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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사관저 난입때 직원 2명 다쳐···해리스 섭섭해 하더라"

중앙일보 2019.10.24 14:21
민갑룡 경찰청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민갑룡 경찰청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회원 19명이 백주대낮에 미 대사관저를 침입하기 전에 사다리까지 들고 왔다 갔다 했는데 왜 검문·검색이 안 됐나."(윤재옥 자유한국당 의원)

국회 행안위 국감에서 김병관 의원 전언
민갑룡 경찰청장 "미국 측에 사과하겠다.
경비 못한 건 축제 인파에 섞여서…"


 
"당시에 바로 지척에서 거리 문화 축제가 있었다고 한다. 인파들 틈에 이렇게 섞여 있어서 좀 감지를 못한…."(민갑룡 경찰청장)
 
답변이 채 끝나기도 전에 윤 의원은 민 청장을 향해 "검문을 제대로 안 한 것"이라고 질책했다. 윤 의원은 경찰대 1기 수석 입학, 수석 졸업하고 동기 중 '최초' 승진을 하곤 했던 '엘리트 경찰' 출신이다. 민갑룡 청장(경찰대 4기)보다 3년 선배기도 하다. 윤 의원은 곧 "무슨 가방에 들어가는 소품도 아니고 사다리를 들고 왔다 갔다 하는데 검문검색을 안 했다면 경찰이 눈 뜨고 가만히 있었던 것이지,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경찰 조직의 기강이 다 무너졌다"고 했다. 민 청장은 "(경비) 책임자 등을 감찰 조사하고 있다"고 답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24일 연 행안부·경찰청 등에 대한 종합국정감사에서는 지난 18일 대진연 회원들이 미 대사관저에 기습 침입해 벌인 시위와 관련한 야당 의원들의 질의가 이어졌다. 안상수 한국당 의원은 경찰청을 통할하는 행안부 진영 장관을 향해 "중동에서나 있을 법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 사람들(대진연)은 김정은 칭송위원회를 만들어서 서울 방문을 환영한다던 이들인데 세상이 도대체 어떻게 되는 거냐"며 한탄했다.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소속 대학생이 지난 18일 오후 서울 중구 주한 미국대사관저에서 방위비분담금 협상 관련 기습 농성을 하기 위해 담벼락을 넘고 있다. [뉴시스]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소속 대학생이 지난 18일 오후 서울 중구 주한 미국대사관저에서 방위비분담금 협상 관련 기습 농성을 하기 위해 담벼락을 넘고 있다. [뉴시스]

 
윤 의원처럼 경비에 실패한 경찰을 향해 집중타를 가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의원은 "미 대사관저 난입 사건은 1989년 전대협 이후 30년 만에 처음"이라며 "경찰청장은 책임지고 물러날 생각 없느냐. 경찰이 개망신당하고 그냥 있어도 되느냐"고 따졌다.
 
여당에서도 우려가 나왔다.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그 사건 이후로 대사를 만났는데 대사가 약간 섭섭함을 말하더라. 그 과정에서 직원이 2명이 다쳤다고 한다"며 "그것에 대해 우리 정부 당국 그 누구도 미안함을 표명한 적이 없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지금까지 대사관저 직원이 다쳤고, 해리 해리스 미국 대사가 섭섭함을 피력했다는 사실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미 국무부 대변인이 19일(현지시간) “이것이 14개월 만의 대사관저 불법 침입 두 번째 사례라는 점에 주목하며 강하게 우려한다”는 메시지가 있었을 뿐이다.
 
 
김 의원은 "경찰청장은 외교부와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셔서 그부분에 대한 사과도 필요하리라고 본다"고 했다. 이에 민갑룡 경찰청장은 "알겠다"고 했다.
 
해리스 대사가 섭섭함을 표했다는 건 처음 알려진 내용이다. 해리스 대사는 사건 이튿날(19일) 트위터를 통해 “대사관저에 무단침입한 시위대 관련 대처를 잘 해준 대사관 경비대와 서울지방경찰청에 감사 드린다”라고 썼다. 다만 미 국무부 대변인은 19일(현지시간) “강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사실상 우리 정부에 항의했다. “이것이 14개월 만의 대사관저 불법 침입 두 번째 사례라는 점에 주목하며 강하게 우려한다”는 메시지였다. 
 
홍익표 민주당 의원도 "외교적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조사해 책임자 문책을 하고, 외교부와 협의해 주요 공관에 등급을 매겨서 경비 수준을 보강·강화하는 부분도 적극적으로 만들어주면 좋겠다"고 했다. 민 청장은 "즉시 추진해나가고 있는 부분"이라 했다.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 재수사와 관련해서도 경찰을 질책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영호 민주당 의원은 "(화성연쇄살인 사건 진범) 이춘재의 자백 이후 경찰에서 미흡했거나 잘못해왔던 부분이 드러나고 있는데도 경찰이 빠르게 국민들에게 공개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찰은 정무적 판단을 하지 말고 관련 정보를 바로바로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민 청장은 이에 대해 "피의사실공표 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다"면서도 "정례 브리핑을 통해 국민들이 꼭 아셔야 할 궁금한 사항은 확인을 해드리겠다"고 답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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