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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 초과근무수당, '예산 내 지급'?…대법, "실제 근무한 대로 줘야"

중앙일보 2019.10.25 06:00
강원도 고성에서 화재를 진압하고 있는 소방관들. [중앙포토]

강원도 고성에서 화재를 진압하고 있는 소방관들. [중앙포토]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화재나 재난활동에 상시 대비해야 하는 소방관들이 실제 초과 근무 시간대로 수당을 주지 않은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승소했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경기도와 서울특별시, 울산광역시 등 6개 지자체장의 상고를 기각하고 소방관 김모 씨 외 22명에게 실제 근무한 대로 수당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5일 밝혔다. 
 
김씨 등 소방관들은 업무상 초과근무가 제도화돼있는 '현업대상자'로 분류됐다. 일반직 지방공무원들의 월평균 근무시간이 192시간인데 반해 외근 소방공무원들은 2조 1교대나 3조 2교대 근무를 하며 월평균 168~240시간까지 일을 했고, 야간이나 휴일에도 근무해야 했다. 
 
그런데 지자체들은 그동안 지자체별로 초과근무수당 지급 기준을 정해 소방관들의 실제 초과근무 시간에 못 미치는 근무수당을 지급해왔다. 행정안전부 장관이 제정한 지방공무원 보수업무 등 처리 지침이 근거가 됐다. 
 
구 지방공무원수당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초과근무수당은 '예산의 범위 안에서' 지급하도록 규정돼 있었다. 그 외의 지급 기준은 행안부 장관이 지자체장에게 위임한다고 돼 있었다. 지자체들은 초과근무수당 지급 기준 설정이 지자체에 위임돼 있으므로 다른 일반직 공무원들과의 형평성, 예산상의 사정 등을 고려해 초과근무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정에서는 '예산의 범위 안에서'라는 표현이 쟁점이 됐다. 1·2심 법원은 "근로관계에서의 보수는 법에 따라 정해져야 하고, 지방공무원법에 따라 행안부 장관이나 지자체장이 그 기준을 정할 수 있도록 위임된 것은 맞다"고 판단했다. 다만 '수당청구권'은 근로에 대한 대가이므로 본질적으로 근로한 양에 따라 산정돼야 한다고 봤다. 즉 지자체장이 재량대로 정할 수 있는 지급기준이나 지급 방법 등이 절차적 사항에 관한 것이지 수당 청구권 자체를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구체적으로 항소심 법원은 '예산의 범위 안에서'라는 표현이 뜻하는 바를 명확히 했다. 항소심은 '예산의 범위 안에서'라는 문구가 '실제로 책정·계상된 예산 범위 안에서'라는 뜻이 아니라 '예산이 계상돼 있으면 지급한다'라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고 판결문에 썼다.
 
이와 더불어 실제 근무시간을 산정 할 때 쟁점이 되는 부분들도 판단했다. 지자체들은 소방관들이 3교대 근무를 하든 2교대 근무를 하든 각 휴게시간이 보장되므로 휴게시간은 실제 근무시간을 산정할 때 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근로자가 작업 도중 실제 일 하지 않은 대기시간이나 휴식 시간이라고 하더라도 근로자가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놓여 있다면 근로시간으로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소방관들은 근무규칙에 '상시근무체제'가 명시돼 있었다. 법원은 이때 상시근무는 24시간 계속해 대응·처리해야 하는 업무를 수행하거나 긴급하고 중대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야간, 토요일 및 공휴일과 관계없이 일하는 형태를 말하므로 대기 시간 중 휴게시간이나 수면·식사시간 등은 실근로시간에 포함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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