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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맨발의 꿈>   [사진 네이버영화]

영화 <맨발의 꿈> [사진 네이버영화]

[리드무비의 영화서랍] 21세기 최초의 독립국, 동티모르. 내전의 상처로 얼룩진 이곳에 어떤 꿈과 희망이 있을까. “이제 시작이기에 아무것도 없는 건지, 아무것도 없어서 시작인 건지” 동티모르의 황량함을 그대로 품고 있는 이 한 줄의 대사는 영화 <맨발의 꿈>이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 말해준다.

아무것도 없는 시작. 그 출발선에서 단 한 줄기 희망의 빛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 동티모르의 기적이라 불리는 ‘김신환 감독’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맨발의 꿈>은 그 꿈과 희망의 출발선에서 그렇게 천천히 전진해 나간다.


이런 사람에게 추천
스포츠 영화의 박진감과 감동 실화의 따스함을 함께 느끼고 싶다면
동티모르 아이들의 순수한 매력을 느끼고 싶다면


이런 사람에겐 비추천
조금은 빤하게 전개되는 감동 목적의 영화를 평소에 싫어한다면
스포츠 영화를 싫어한다면

맨발로 공을 차는 아이들
영화 <맨발의 꿈> [사진 네이버영화]

영화 <맨발의 꿈> [사진 네이버영화]

한때 잘 나가는 축구선수였지만 몇 번의 사업 실패로 해외를 전전하고 있는 원광(박희순). 그는 우연히 TV에서 동티모르라는 나라를 접하고, 아무것도 없는 그 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 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삐걱. “동티모르에는 사기 치는 사람과 사기당하는 사람밖에 없다”는 인기(고창석)의 말처럼 내전의 상처와 가난으로 힘든 하루를 사는 사람들에게 원광의 커피 사업은 성공 가능성 제로의 아이템.

이번에도 틀렸다 싶어 귀국하려는 그때 원광은 거친 땅에서 맨발로 공을 차는 아이들을 목격하고 그들에게 축구화를 팔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하루에 1달러씩 축구화를 할부 계약하고, 아이들은 하루에 1달러씩을 상납(?)하기 위해 열심히 돈을 번다.

하지만 동티모르 아이들에게 하루 1달러는 너무나도 큰돈이었다. 매일 갚아나가기가 힘들어 몇 년을 키우던 닭을 받아 달라며 울고, 축구화를 벗어 원광 앞에 들어 보이는 아이들. 원광은 축구를 놓고 싶어 하지 않는 아이들에게서 꿈과 희망을 발견하고, 본격적으로 이들에게 축구를 가르친다.

어른도 성장한다
영화 <맨발의 꿈> [사진 네이버영화]

영화 <맨발의 꿈> [사진 네이버영화]

영화 <맨발의 꿈>은 ‘내전’과 ‘가난’이라는 두 가지 고통을 겪고 있는 동티모르 아이들과 과거를 잊고 새로운 꿈을 펼쳐야 하는 어른의 동반 성장영화다.

내전의 정확한 내막도 모른 채 어른들의 싸움에 동원되고 희생돼야 했던 아이들은 축구를 할 때만큼은 그 어느 나라의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순수한 모습을 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프로 선수가 되고 싶은 ‘라모스’는 동티모르 아이들 중 가장 뛰어난 스트라이커. 그의 라이벌은 ‘모따비오’다. 둘은 동티모르와 서티모르로 대표된다. 서로 간의 원한은 축구경기에서도 고스란히 노출되며 또 다른 내전의 모습을 띈다. 서로는 각자가 받은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쉼 없이 물고 뜯는다. 공 하나로 소통하고 화해하기에 너무나도 깊어진 마음의 골. 하지만 라모스와 모따비오는 축구라는 스포츠를 통해 성장하고 화해하려 한다.

원광은 그런 아이들을 통해 한 동안 가슴에만 품고 살았던 축구를 세상 밖으로 꺼낸다. 처음엔 조금 불순한 의도로 축구를 이용했지만, 축구를 간절히 원하는 아이들의 눈망울에서 아이들과 다르지 않았던 과거의 자신을 발견한다.

영화 <맨발의 꿈> [사진 네이버영화]

영화 <맨발의 꿈> [사진 네이버영화]

“가난하면 꿈도 가난해야 돼?”란 원광의 외침. 원광은 가난한 나라에서는 그 어떤 꿈도 꿀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가난이 간절한 꿈에 장애가 될 수 없다는 걸 아이들을 통해 가르쳐주고 싶었다. 그리고 그건 곧 그 스스로를 향한 다짐의 목소리이기도 했다. 시작만 하고 제대로 끝을 한 번도 보지 못한 자신에게 이번만큼은 다르다고, 다를 거라고 믿고 싶은 마음. 원광 또한 축구를 통해 성장하고 싶었다.

디테일 연기의 달인 박희순
이 영화의 백미는 단연 원광 역을 분한 박희순의 호연이다. 주로 선 굵은 역할을 소화했던 그는 이 작품에서만큼은 편안하고 소탈한 매력을 뽐낸다.

히로시마 게임에 초청받고도 항공료가 없어 출국하지 못하는 장면에서 한국어와 영어, 바디랭귀지를 섞어 금전적 지원을 부탁하는 그의 연기는 코믹하면서도 가슴 찡한 느낌으로 오래 기억된다.

영화 <맨발의 꿈> [사진 네이버영화]

영화 <맨발의 꿈> [사진 네이버영화]

아이들의 꿈이 시작만이라도 할 수 있게 도와주고 싶은 마음. 그 끝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모르더라도 실패 후에 ‘다음’이라는 희망을 또 심어주고 싶은 마음. 박희순의 디테일한 연기에서 아이들을 향한 뜨거운 사랑과 관심이 묻어난다.

<크로싱>을 통해 남북 분단의 아픔을 그렸던 김태균 감독의 따스한 연출이 이 작품에서도 빛을 발한다. 그는 자칫 진부하고 무겁게 다가올 수 있는 실화에 원광의 캐릭터를 가볍고 소탈하게 담아내면서 영화의 분위기를 조율했다.

<맨발의 꿈>은 동티모르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표정과 박희순의 환한 미소가 가슴 속에 뜨겁게 자리하는 작품이다.

글 by 리드무비. 유튜브 영화 채널 리드무비 운영. 과거 영화기자로 활동했으며 영화 팟캐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제목  맨발의 꿈(2010)
감독  김태균
출연  박희순, 고창석, 프란시스코
등급  전체 관람가
평점  에디터 꿀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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