁신경제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모방형 경제모델로 국가 발전을 주도한 재벌체제는 과도한 경제력 집중과 일감 몰아주기, 단가몰아치기 등으로 공정한 경쟁을 가로막고 국가 경제가 혁신형 모델로 발전하는 데에 장애가 된다는 경고음이 들리고 있다. 엄중한 시기에 재벌총수는 재벌체제의 폐해를 시정하고 혁신경제로 나아가는 데에 기여해야 한다. 재벌체제 혁신을 통해 혁신기업 메카로 탈바꿈하는 이스라엘의 최근 경험을 참고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정 부장판사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 총수로서 어떤 재판 결과에 대해서도 책임을 통감하고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는 자세로 본 심리에 임해주시길 바란다"며 "심리 기간 중에도 당당하게 기업 총수로서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1993년 독일, 프랑스에서 당시 만 51세의 이건희 삼성그룹 총수는 낡고 썩은 관행 모두 버리고 사업의 질을 높이자는 이른바 삼성 신경영을 선언하고 위기를 과감한 혁신으로 극복했다"며 "019년 똑같이 만 51세가 된 이재용 삼성그룹 총수의 선언은 무엇이고 또 무엇이야 하는지 (고민해달라)"고 덧붙였다.
 
이날 이 부회장에 대한 재판은 30여분 만에 끝났다. 재판부는 다음달 22일 2차 공판기일을 열고 혐의의 유무죄 여부에 대해 다투는 심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홍수민 기자 su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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