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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이어 표창원도 불출마 "조국 사태, 내로남불 힘들었다"

중앙일보 2019.10.24 17:35
내년 4월 총선에 불출마 의사를 밝힌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내년 4월 총선에 불출마 의사를 밝힌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표창원(53)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이날 오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사상 최악 20대 국회, 책임을 지겠다”로 시작하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오후에 기자들을 만나서는 “정쟁 앞에서 너무 자괴감이 많이 들었다”고 했다.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 버텼지만 법사위는 지옥같았다”고 말하면서다.

이철희 의원 이어 9일 만의 선언
둘 다 방송으로 인지도 쌓은 이력

 
언제 불출마를 결정했나.
결심은 오래되진 않았다. 생각은 오래 했다. ‘정치를 언제까지 해야할까, 내가 잘하고 있나’에 대한 고민 갈등이 많았다.
조국 사태가 준 영향이 있나.
당연히 있다. 다만 불출마 생각이 없다가 조국 때문에 생긴 건 아니다. 이번 뿐 아니라 이재명 경기지사를 둘러싼 논란에서도 내 언행이 공정성 시비에 휘말리는 경험을 했다. 최선을 다하고, 최선이 통용되지 않는 지점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표 의원은 2017년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누드화의 국회 전시를 주선했다가 사과한 일이 있다. 지난해 지방선거 때 트위터 이용자 ‘혜경궁 김씨’가 이 지사의 부인 김혜경씨라는 경찰 조사결과가 나오자 ‘사실이라면 이 지사는 책임지고 사퇴해야한다. 그러나 법정에서 밝혀질 때까지 기다려야한다’는 글을 올렸다가 친문 세력과 이 지사 지지자 측 양쪽 모두에 질타를 받았다.
 
최근 상황이 결심 계기가 됐다는 뜻인가. 
조국 사태 관련해 무척 많은 불면의 밤을 보냈다. 괴로웠다. 조 전 장관 심경도 백분 이해하고 지켜주고 싶었지만 지키지 못했다. 반면 우리에게 제기된 내로남불, 공정성 시비도 힘들었다. 특히 젊은 세대, 청년들이 느꼈을 실망감에 가슴이 아팠다. 나는 30년 가까이 경찰, 프로파일러로 살았다. 수사 절차상 독립성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과 갈등을 느꼈다.
당 지도부에 미리 알렸나.
혹시 (출마 권유 등) 설득을 하면 서로 불편해질 것 같았다. 기자들에게 (입장문을) 보내기 10분 전에 텔레그램으로 (지도부에) 알렸다. 좀 불쾌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지도부에 미안하다. 하지만 물러나는 사람이 있어야 새로운 사람이 올 공간도 생긴다.
 
표 의원은 불출마 선언문에서 자신이 몸담은 20대 국회가 “정쟁에 매몰돼 민생을 외면하고 본분을 망각했다” “무조건 잘못했다”면서 “구성원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반성과 참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5년 12월 민주당 입당 때도 회상했다. “초심을 잃게 된다면 쫓겨나기 전에 제가 스스로 그만둘 것이라는 약속을 드렸다”면서 “4년의 임기를 끝으로 불출마 함으로써 총체적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표창원 의원이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야기하고 있다. 표 의원은 이날 자신의 SNS에 ’21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뉴스1]

표창원 의원이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야기하고 있다. 표 의원은 이날 자신의 SNS에 ’21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뉴스1]

 
민주당에서는 이달 들어서만 벌써 두 명의 초선 의원에게서 불출마 선언이 나왔다. 지난 15일 비례대표 이철희(53) 의원이 “정치가 해답을 주기는커녕 문제가 돼 버렸다”고 한 지 9일만에 표 의원이 같은 길을 택했다. 이 의원과 표 의원은 지난 두 달여 간 ‘조국 대전’의 한복판이었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이다. 이 의원 역시 “조국 국면”을 언급하며 “상대에 대한 막말만 선동만 있고 숙의와 타협은 사라졌다”고 지적했었다.
 
표 의원은 “(이 의원보다) 먼저 불출마를 생각했는데 새치기를 당했다”고 했다. 두 사람 모두 방송에서 널리 활약하며 인지도를 쌓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표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 대표였던 시절 발탁한 첫 번째 정치신인이다. 20대 국회 출범 당시 손혜원, 조응천, 박주민 의원 등과 함께 초선 영입인사 모임인 ‘더 어벤저스(더벤저스)’에 몸담았다. 표 의원은 “나는 (20대 국회 ‘문재인 영입인사) 1호 역할을 다 했다고 생각한다. 이제 ‘21대 국회 1호’가 다시 나와야 한다”고 한다.
 
지난달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민주당 법사위원들이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표창원, 이철희, 백혜련, 송기헌, 정성호, 김종민, 박주민 의원. [뉴시스]

지난달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민주당 법사위원들이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표창원, 이철희, 백혜련, 송기헌, 정성호, 김종민, 박주민 의원. [뉴시스]

 
이날 민주당 내부에서는 “심란” “충격” 반응이 나왔다. 원내대변인을 맡고 있는 박찬대 의원(초선)은 이날 페이스북에 “표 의원 때문에 마음이 심란하다. 부럽기도 하고…”라고 적었다. 비례대표인 김현권 의원도  “충격적이다. 누군들 떠나고 싶지 않겠는가”라면서 “정치는 국회에서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라는 글을 올렸다. 

 
초선 불출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중진 용퇴론은 오히려 잦아든 상황이다. 지난달 11일 원혜영(5선) 의원의 불출마 검토 소식이 전해진 뒤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 이석현 의원(6선)은 전날(23일) 지역구인 경기도 안양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내년 총선에서 당선돼 7선이 되면 국회의장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심새롬·하준호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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