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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1년 만에 물꼬 튼 한·일관계, 두 정상 용단에 달렸다

중앙일보 2019.10.25 00:40 종합 34면 지면보기
방일 중인 이낙연 국무총리가 24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만나 “한·일 양국은 중요한 이웃 국가로 어려운 상태를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 이후 처음 성사된 양국 최고위급 대화다. 이 총리는 “한·일은 가까운 이웃으로 동북아 평화와 안정을 위해 협력해 나가야 할 중요한 파트너”임을 강조하면서 “양국 간 현안이 조기 해결되도록 노력하자”는 취지를 담은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아베 총리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이낙연·아베, ‘현안 해결 노력’ 합의 고무적
한·일 정상 한 발씩 물러나 타협점 찾을 시점

한일관계가 1965년 국교정상화 이래 최악인 상황에서 모처럼 양국 총리가 만나 한일관계의 중요성을 확인한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크다. 만남은 당초엔 ‘면담’으로 규정됐지만 만남 뒤 일본 측이 ‘회담’으로 발표하면서 총리 회담으로 격상됐다. 또 애초엔 10분 정도로 예정됐던 만남 시간도 21분으로 길어졌다. 한·일 모두가 대화 필요성을 절감해 왔고 만나서 할 얘기가 적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다.
 
회담 도중 아베 총리가 이 총리에게 “양국관계가 아주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대로 방치해선 안 된다”고 말한 것은 고무적이다. 한·일 갈등의 핵심 이슈인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과 관련해서 아베 총리는 “국가 간 약속은 지켜야 한다”고 말해 “징용 배상은 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종결됐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 당국 간 의사소통을 계속해 나가자”고 덧붙임으로써 외교적 해결 가능성을 열어뒀다. “한국은 65년 협정을 존중하고 준수해 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란 이 총리의 메시지도 적절했다. 그동안 일본은 “한국이 대법원 판결을 구실로 청구권 협정을 무효로 만들려 한다” 며 ‘국가 간 약속을 지키지 않는 나라’라고 공격해 왔다. 이 총리의 발언은 이런 구도를 약화시키고 양국이 이성적인 대화로 타협점을 찾자는 취지인 만큼 일본의 공감을 끌어낼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물론 악화될 대로 악화된 한·일 관계가 20분 남짓한 ‘총리 회담’으로 풀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다음 달 23일 한일군사 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이 종료되고 연내에 강제징용 일본 기업의 압류 자산 현금화가 진행되면 양국 관계는 회복이 불가능한 수준으로 악화할 공산이 크다. 결국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결단에 달렸다. 아베 총리는 이낙연 총리와의 회담을 계기로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를 철회하는 한편 식민지배와 강제징용에 대해 진정으로 사과하고 반성하는 입장을 밝혀야 한다. 문 대통령도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전제로 “일본이 곤란하다면 굳이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지소미아도 되살리는 용단을 내리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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