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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재가 살해한 초등생, 유류품 발견에도…경찰은 '가출'로 종결

중앙일보 2019.10.24 13:44
8·10차 화성 연쇄살인 사건 관련 증거물에선 이 사건의 피의자 이춘재(56)의 DNA가 검출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 [뉴스1]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 [뉴스1]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전담 수사본부는 24일 브리핑을 열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8·10차 화성 살인 사건 증거물을 분석한 결과 최근 '이춘재의 DNA가 검출되지 않았다'는 결과를 통보받았다"고 말했다. 
8차는 1988년 9월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현 화성시 진안동)의 한 가정집에서 여중생(당시 13세)이, 10차는 1991년 4월 화성군 동탄면 반송리(현 화성시 반송동)의 야산에서 67세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이춘재는 자백했지만, DNA는 검출 안 돼 

JTBC 9월30일 뉴스룸에서 보도한 재소자 신분카드에 부착된 이춘재.[JTBC 캡처]

JTBC 9월30일 뉴스룸에서 보도한 재소자 신분카드에 부착된 이춘재.[JTBC 캡처]

경찰은 이춘재가 과거 범인이 잡혀 처벌까지 받은 8차 사건을 비롯한 화성 연쇄살인 사건 10건 등 14건의 살인 사건을 저질렀다고 자백함에 따라 국과수에 증거물에 대한 재감정을 의뢰했다. 
8차 사건 증거물은 검찰로 송치되고 자료 보전 기간이 끝나 폐기됐지만, 당시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토끼풀과 다른 지역에서 발생한 비슷한 범행 수법의 절도사건에서 용의자의 흔적이 남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창호지와 벽지 등은 남은 상태였다. 경찰은 앞선 조사에서 이춘재의 DNA가 검출되지 않은 10차 사건 증거물도 만일을 대비해 재분석을 의뢰했다.
 
반기수 수사본부장(경기남부지방경찰청 2부장)은 "8차 증거물의 경우 풀 조각과 다른 지역에서 발생한 유사 범행 현장 증거물이라 이춘재의 DNA 검출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됐었다"며 "8차도 그렇고 10차 사건에서도 이춘재는 물론, 남성의 DNA가 나오진 않았다"고 말했다. 
국과수는 현재 2차 화성 사건에 대한 증거물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이춘재가 자백한 14건의 연쇄살인 사건은.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이춘재가 자백한 14건의 연쇄살인 사건은.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증거물에서 이춘재의 DNA가 검출된 것은 3·4·5·7·9차 5건이다. 
이 중 1·6차 화성 살인 사건과 이춘재가 추가로 자백한 수원 여고생 살인사건(1987년 12월), 화성 초등생 실종 사건(1989년 7월), 청주 여공·가정주부 살인사건(1991년 1·3월)도 현재 증거물이 없어 미제로 남을 가능성이 있다.
 

화성 초등생 유가족, 유류품 발견된 것도 몰라 

이춘재에게 살해된 것으로 확인된 화성 초등생 실종 사건을 최종 '가출'로 처리한 사실도 확인됐다. 1989년 7월 화성군 태안읍에서 초등생 A양(당시 8세)이 실종된 사건이다. 8차 화성 사건 발생 10개월 뒤 벌어진 일이라 화성 연쇄살인 사건과 연관성이 제기됐다. 5개월 뒤에는 인근 야산에서 A양의 치마와 책가방, 속옷 등 유류품 10여점이 발견됐다. 국과수 감정 결과 유류품 3점에서 혈액 반응이 나왔지만, 혈액형 등 용의자를 특정할 만한 증거물은 나오지 않았다. 경찰은 1년 정도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연장선에서 A양 실종 사건을 지켜봤지만 이후 '가출인'으로 최종 처리했다. 
당시 경찰은 A양의 가족들에게 유류품이 발견된 소식도 알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과거 이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관들은 "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얘기하고 있다고 한다.
화성 연쇄 살인사건 수사본부가 차려진 화성경찰서 태안지서 [중앙포토]

화성 연쇄 살인사건 수사본부가 차려진 화성경찰서 태안지서 [중앙포토]

 
이춘재는 "A양을 살해한 뒤 시신과 유류품을 범행 현장 인근에 버리고 달아났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경찰이 확인한 결과 이춘재가 지목한 장소와 A양의 유류품이 발견된 장소는 거리가 100m가량 차이가 있었다. 현재 두 곳 모두 아파트와 도로 등이 들어서 수색까진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경찰은 이춘재의 진술과 과거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관, 당시 수사기록 등을 토대로 이춘재 자백의 신빙성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반 수사본부장은 "이춘재를 피의자로 입건한 이후 8차례 대면 조사를 진행하면서 신문 조서를 작성하고 각 사건에 대해 보강조사를 하고 있다"며 "이춘재 자백의 신빙성을 확인하는 한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몰린 윤모(52)씨 수사 과정에 가혹 행위가 있었는지 등 과거 부실·강압 수사 여부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윤씨의 변호인이 재심 청구를 위해 요구한 자료 중 현재 이춘재 수사와 관련된 내용 등을 제외한 윤씨 심문 조서와 발부된 구속영장 등 9건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수원=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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