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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대병원 채용비리 스모킹건 ‘사무국장 하드디스크’ 살아있다

중앙일보 2019.10.25 05:00
광주 시민사회단체가 지난 23일 오전 광주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남대병원 채용 비리와 관련해 조속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광주 시민사회단체가 지난 23일 오전 광주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남대병원 채용 비리와 관련해 조속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경찰, 사무국장 컴퓨터 하드디스크 복원

아들과 조카 등 친인척 채용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전남대병원 전 사무국장의 컴퓨터 하드디스크가 내부 데이터를 영구 삭제하는 '디가우징' 작업을 거쳤지만, 복원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무국장의 하드디스크는 채용비리의혹을 제기한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과 전남대병원 노동조합이 지목한 핵심 증거 중 하나다.
 

박용진 의원·노조, 지목한 핵심증거
경찰, 복원 가능 확인…병원서 제출
파손에 따른 '증거인멸' 혐의도 조사

24일 전대병원 등에 따르면 광주 동부경찰서는 전대병원 전 사무국장 A씨의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확보해 조사 중이다. 경찰은 디지털 포렌식 작업을 거쳐 하드디스크 데이터를 복원할 계획이다. 전대병원은 지난 15일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2013년과 지난해에 각각 A씨의 조카와 아들이 채용될 때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해 총무과장이 면접관으로 참여해 직속 상관인 사무국장 A씨의 아들을 1등으로 합격시켰고 올해 A씨가 총무과장 아들을 1등으로 합격시켰다는 '품앗이 채용' 의혹도 일었다.
 
A씨의 컴퓨터 하드디스크는 채용 비리 자료들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은 핵심 증거지만 파손된 것으로 알려졌었다. 전대병원은 하드디스크 교체 요청이 들어오면 수거한 뒤 저장된 데이터를 삭제하고 데이터 복구도 불가능하게 자기장으로 파손하는 '디가우징' 작업을 한다. A씨는 박용진 의원이 채용비리 의혹을 처음 제기한 지 3일만인 지난 18일 구두로 하드디스크 교체를 요청했으며, 이날 디가우징 작업이 이뤄졌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23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전남대 병원 채용비리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23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전남대 병원 채용비리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데이터 삭제·복구 불가 '디가우징'

박 의원은 지난 23일 기자회견에서 "전대병원이 사무국장의 컴퓨터 하드디스크 무단 교체를 방치했다"며 "지금 이 시각에도 증거가 사라지고 있다"고 수사기관에 경고했었다. 광주지검에 전대병원 채용비리 의혹을 고발한 전대병원 노동조합도 지난 21일 광주 동부경찰서에 'A씨 하드디스크'를 지목해 증거인멸을 못 하도록 압수 수색 등을 해달라는 공문을 보냈었다.
 
디가우징 작업 때문에 파손된 줄 알았던 A씨의 하드디스크는 지난 23일 전대병원의 자체 확인작업을 거쳐 복원 가능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대병원이 가진 디가우징 장비로는 A씨의 하드디스크의 데이터를 삭제할 수는 있었지만, 복원까지 불가능하게 파손할 수 없었다. 경찰도 지난 22일 A씨의 하드디스크가 있는지 전대병원에 문의했을 때 "디가우징 했다"는 답변만 받아 복원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었다.
 
전남대병원 노동조합이 지난달 6일 오전 광주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채용 부정과 관련해 병원 측의 감사 결과 공개를 촉구하고 있다. 노조는 이날 기자회견 후 교육부 감사에서 적발된 대상자들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했다. [연합뉴스]

전남대병원 노동조합이 지난달 6일 오전 광주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채용 부정과 관련해 병원 측의 감사 결과 공개를 촉구하고 있다. 노조는 이날 기자회견 후 교육부 감사에서 적발된 대상자들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했다. [연합뉴스]

전대병원 장비, 하드디스크 파손 불가

경찰은 전대병원 측이 A씨의 하드디스크에 대한 디가우징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증거를 인멸했는 지도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하드디스크를 살릴 수 있다면 관련 데이터 내용도 빠른 시일 내에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대병원 관계자는 "디가우징을 해야 하는 기간이 며칠이라고 딱히 정해져 있진 않지만, 하드디스크 교체 물량이 많을 경우 하루 정도 기다렸다 할 수도 있고 1대만 들어오면 즉시 작업을 한다"며 "지난 18일 하드디스크 교체요청은 A씨 1건만 있었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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