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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세에 새로운 도전 나선 김학민

중앙일보 2019.10.25 00:03 경제 6면 지면보기
36세 노장이지만 변함없는 점프력과 공격력을 자랑하는 KB손해보험 김학민. [사진 KOVO]

36세 노장이지만 변함없는 점프력과 공격력을 자랑하는 KB손해보험 김학민. [사진 KOVO]

올해 4월 프로배구 KB손해보험은 윙 스파이커 김학민(36)을 영입했다. 2006년부터 줄곧 ‘항공맨’이었던 그가 13년 만에 팀을 옮겼다. 그로부터 반년이 흘렀다. 최근 수원 KB손해보험 연습장에서 김학민을 만났다.

팀 옮겨 새 출발한 KB손보 김학민
주포로 자리매김, 팀 내 최다득점

 
김학민은 2018~19시즌 직후 자유계약선수(FA)가 됐다. 소속팀 대한항공과 연봉 3억원에 재계약했다. 하지만 곧 은퇴를 결심했다. 대한항공이 KB손해보험에서 FA 손현종(27)을 영입했기 때문이다. 이미 곽승석·정지석이란 국가대표 듀오가 있는 상황에서 포지션이 같은 손현종까지 입단하면서 설 자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김학민은 “FA가 됐을 때 ‘더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다. 그러다가 대한항공과 계약했는데 현종이가 왔다. ‘그만해야겠구나’ 생각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때 KB손해보험이 김학민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그는 “은퇴를 결심하고 아내와 여행을 떠났다. 너무 아쉬웠지만, 마음을 굳혔다. 그런데 KB손해보험에서 연락이 왔다”고 설명했다. 권순찬 KB손해보험 감독은 “전부터 김학민을 원했다. 많은 경험과 성실성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김학민은 “은퇴할지, 이적할지를 고민했다. 그런데 아내가 ‘찾아주는 팀이 있다는 걸 고맙게 여기라’고 하더라”며 웃었다.

 
김학민은 2006~07시즌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대한항공에 입단했다. 군 복무 기간을 포함해 13년간 대한항공에서만 뛰었다. 대한항공은 소속 선수가 은퇴해도 잘해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는 ‘좋은 은퇴’보다 ‘현역 연장’을 원했다. 결국 현금 트레이드로 KB 노란색 유니폼을 입었다. 김학민은 “솔직히 지난 두 시즌은 무기력했다. 출장 기회가 거의 없었다. 선수라면 누구나 뛰고 싶지 않겠나”라며 “서운한 감정도 있지만, (다른 팀에) 보내준 대한항공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한항공을 상대로) 연습경기는 두 번 했다. 그런데 인천에서 리그 경기를 치르면 어떤 기분일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대한항공과 KB손해보험은 다음 달 3일 인천에서 대결한다.

 
배구 팬들은 구단마다 별명을 붙인다. GS칼텍스는 ‘기름집’, IBK기업은행은 ‘통장’ 같은 식이다. KB손해보험 별명은 KB에서 딴 ‘김밥’이다. 김학민의 이적 소식이 전해지자 팬들은 “김밥에 라면을 더했다”며 좋아했다. ‘라면’은 김학민 별명이다. 워낙 점프력이 좋고 체공 시간이 길어 ‘점프해서 라면 끓여 먹고 올 정도’라는 뜻에서 붙었다. 그도 “참 좋아하는 별명”이라며 웃었다.

 
김학민은 점프력도 공격력도 여전하다. 개막 후 3경기에서 49득점으로 팀 내에서 두번째로 많은 득점을 올렸다. 배구선수로는 ‘환갑’이라는 서른 중후반에도 이렇게 뛸 수 있는 건 철저한 자기 관리 덕분이다. 최근 홈 경기에서 이긴 뒤 팬 서비스로 복근을 공개했는데 식스팩 자국이 선명했다.

 
김학민은 통산 3859득점으로 역대 5위다. 4000득점이 눈앞이다. 그는 “얼마나 더 뛸지는 모르겠다. 팀에 도움이 안 되면 언제든 그만두겠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을 둔 그는 “(아들이) 배구장에 자주 온다. 경기에 지면 화도 낸다. 거의 코치님”이라고 말했다. 코트에서 좀 더 오래, 아들이 자랑스러워 할 수 있는 아버지가 되고픈 그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수원=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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