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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심 구속 法판단 존중"한다면서 "조국 구속 말라"는 여당

중앙일보 2019.10.24 11:35
“현재로서는 사인(私人)이기 때문에 당에서는 공식적 입장을 낼 계획이 없고요. 차분하게 사법적 처리 과정을 지켜볼 예정입니다. 현재로서 구속영장 발부가 유·무죄를 확정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후의 사법절차를 지켜보면서 필요할 때 입장을 낼 계획입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4일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전날 법원이 정경심(57) 동양대 교수에 청구된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과 관련한 민주당의 생각을 압축해서 보여준다. 그의 이 말을 세 갈래로 뜯어봤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①“현재로서는 사인”=구속된 정 교수는 문재인 정부 핵심인사로 분류되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배우자이자, 조 전 장관의 입각을 전후로 검찰의 수사를 받아와 여권 입장에서는 ‘보호해야 할 대상자’였다. 친여(親與) 성향의 라디오 매체와 유튜브 채널 등에서 정 교수에 대한 비호가 이어졌던 이유다.
 
그러나 정 교수는 엄연히 민주당 바깥에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성폭력 혐의로 재판을 받을 당시, ‘미투(#Metoo·나도 당했다)’ 폭로 후 이미 당에서 제명됐다는 이유로 “우리 당 사람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어왔던 것과 비슷한 논리다.
 
조국(54) 전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57·가운데) 동양대 교수에 대해 법원이 24일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강정현 기자

조국(54) 전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57·가운데) 동양대 교수에 대해 법원이 24일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강정현 기자

②“차분히 사법적 처리 과정을 지켜볼 예정”=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은 정 교수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설(說)이 나오기 시작한 지난 8일 ‘법원개혁’ 보고서를 발간했다. “집필자의 의견이며, 민주연구원의 공식 견해가 아니다”라고 전제한 보고서에는 법원개혁의 필요성 중 하나로 조 전 장관 가족 수사를 들었다. “법원이 압수수색영장을 거의 모두 발부하면서 검찰의 먼지털이식 수사를 뒷받침했다”는 취지였다.
 
비슷한 시기 진행된 국회 국정감사(7일 서울중앙지검, 17일 대검찰청)에서도 정 교수에 대한 수사와 관련해 민주당 의원들의 질타성 발언이 쏟아졌다. 피의사실 공표, 수사 착수 전 내사 여부, 패스트트랙 수사 진도·방식과의 형평성 등이 쟁점이었다. 
 
이를 두고 일각서 ‘수사외압’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는데, 민주당의 태도가 바뀐 것도 이때부터다. 검찰이 정 교수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을 때 홍 수석대변인은 “당 입장을 뭐라고 내면, 법원에 가이드라인을 준다는 말이 나올 것 아니냐”고 했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24일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한다. 남은 재판에서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길 기대한다”고만 했다.
 
24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배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구속이 결정되자 한 지지자가 휴대전화로 뉴스를 확인하고 있다. [뉴스1]

24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배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구속이 결정되자 한 지지자가 휴대전화로 뉴스를 확인하고 있다. [뉴스1]

③“조국은 몰랐을 것이란 게 일반적 견해”=이날 오전 라디오 인터뷰를 한 민주당 설훈 최고위원, 홍 수석대변인, 이재정 대변인 등은 하나같이 “영장 발부가 곧 유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전 구속됐다고 하더라도 ‘무죄 추정의 원칙’은 견지돼야 한다는 것이다. 조 전 장관 가족 논란에 대해 입장을 신중히 해 왔던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이날 당 상무위원회에서 “앞으로 시시비비는 재판에 의해 가려지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기본 정서가 크게 달라진 건 아니다. 설 최고위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백보 양보해서 부인(정 교수)이 유죄라 하더라도 조국이 몰랐을 것이라고 하는 게 일반적인 견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 장관까지 유죄 판정해서 ‘다했다’ 이렇게 된다면 정말 국민적 저항이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교수가 받는 혐의 사실과 조 전 장관과는 무관하다는 ‘바리케이드(barricade·방어벽)’인 동시에, 검찰이 조 전 장관에게 직접 칼을 겨눌 경우에는 민주당도 침묵을 지키지만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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