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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사관저 난입 못 막은 경찰…민갑룡 청장 "현재 감찰 중"

중앙일보 2019.10.24 13:50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소속 대학생이 지난 18일 오후 서울 중구 주한 미국대사관저에서 방위비분담금 협상 관련 기습 농성을 하기 위해 담벼락을 넘고 있다. [뉴시스]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소속 대학생이 지난 18일 오후 서울 중구 주한 미국대사관저에서 방위비분담금 협상 관련 기습 농성을 하기 위해 담벼락을 넘고 있다. [뉴시스]

“(경찰은)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회의실서 열린 행안위 종합국감에서 자유한국당 윤재옥 의원은 6일 전 발생한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회원들의 주한 미국 대사관저 침입사건과 관련해 이같이 경찰을 질타했다. 
 

윤재옥 의원, "무기력한 대응" 비판 

윤 의원은 “경찰이 (침입을 저지하지 않고) 무기력하게 대응한다고 비판받으면, 앞으로 법 집행에 얼마나 어려움을 겪겠느냐”며 “이후 경찰의 압수 수색 과정에서 대진연 회원들의 폭언과 방해가 있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경찰 고위직 출신이다. 2010년 당시 경기지방경찰청장(치안정감)을 지내기도 했다.
 
실제 지난 22일 오전 경찰이 대진연 사무실에 대해 압수 수색에 나서자 일부 회원은 “지X” 등 욕설을 내뱉었다. 대진연은 페이스북을 통해 당시 상황을 생중계까지 했다. 대진연 측의 심한 저항에 압수 수색은 한동안 중단될 정도였다.
윤재옥 자유한국당 의원. [뉴스1]

윤재옥 자유한국당 의원. [뉴스1]

민갑룡 청장, "관련자 감찰조사 중" 

이어 윤 의원은 답변자로 나선 민갑룡 경찰청장에게 이번 사건과 관련해 책임자에 대한 감찰조사의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민 청장은 “현재 감찰 조사 중이다”고 밝혔다.
  
같은 당의 안상수 의원도 “우리 안보와 경제를 도와주는 미국의 대사관저를 침입한 것을 어떻게 봐야 하냐”며 사안의 심각성을 전했다. 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주요 공관에 등급을 매겨 경비 수준을 강화하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홍익표 의원)이 나왔다. 민 청장은 “외교부와 협의해 (강화방안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고 답변했다.
민갑룡 경찰청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정위원회의 행전안전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경찰청, 인사혁신처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답변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민갑룡 경찰청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정위원회의 행전안전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경찰청, 인사혁신처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답변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김병관 의원, "미 대사에 우리 정부 사과해야"

이밖에 미 대사관저 침입사건에 대해 ‘우리 정부가 사과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병관 의원은 “침입사건 발생 이후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를 만났는데 섭섭함을 전달하더라”며 “미 대사관 직원 두 명이 약간 다쳤다고 한다. 우리 정부의 사과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8일 오후 대진연 회원 약 19명은 사다리 2개를 이용해 덕수궁 옆 미 대사관저 담장을 넘어 침입한 뒤 농성을 벌였다. 이들은 농성과정에서 미국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규탄한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이들 중 가담 정도가 심한 7명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혐의로 붙잡은 뒤 4명을 구속해 수사하고 있다. 나머지 3명은 불구속 상태다.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가 24일 오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제74회 유엔의 날 기념 오찬에 참석해 강경화 장관의 기조연설을 경청하고 있다 [뉴스1]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가 24일 오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제74회 유엔의 날 기념 오찬에 참석해 강경화 장관의 기조연설을 경청하고 있다 [뉴스1]

 

사다리까지 들었는데 무사통과 

난입사태 당시 경찰의 안이한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 시위대가 사다리까지 들고 경비 초소를 지나쳤는데도 경찰이 이들을 아무런 제지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경비 경찰들은 경찰봉도 없었다. 또 담을 넘는 상황에서 경찰이 되려 시위대의 안전을 위해 사다리에 손을 대지 않았다는 질책도 나왔다. 이 밖에 여성 집회참가자를 연행하려 수십 분간 여경 출동을 기다리며 경찰이 손을 놓고 있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성추행 논란을 의식해서 내린 조치로 알려졌다. 
 
경찰은 비판이 커지자 미국 대사관저 등 외국공관 경비에 투입되는 경찰관들에겐 호신용 무기인 3단봉과 집회현장에서 쓰이는 스프레이 분사기 등을 지급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또 외국공관에 대한 경비도 한층 강화할 방침을 밝혔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 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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