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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금강산·온천장’ 관광지만 골라가는 김정은…제재 탈출구 노린다

중앙일보 2019.10.25 11:56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회 위원장이 완공을 앞둔 평안남도 양덕군 온천관광지구 건설장을 현지지도했다고 노동신문이 25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 옆에 부인 이설주도 보인다. [노동신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회 위원장이 완공을 앞둔 평안남도 양덕군 온천관광지구 건설장을 현지지도했다고 노동신문이 25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 옆에 부인 이설주도 보인다. [노동신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5일(보도일 기준) 평안남도 양덕군 온천장에 등장했다. 23일 금강산을 찾은 지 이틀 만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16일엔 백두산을 올랐다. 최근 열흘 간 백두산→금강산→온천장을 오가는 광폭 행보다. 
북한에서 최고 지도자의 현지지도는 중요한 대내외 메시지를 담고 있다. 김 위원장이 대표적인 관광지를 잇따라 골라 간 것은 북한이 관광사업으로 탈출구를 찾으려 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열흘 간 관광지,휴양지 집중 순회
대북 제재 속 관광서 탈출구 노려
‘제재 완화, 경협’ 한미 동시 압박

김 위원장은 이날 양덕군 온천관광지구를 둘러본 뒤 “온천장과 스키장이 운영을 시작하면 이곳은 사람들로 들끓게 될 것”이라며 “이런 양덕의 풍경을 위대한 (김정일) 장군님께 보여드릴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라고 말했다고 노동신문이 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완공을 앞둔 평안남도 양덕군 온천관광지구 건설장을 현지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5일 보도했다. 사진은 양덕군 온천관광지구 전경.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완공을 앞둔 평안남도 양덕군 온천관광지구 건설장을 현지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5일 보도했다. 사진은 양덕군 온천관광지구 전경. [연합뉴스]

김 위원장의 관광지 행보는 대내적으로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한편, 미국에 제재 완화에 나서라는 요구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을 앞둔 상황에서 미국에 ‘경제적 보상’의 상응조치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미국과 유엔 안보리의 전방위적 대북 제재로, 북한은 수년 간 관광을 통해 경제적 숨통을 틔우고 있다. 북한을 찾는 외국인, 특히 중국인 관광객을 통한 외화 벌이를 통해서다. 통일연구원은 지난해 북한 방문 중국 관광객이 120만 명으로 2017년 대비 50% 늘었다고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지난해 방북한 중국인이 1인당 최소 300달러를 사용했다고 가정할 경우 북한이 관광을 통해 벌어들인 외화수익은 약 3억6000만 달러(한화 4050억원)에 달한다. 
양덕군 온천관광지구는 김 위원장이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 백두산 삼지연군꾸리기건설장과 함께 3대 대표 관광지로 집중 육성하고 있는 곳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관광지구를 현지지도하고 금강산에 설치된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했다고 조선중앙TV가 23일 보도했다.[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관광지구를 현지지도하고 금강산에 설치된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했다고 조선중앙TV가 23일 보도했다.[연합뉴스]

금강산을 찾은 지 이틀 만에 양덕 온천장을 찾은 것은 대남 압박의 포석도 담겼다. 금강산에서 “너절한 남측 시설을 싹 들어내라”고 말한 김 위원장은 이날 양덕 온천장에 대해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신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오늘 양덕군 온천관광지구를 돌아보니 머리가 맑아지고 기분이 개운하다”며“금강산관광지구와 정말 대조적이라고, 적당히 건물을 지어놓고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한 자본주의 기업들의 건축과 근로인민 대중의 요구와 지향을 구현한 사회주의 건축의 본질적 차이를 종합적으로, 직관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틀 전 금강산 남측 시설에 대해 “민족성을 찾아볼 수 없는 범벅식”“가설막이나 격리병동 같다”며 혹평을 쏟아냈지만 이날 온천장을 두고 “정말 특색 있고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 없다”“종업원들의 살림집도 고급한(고급스러운) 별장 같다”고 치켜세웠다.   
김 위원장은 금강산 방문에 이어 이날도 부인 이설주를 대동했다. 이밖에 장금철 통일전선부장, 김여정·조용원·현송월 등 당 간부들이 수행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백마를 타고 백두산에 올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6일 보도했다.[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백마를 타고 백두산에 올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6일 보도했다.[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지난 8월 31일 온천관광지구를 찾은 지 55일 만에 이곳을 재방문했다. 두 달 새 방문은 이례적으로, 금강산 남측 시설을 비판한 점에서 ‘금강산 시설 청산’을 놓고 한국을 재압박한 것이란 분석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에 미국 눈치보지 말고 북한과 경협에 나서던지, 그게 아니면 금강산 시설 청산에 나서라는 양단 간 결단을 요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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