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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너 속 중국인 시신 39구…영하 25도에 10시간 갇혔다

중앙일보 2019.10.25 09:46
중국인 39명의 시신이 발견된 화물 트럭 컨테이너를 영국 경찰 등이 조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중국인 39명의 시신이 발견된 화물 트럭 컨테이너를 영국 경찰 등이 조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영국 동부 에식스주에서 냉동 컨테이너에 실려 숨진 채 발견된 중국 국적자 39명은 벨기에 해안 부두에 도착기 전에 이미 내부에 갇혀 있는 상태였다고 가디언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한편 중국 언론은 이번 사건을 영국 책임으로 돌렸다.
 

"부두 냉동컨테이너는 밀폐 여부 조사"
"숨진 39명 이미 컨테이너에 갇힌 상태"
빚 독촉 못 견뎌 영국 찾는 중국인 많아
밀입국 시키고 돈 뜯는 조직 소행 가능성

벨기에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남성 31명과 여성 8명은 벨기에 항구 제브뤼헤에 도착할 때까지 영하 25도 정도로 추운 냉동 컨테이너 안에서 최소 10시간가량 갇혀 있었다. 제브뤼헤 항구 관리 책임자인 조아킴 코엔즈는 벨기에 언론에 “부두로 들어오는 냉동 컨테이너는 완전히 밀폐된다"며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번호판과 함께 컨테이너가 밀폐됐는지를 살펴보고, 운전자는 카메라로 확인한다"고 말했다. 숨진 중국 국적자들이 제브뤼헤 항구가 아니라 이미 그 전에 냉동 컨테이너에 탄 채로 외부에서 밀폐된 상태였을 것이라는 얘기다.
39명이 숨진 화물 트럭이 발견된 영국 에식스주 산업단지 [로이터=연합뉴스]

39명이 숨진 화물 트럭이 발견된 영국 에식스주 산업단지 [로이터=연합뉴스]

 
벨기에 브뤼헤 시장도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컨테이너들은 페리에 실리기 전에 촬영된다면서 “밀폐된 상태를 풀었다가 39명을 태우고 다시 밀폐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번에 발견된 사망자들이 중국 국적자이기 때문에 경제적인 이유로 이민하려는 이들이거나 난민일 가능성보다는 인신매매 같은 경우일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영국에 불법으로 입국하려는 중국인의 경우 밀입국을 하기 위해 1만4000파운드(약 2100만원)가량을 지불하는데, 영국에 들어와서도 빚더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가디언은 소개했다. 영국에서 중국 국적자들의 변호를 담당하고 있는 수라이하 알리는 많은 희생자가 도박 빚을 중국에서는 도저히 갚을 수 없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려고 영국으로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인 남편이 영국에서 일을 해 빚 갚는 데 도움을 받으려고 부인을 보내기도 한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경찰은 인신매매 등 범죄 조직이 가담했는지도 조사 중이다. [로이터=연합뉴스]

경찰은 인신매매 등 범죄 조직이 가담했는지도 조사 중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에서 빚을 받아주는 조직으로부터 극도의 압박을 받는 이들은 영국 불법 입국을 타진하게 되는데, 큰돈을 받고 이를 알선해주는 이들이 있다는 것이다. 알리는 자신이 아는 경우는 대부분 비행편으로 입국했는데, 영국 공항에 내리자마자 레스토랑 등으로 강제로 보내져 일하고 번 돈은 모두 빚을 갚는데 충당하는 악순환에 빠져들었다고 전했다.
 
이번 사망 사건과 관련해 영국은 물론이고 아일랜드와 벨기에, 중국 정부 기관 등이 모두 조사를 벌이고 있다. 사망자들이 나온 컨테이너를 소유한 아일랜드 회사 측은 경찰 조사에 협조하고 있으나 운전자인 25살 북아일랜드 거주 남성 모 로빈슨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2000년 6월 중국인 58명이 영국 남부 도버항에서 숨진 채 발견된 화물 트럭 컨테이너의 내부 모습. 켄트주 경찰이 공개한 사진이다. [EPA=연합뉴스]

2000년 6월 중국인 58명이 영국 남부 도버항에서 숨진 채 발견된 화물 트럭 컨테이너의 내부 모습. 켄트주 경찰이 공개한 사진이다. [EPA=연합뉴스]

수사관들은 북아일랜드 국경 인근에서 활동하는 범죄 조직 멤버 세 명을 쫓고 있다고 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해당 컨테이너와 이 컨테이너를 영국 항구에서 실은 트럭의 보다 상세한 이동 경로가 파악돼야 누가 언제 사망자들을 냉동 컨테이너에 실었는지의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경찰은 운전자의 집 주변 장소 세 곳을 조사하고 컴퓨터 등을 압수했다.

 

中 언론 "이번 재난은 영국이 책임져야"

사망자들이 중국 국적으로 확인되자 중국 외무부는 런던 주재 대사관 직원을 현장으로 보냈다. 류 샤오밍 주영 중국 대사는 “이번 사고 소식을 듣게 돼 매우 비통하며, 영국 경찰과 긴밀히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관영 언론은 영국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구시보는 이날 사평에서 “심각한 인도주의적 재난이 영국과 유럽 사람들의 눈앞에서 일어났다”며 “영국 및 관련 유럽 국가들이 이들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은 분명하다”고 비난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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