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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경기 간부 공무원 "도와달라" 이재명 탄원 요구 논란

중앙일보 2019.10.24 15:49
경기도청 공무원이 경기도 자문위원에게 보낸 메시지. [사진 김영우 의원실]

경기도청 공무원이 경기도 자문위원에게 보낸 메시지. [사진 김영우 의원실]

‘이재명 지키기 범국민대책위 성명서 발표 준비 중입니다. 이미 이국종 교수는 개인 탄원서를 제출했고 많은 학계·종교계에서 참여하고 계십니다. 참여 의사가 있으시면 저에게 카톡으로 밝혀주시면 됩니다. 모쪼록 경기도정을 지키는데 도움주시기 바랍니다.’ 
 
최근 경기도청에 근무하는 한 5급 공무원이 경기도 자문위원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 일부다. 이 내용은 지난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김영우 자유한국당 의원이 공개하며 알려졌다. 
 
김 의원은 국감에서 “공무원은 기본적으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고 법과 원칙을 따라야 하는데 직권남용 아니냐”며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구명 운동에 공무원이 나서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지사는 “공무원들이 서명운동하고 있지 않다.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지만 오후 보충 질의에서 김 의원이 다시 “도 공무원이 자문위원에게 메시지를 보낸 것을 확인도 하지 않고 무조건 사실이 아니라고 해서는 안 된다”고 질책하자 “제가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뜻”이라고 수습했다. 
 

이재명 탄원서, 국감 지적 이어져 

지난 18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열린 2019년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경기도]

지난 18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열린 2019년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경기도]

김 의원이 “이런 일들이 벌어지면 바로 자제를 시켜야 한다”고 당부하자 이 지사는 “그렇게 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국감이 끝난 뒤에도 공무원들의 도지사 구명 운동과 관련한 조사나 지시는 없었다. 
국감 당시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 역시 “(도지사가) 동원하지는 않겠지만 공무원 사이에서나 주변 행정적으로 참여 분위기가 퍼져나가는 것에 대해 차단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지사는 “(탄원서가) 재판부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해라, 마라 얘기하는 것도 오버 아닌가 싶다”고 답했다. 
 
위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진 공무원은 23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9월 말쯤 평소 친하게 지내는 지인 몇 명에게 저녁 시간 해당 메시지를 보낸 것은 맞다”고 인정하며 “그 가운데 자문위원이 포함돼 있었을 뿐이지 자문위원이라서 보낸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누가 지시했거나 조직적으로 보낸 것 역시 전혀 아니다”라며 “이러면 안 된다는 것을 왜 몰랐겠느냐. 일시적으로 편한 사람들에게 추천한다고 생각해 보냈다가 중단했다”고 해명했다. 
 

해당 공무원 “개인적 일탈로 봐달라” 

또 이 공무원은 “취재 전화를 받기 전까지 국감에서 논란된 메시지가 내가 보낸 것이라는 걸 인지하지 못했다”고 했다. 국감 이후 경기도의 사후 조치가 없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경기도 관계자 역시 “도지사 구명 운동과 관련한 별다른 지시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 공무원은 지난해 지방선거 때 이재명 후보 캠프에서 일하다 이 지사가 당선되면서 경기도청에서 근무하기 시작했다. 
 
지난 18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열린 2019년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영우 자유한국당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사진 경기도]

지난 18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열린 2019년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영우 자유한국당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사진 경기도]

이 지사는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지난 9월 6일 항소심에서 벌금 300만원의 당선무효형을 선고받고 대법원에 상고했다. 이후 정치·종교·학계·예술가 인사들뿐 아니라 경기도 공무원 노조, 지역 주민 단체 등 각계각층에서 구명 운동이 이어졌다. 

 
김 의원은 24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도 ‘이재명 구명 운동’에 대한 감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지방공무원법에 따르면 공무원 노조는 노동운동이나 공무 외 일을 위해 집단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며 “이재명 지사가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공무원 노조가 구명 운동 탄원서를 제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진영 행안부 장관은 이에 관해 “공무원이 탄원서 서명 종용했다면 부적절하다. 감사 대상인지 먼저 봐야 하고, 대상이 맞는다면 감사할 수 있다”고 답했다. 
 

“공무원 구명운동, 대상 맞으면 감사” 

경기도청 공무원노동조합은 지난 9월 23일 ‘이재명 도지사 당선무효 위기, 도정공백 우려 커’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발표하며 “도지사직 상실로 인한 도정 공백과 주민 생활에 밀접한 역점 추진사업들이 좌초되거나 중단되지 않도록 경기도청 공무원의 자율적인 의사에 따라 탄원서를 추진하고자 하며 이런 노력이 퇴색되지 않도록 사법부의 현명한 판단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경기도 공무원들의 구명 운동에 관해 이정희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무원 노조의 활동 범위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보인다”며 “명문상 위법이 아니더라도 공무원 집단이 정치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노조 본연의 활동 외 정치적 활동은 한정적으로만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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