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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 한·미 동맹이 정말 위태롭다

중앙일보 2019.10.25 00:28 종합 33면 지면보기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부소장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부소장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북한,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문제가 한·미 동맹에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있다. 과거에도 한·미 관계가 위기에 처한 적은 있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안보조약을 놓고 트루먼·아이젠하워 정부와 갈등을 빚었다. 카터는 박정희의 독재를 제어하기 위해 주한미군 철수를 추진했다.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미국 신용평가기관 무디스는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곧바로 하향 조정했다. 노 전 대통령의 반미 행보를 우려했기 때문이었다.
 

트럼프가 ‘미군 철수’ 카드 쓸 수도
내달 한·미 안보협의회 잘 활용해야

그렇긴 했어도 동맹이 근본적으로 흔들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 먹구름처럼 드리워진 세 가지 문제는 정말 위험한 폭풍을 몰고 올 수도 있다.
 
첫째,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으로 50억 달러를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동맹국에도 미군 주둔 경비 부담금으로 50% 이상의 증액을 요구하기는 했지만, 한국에 요구한 액수는 그보다도 훨씬 크다. 50억 달러가 어떻게 산출된 금액인지 알 수 없다. 주한미군의 월급, 한국 밖에 위치한 기지들의 유지비, 유사시 한반도 외부에서 무력 투입을 하기 위한 전략자산 전개비용 등이 포함된 액수일 것으로 추정할 따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줄곧 한국의 방위비 부담이 공정하지 않다고 주장했고,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는 김정은 위원장 앞에서 주한미군 전면 철수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SMA 협상이 12월까지 합의점에 도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둘째, 북한은 미국에 요구 조건 수락을 촉구하며 올해 말까지를 시한으로 제시했다. 최근 북한에서는 백마를 탄 김 위원장의 백두산 등정을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북한 지도자들이 도발에 나서려 할 때마다 자주 사용하던 수법이다. SMA 협상이 지지부진하고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면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카드를 쓸 것인지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셋째, 한국 내에서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움직임이 늘었다. 일반 한국인들은 한·미 동맹을 지지하는 편이지만 일부 극단적인 반미 운동가들은 주한미군에 비판적이다. 최근에는 미국 대사관저에 침입하기도 했다. 한때 반미 운동에 가담했던 인사들은 문재인 정부가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작권 환수에 전략적인 이점도 있겠지만, 이들의 주장은 이념적이다. 따라서 미국 정부가 전작권 환수 문제를 빌미로 주한미군 철수를 추진하는 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문제들이 완전한 파국을 불러일으킨다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미국의 외교 전문가들은 깊은 우려를 갖고 지켜본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한국에 미군을 주둔시키는 것을 강력히 지지한다. 하원에도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의원은 아무도 없다. 공화당 의원들은 수시로 국방수권법을 언급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 구실을 찾지 못하게 차단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갑자기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를 명령했을 때 전 사령관들뿐 아니라 맥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까지 나서서 대통령의 결정을 ‘전략적 재앙’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대통령이 선포한 대로 시리아 미군 철수는 진행되고 있다.
 
미국인들의 미군 주둔 지지를 문재인 정부는 활용하지 않는다. 동맹 관계 발전보다 북한과의 타협에 몰두한다. 일본을 비롯한 미국 동맹국들과의 관계 개선에 힘쓰지도 않는다. 한국과 미국 기업들에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모습도 보기 어렵다.
 
아직 완전히 늦지는 않았다. 11월 중에 한·미 연례 안보협의회가 서울에서 열린다. 그때까지 SMA 합의가 이뤄질지는 알 수 없지만, 한·미 양국은 협의회를 기회로 삼아 동맹이 두 나라뿐 아니라 아시아 전 지역에도 큰 의의를 갖는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드러내야 한다.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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