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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 지나는 반도체 경기, 겨울 지나 내년 봄 소생 기대

중앙일보 2019.10.24 14:03

하이닉스 3분기 영업이익 4725억 

예상된 결과지만 SK하이닉스가 5000억원을 밑도는 분기 흑자를 기록했다. 회사가 24일 발표한 3분기 영업이익은 4725억원으로 13분기 만에 최저치다. 세계적인 ‘반도체 슈퍼 호황기’였던 1년 전과 비교하면 1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매출도 6조838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나 줄었다. 원인은 세계 1위 삼성전자를 비롯해 메모리 반도체 업계 전체를 부진으로 몰아넣었던 D램 가격 탓이다.
 
SK하이닉스 실적 추이,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SK하이닉스 실적 추이,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추락하던 D램 가격 3개월째 잠잠…낸드는 이미 반등

하지만 반기 실적 기준으론 최악은 지난 것 아니냐는 전망이 많다. 일단 가격 하락에 드디어 제동이 걸렸다. 끝 모르고 떨어지던 D램 가격(DDR4 8Gb 고정거래가격)은 3개월째 추가 하락 없이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낸드플래시 가격(128Gb MLC 고정거래가격)은 7월부터 반등세다.
 

삼성 등 3대 업체 재고 정상 범주에 안착 

일단 시장 전망은 조심스런 낙관론이 우세하다. 눈으로 확인되는 선순환만 봐도,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멈췄고 고객사들의 수요가 늘면서 메모리 반도체 재고가 줄어들고 있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3대 D램 업체의 재고량이 상반기 10주치에서 3분기 들어 4주치까지 줄었다고 분석했다. 재고 4주치 분량 정도는 업계에서 정상적인 수준으로 여겨진다.
자료 : 신한금융투자

자료 : 신한금융투자

 

반도체 업황 ‘5G 시대’와 함께 살아날 듯

진짜 호재는 5G(세대) 이동통신이다. 올해 스마트폰을 통해 선보인 5G 기술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자동차, 사물인터넷(IoT) 등에 적용돼 반도체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IHS마킷은 “5G의 영향력이 정보기술(IT) 산업의 범위를 넘어 사회의 모든 측면에서 새로운 경제활동을 촉발하면서 반도체 수요를 확대시킬 것”이라며 내년 세계 반도체 시장 매출이 올해보다 5.9% 늘어난 4480억 달러(약 536조원)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관건은 5G 확산 속도인데 세계 정세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에 뚜렷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홍콩 문제, 브렉시트 여파,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게이트 등 불안 요인들이 세계 경제와 업계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세계정세 불안에도 기업 5G 투자 확대 

그럼에도 불구하고 5G 투자 속도는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의 TSMC는 지난 17일 3분기 실적 발표에서 “2020년 5G 스마트폰의 비중이 10%대 중반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6개월 전 한자리수 전망치에서 크게 상향된 수치다. 5G 스마트폰은 4G에 비해 D램 탑재량이 약 2기가바이트(GB) 더 늘어나게 된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5G의 확산으로 모바일과 고성능 컴퓨팅(HPC) 중심으로 반도체 수요에도 가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이닉스 “내년 가격 오르기 전 서버 고객들이 사고 있다”

살아나는 서버 수요도 반도체 기업들을 웃게 한다. 대표적으로 수만 대의 서버 컴퓨터를 관리하는 데이터센터가 점점 늘고 있다. 이미 구글과 아마존, 알리바바 등 글로벌 IT 기업들은 데이터센터 구축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가 예상보다 좋은 실적을 내 놓은 것도 이런 수요 덕에 하반기 들어 메모리 반도체 출하량이 늘었기 때문이다.  
 
삼정KPG 경영연구원은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시장이 팽창하면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데이터를 보관할 데이터센터 수요도 급증세”라며 세계 데이터센터 시장이 내년에 2062억 달러(약 241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SK하이닉스도 이날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내년 초가 되면 올해 말 대비 데이터센터 업체들의 메모리 재고는 절반 가까이 줄어들 것”이라며 “2020년을 넘어서면서 시황 반전을 대비해 서버 고객들이 선 구매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본격적인 서버 고객 수요 정상화 시점은 내년 1분기 말이나 2분기로 본다”고 덧붙였다.
 

내년 상반기 ‘불황 끝 부활 시작’ 가능성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추이와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할 때 반도체 시장은 올 4분기까지 재고를 소진하며 긴 불황을 마무리하고, 내년부터 부활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2020년에는 서버 수요 재현과 5G 스마트폰 교체 수요가 기대된다”며 “D램 업체들의 재고는 내년 1분기 내에 정상 수준으로 복귀하고, D램 가격은 공급 부족으로 내년 상반기부터 가파르게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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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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