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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면세점의 창이공항 사업자 선정, ‘독이 든 성배’일까, '황금알 거위'일까

중앙일보 2019.10.24 17:30

싱가포르 창이공항 면세사업자 선정 

 
롯데면세점 브리즈번 공항점. [사진 롯데면세점]

롯데면세점 브리즈번 공항점. [사진 롯데면세점]

 
싱가포르 창이공항이 주류·담배 면세사업자를 선정했다. 면세점 업계는 이번 사업자 선정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가능성도 있지만, 자칫 ‘독이 든 성배’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평가한다.
 
싱가포르 창이공항은 25일 오후 5시(한국시간) “주류·담배 면세사업자로 롯데면세점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롯데면세점은 2020년 6월부터 6년 동안 창이공항1·2·3·4터미널 입·출국장에서 주류·담배를 단독으로 판매할 수 있는 사업권을 획득했다.  
 
롯데면세점은 창이공항공사와 세부 계약을 조율한 뒤 창이공항 내부 8519㎡(2577평) 매장에서 담배와 주류를 판매하게 된다. 롯데면세점이 자체적으로 전망한 6년간 예상 매출액은 약 4조원이다.
 
롯데면세점 인천공항 제2터미널점. [사진 롯데면세점]

롯데면세점 인천공항 제2터미널점. [사진 롯데면세점]

 

축하는 하지만…대규모 적자 우려 시선도

 
싱가포르 창이공항 면세사업장. [싱가포르 스트레이트타임즈 캡쳐]

싱가포르 창이공항 면세사업장. [싱가포르 스트레이트타임즈 캡쳐]

 
하지만 면세점 업계는 롯데면세점에 축하의 박수를 보내면서도 내심 또 다른 대규모 적자 사업장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을 보낸다. 롯데면세점이 따낸 사업권을 기존 면세사업자(DFS)가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 판단해서 스스로 반납했기 때문이다.
 
에드 브레넌DFS  회장은 “현재 주류·면세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사업자로서, 창이공항에 머무르는 것은 재정적으로 실행가능한 옵션이 아니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DFS가 두 손 들고 도망친 싱가포르 면세점
 
싱가포르 창이공항 면세사업장. [싱가포르 스트레이트타임즈 캡쳐]

싱가포르 창이공항 면세사업장. [싱가포르 스트레이트타임즈 캡쳐]

 
실제로 글로벌 면세점 전문매체인 무디다빗보고서에 따르면, 창이공항 면세사업자는 일단 2800만싱가포르달러(244억6000만원)의 초기 예치금을 납부하고 대규모 투자도 시행해야 한다.
 
또 매월 징수하는 기본임대료를 납부하고, 별도로 추가임대료까지 내야 한다. 추가임대료 최소 기준은 ▶싱가포르 4개 공항을 이용하는 총이용객 1인당 4.15싱가포르달러(3630원)와 ▶양주(46%↑), 와인·샴페인(35%↑), 담배(40%↑) 등 제품별로 판매가액의 35~46% 이상이다. 매월 2가지 중 더 큰 금액을 창이공항측에 지불한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2017년에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면세사업권을 부분반납한 적이 있다. 5년간 4조1400억원이라는 과도한 임차료를 제안했다가 부메랑을 맞았다. 연매출액(1조1000억원)의 75.2%에 해당하는 금액(8280억)을 오로지 임대료로 납부해야하는 상황이었다. 면세점업계는 싱가포르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싱가포르 창이공항 면세사업장. [싱가포르 스트레이트타임즈 캡쳐]

싱가포르 창이공항 면세사업장. [싱가포르 스트레이트타임즈 캡쳐]

 
경쟁입찰제안서에서 롯데면세점이 어느 정도 금액을 써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롯데면세점은 “면세점 임대요율·금액은 계약상 비밀”이라면서도 “다만 최단기간에 손익분기점을 넘어서기 위해서 지나치게 과한 금액을 제안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세계 면세점 순위. 그래픽 = 김영옥 기자.

세계 면세점 순위. 그래픽 = 김영옥 기자.

 

롯데 “규모의 경제 확보”…수익 자신해

 
롯데면세점 브리즈번공항점. [사진 롯데면세점]

롯데면세점 브리즈번공항점. [사진 롯데면세점]

 
창이공항에서 주류·담배를 판매하는 18개 면세사업장은 원래 세계 7위 면세업체 DFS가 운영했다. 1980년부터 40년 가까이 창이공항에서 면세사업을 하던 DFS는 계약상 원할 경우 2022년까지 사업권을 연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스스로 사업권을 반납했다. 싱가포르 당국이 술·담배 면세 기준을 변경하면서다. 면세 한도 축소는 면세사업자의 수익성 악화와 직결한다.  
 
롯데면세점은 “연간 6157만명이 이용하는 창이공항은 이용객 기준 세계 6위 공항으로, 인천공항(6152만명·7위)보다 많은 승객이 이용한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온라인 면세점 운영 역량을 활용하고 한국·오세아니아·베트남과 함께 싱가포르에서 ‘규모의 경제’를 이뤄 원가경쟁력을 확보하면 수익성은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창이공항 면세점 현황. 그래픽=김영옥 기자.

창이공항 면세점 현황. 그래픽=김영옥 기자.

 
13개 해외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롯데면세점은 인터넷면세점과 접목하면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본다. 롯데면세점은 “국내 온라인 면세점 매출액이 매년 50% 신장하고 있다”며 “인천공항에서 장기간 주류·담배 사업을 영위하면서 확보한 노하우와 베트남·호주 등 글로벌 면세점 운영 역량을 활용하고 온라인 면세점 플랫폼을 연계·구축하면 해볼 만하다”고 설명했다.
 
이갑 롯데면세점 대표이사도 “창이공항 면세점 운영권 획득을 계기로 해외 시장 진출을 가속화해 한국 면세점의 우수성을 해외에 알리겠다”고 말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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