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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석 줄여도 난린데 28석? 한국당 빼고 다 합쳐도 벅찬 선거제

중앙일보 2019.10.25 05:00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추진한 정당들과 전면적인 대화를 추진하겠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4일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야 3당과 선거제 개편안 처리를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이다. 전날 교섭단체 ‘3+3(3당 원대대표와 의원 1명) 회동’에서 한국당과 선거제 논의의 접점을 전혀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야 4당끼리 선거제 개편을 추진하더라도 본회의 통과를 위해서는 기존 선거제 합의안에서 수정할 부분이 적지 않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정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형식주제 구애받지 않고 패스트트랙 함께 추진하는 정당과 새로운 가능성 열 것" 이라고 말했다. [뉴스1]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정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형식주제 구애받지 않고 패스트트랙 함께 추진하는 정당과 새로운 가능성 열 것" 이라고 말했다. [뉴스1]

①지역구는 몇 석 뽑나

4당 합의안은 지역구 의석수는 253석에서 225석으로 줄이고, 비례대표는 47석에서 75석으로 늘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취지는 살리되 전체 의석수(300석)는 고정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벌써 지역구 의석을 줄이는 안을 두고 지역구 의원들의 반발이 나오고 있다.
 
선거제 개편 때마다 지역구를 줄이는 문제는 의원 당사자에겐 '목숨'이 걸린 문제다. 드잡이도 불사하곤 한다. 18대 총선을 앞두고 세종시 지역구가 새로 생기면서, 다른 지역구 한 곳을 줄여야 했다. 정치권은 결국 결론을 못 내고 기존 지역구에 세종시를 추가하고 17대 총선까지 299석이던 의석수를 1석 늘리는 것으로 합의했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지역구 1석 줄이는데도 난리가 나는데, 28석을 줄인다? 절대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특히 지역구를 225석으로 줄이는 안이 본회의에 상정된다고 해도 통과될 가능성이 작다. 여야 4당과 대안신당의 의석수를 합치면 176석이다. 자신의 지역구가 없어지는 의원과 다른 지역구와 통합되는 지역구의 의원 30~40명이 반대표를 던지면 과반의 찬성표(149표) 확보가 어렵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선거제 개편을 논의했던 이용주 대안신당 의원은 “지역구 축소를 최소화하고, 전체 의석수를 30석 정도 늘리지 않는 이상 선거제 개편을 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②이해할 수 없는 제도

((300×당 득표율)-지역구 당선수)×½…. 여야 4당이 마련한 선거제 개편안에 따라 선거가 치러지면, 정당별 의석수를 알기 위해서는 이런 산식(算式)이 적어도 2개는 필요하다. 선거제 합의안이 이렇게 복잡해진 것은 100%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50%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줄어들고,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석패율제 등이 새로 도입됐기 때문이다. 정개특위 위원장이던 심상정 정의당 대표마저 “산식은 여러분(기자)은 이해 못 한다”고 말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선거제 개편안을 설명하는 중앙일보 기사에는 “욕 나온다. 뭐가 이렇게 복잡해”라는 댓글이 달렸다.
 
이 때문에 선거제 개편안이 본회의 상정 전에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로 제도의 단순화가 꼽힌다. 이해하기 힘든 제도는 국민도 동의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민주평화당에서 활동하는 박주현 의원은 “지금 합의안은 너무 복잡해서 들여다볼 마음이 안 생긴다”며 “석패율제 등 너무 복잡한 내용은 제외하고 이번에는 단순하고 깔끔하게 개편하는 게 좋을 거 같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서 의석수를 316석(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63석)으로 늘리고, 권역별 비례대표제나 석패율제는 시행하지 않는 내용의 선거제 개편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지난 8월29일 오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심의하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홍영표 위원장과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인사한 뒤 회의장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월29일 오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심의하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홍영표 위원장과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인사한 뒤 회의장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③권역별 대표는 지역을 대표하나

4당 합의안에 담긴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전국을 ▶서울 ▶인천·경기 ▶대전·충남·충북·세종·강원 ▶광주·전북·전남·제주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 6개 권역으로 나누고 비례대표 공천도 권역별로 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제는 충청·강원, 호남·제주처럼 정치색이 다른 지역이 하나의 권역으로 묶여 있다는 점이다. 일부 호남과 충청 의원들은 “권역 비례대표가 우리 지역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겠느냐”고 되묻기도 한다.
 
또 권역별 비례대표 후보자 자격조건으로 ‘권역 내 주소를 두어야 한다’와 같은 조항이 없다. 경상도 출신 인사를 전라도에 후보로 내세워도 상관없다는 의미다. 비례대표 후보들도 지역 대표성과 관계없이 당선 확률이 높은 권역으로 몰릴 수 있다. 지역 대표성을 높인다는 제도 도입 취지가 무색해질 가능성이 있다. 
 
이런 지적에 정개특위 위원이었던 한 의원은 “정당이 지역 대표성이 낮은 인사를 권역별 비례대표 후보로 내세우면 지역에서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그 정도는 정당이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④농어촌은 어쩌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시뮬레이션 결과, 4당 합의안대로 지역구 의석수를 조정하면 감소 비율로 따질 때 광주·전남·전북·제주 권역이 19.4%(-6석) 줄어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인구가 적은 지역구일수록 통폐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농어촌 지역구 의원들이 4당 합의안에 반대하는 이유다. 유성엽 대안신당 대표(전북 정읍-고창)는 지난 7월 평화당 원내대표로서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 발언을 할 때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에 심대한 위기로 작용할 것”이라며 선거제 개편안을 비판하기도 했다.
 
정개특위 논의 과정에서 이용주 의원은 지난 8월 정개특위에서 선거법이 의결될 당시 “(지역구 의석수 축소와 관련해) 도시와 농촌 간의 편차, 지역 대표성 약화 등에 대해 충분히 다시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5년 새누리당 농어촌 지역구 의원들이 국회 당 대표실에서 '농어촌 지역구 의석수를 단 한 석도 줄일 수 없다'며 피케팅 시위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2015년 새누리당 농어촌 지역구 의원들이 국회 당 대표실에서 '농어촌 지역구 의석수를 단 한 석도 줄일 수 없다'며 피케팅 시위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⑤석패율제는 중진 부활 기회?

석패율제는 지역구에서 석패(惜敗,아깝게 낙선)한 후보를 비례대표로 구제하는 제도다. 4당이 합의한 선거제 개편안에는 정당마다 석패율제 적용이 가능한 인원은 권역별로 최대 2명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어떤 후보가 석패율제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하는지는 규정하지 않았다. 심상정 의원도 “석패율제는 각 정당에서 자율적으로 운용하도록 제도를 열어놨다고 이해해달라”고 설명했다. 그러다 보니 자칫하면 당 대표가 중진 의원들에게 특혜를 주는 방식으로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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