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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대 오른 사모펀드…규제는 하되 본질 훼손 말아야

중앙일보 2019.10.24 05:00 경제 5면 지면보기
 사모(私募)펀드는 소수의 투자자로부터 돈을 모아 자금을 운용하는 펀드다. 현재 국내법상 49명 이하를 대상으로 한다. 공모펀드와 달리 자유롭게 자금을 굴릴 수 있다. 최소 가입금액은 1억~3억원으로 문턱도 높다. 때문에 자산가들의 투자 수단으로 여겨졌다. 
 

사모펀드 개선 놓고 불 붙은 4가지 쟁점

DLF·'조국 펀드' 연이은 사고, 정부 "제도 개선안 마련"
"무자본 M&A 등 사모펀드 악용에 강력한 제재 가해야"
"극소수의 문제로 시장 위축 시킬 필요 없다"는 반론도

 저금리 시대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산가에 일반인까지 몰리며 사모펀드 시장 규모는 꾸준히 커져왔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1일 현재 사모펀드 순자산은 402조원에 이른다. 10년 전 108조원 규모였던 사모펀드 시장은 2015년 이후 공모펀드의 규모(258조원)를 압도하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공모·사모 펀드 규모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공모·사모 펀드 규모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하지만 ‘사인(私人)간 계약’ 형태로 자유롭게 운용하는 사모펀드의 특성상 투자 손실과 편법ㆍ불법의 우회로가 될 위험도 안고 있다. 100억원을 약정한 뒤 14억원만 투자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의 사모펀드 투자 의혹이다. 여기에 원금 전액 손실 사태가 발생한 금리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와 헤지펀드 업계 1위 라임자산운용의 1조3000억원대 환매 연기 사태 등이 대표적이다.  
 
 때문에 사모펀드 제도를 전반적으로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 역시 전반적인 제도 개선안을 마련 중이다. 해법에 대한 시각은 엇갈린다. 핵심 쟁점 4가지를 정리해본다.  
 

 ①"범법자 처벌 대폭 강화" VS "시장 위축"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는 기업의 경영권을 인수한 뒤 기업 가치를 높여 매각해 수익을 얻는 사모펀드다. 금융당국이 2015년과 지난해 투자 최저한도를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추면서 시장에 돈이 몰렸다. 규제 완화를 틈타 '조국 펀드' 처럼 무자본 인수·합병(M&A)에 활용되거나 공직자의 직접 투자 규정을 회피하는 악용 사례가 나타났다. 
 
 때문에 강력한 처벌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사모펀드가 시세조종과 사기 판매 등 범죄에 연루돼 일정 금액 이상의 소비자 피해를 야기하면 징벌적 과징금을 물리고 연루자는 자본시장에서 영구 퇴출하는 등 강력한 제재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론도 있다. '조국 펀드' 사례는 현행 법체계에서 엄격히 처리하면 될 뿐, 더 강력한 처벌은 만드는 것은 불필요하다는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새로운 규제를 도입하면 모험자본을 육성하고 발전시킨다는 사모펀드 제도의 취지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라며 "투자 자체를 위축시키는 조치는 불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 역시 "사모펀드를 활용한 범죄에 대해서는 현행 자본시장법과 세법으로 처벌을 할 수 있다"며 처벌 강화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그는 "라임이나 '조국 사모펀드' 이야기가 나왔으니 금융감독원과 함께 실태조사를 한 뒤, 문제 소지가 있으면 제도 보완을 검토할 것"이라며 "11월 중에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조국 펀드' 운용사 코링크 프라이빗에쿼티(PE)의 법인 등기부등본상의 건물. 조 전 장관 일가는 코링크PE의 '블루코어밸류업 1호' 펀드에 100억원대의 출자 약정을 한 뒤, 실제로는 14억원대를 투자했다. [뉴시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조국 펀드' 운용사 코링크 프라이빗에쿼티(PE)의 법인 등기부등본상의 건물. 조 전 장관 일가는 코링크PE의 '블루코어밸류업 1호' 펀드에 100억원대의 출자 약정을 한 뒤, 실제로는 14억원대를 투자했다. [뉴시스]

 

  ②"투자 최저한도, 다시 강화" VS "대형사 독식 안돼"

 
 금융투자업계 내부에서는 PEF에 적용된 투자 최저한도를 다시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대형 PEF 업체 대표는 "전문 투자자 시장과 일반 투자자 시장은 철저히 분리돼야 한다"며 "사모펀드 시장이 본래의 기능을 회복할 수 있도록 낮아진 투자 한도를 다시 높이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투자 한도를 낮췄다가 문제가 생기면 업계 전반의 규제가 강화되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반면 중소형 PEF는 투자 최저한도를 높이면 대형사들만 투자금을 독식해 창의적인 투자 환경을 망치는 결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반박한다. 
 
 업계 30위권의 한 PEF 대표는 "'조국 펀드' 사태 때문에 개인 투자자들도 PEF에 투자를 한다는 오해가 생겼는데, 일반적으로 기관 투자가나 초고액자산가만 투자할 뿐"이라며 "극소수의 문제로 규제를 강화하면 창의적인 투자 환경을 망가뜨릴 수 있고 사모펀드 시장 자체를 크게 위축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규제 강화보다 업계 내실화에 초점을 맞춘다는 입장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사모펀드 제도 개선과 관련해 "진입장벽을 낮출 것은 없고, 강화하는 것도 너무 단정적"이라며 "운용상 잘못된 것 살피고 내부통제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③"은행에서 판매 금지" VS "투자 선택권 침해"

우리·하나은행의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증권ㆍ펀드(DLSㆍDLF) 피해자비대위가 지난 10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손태승 우리은행장 고소 의사를 밝히며,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우리·하나은행의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증권ㆍ펀드(DLSㆍDLF) 피해자비대위가 지난 10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손태승 우리은행장 고소 의사를 밝히며,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50대 주부 신 모씨는 지난 8월 우리은행 위례신도시지점에 들렀다가 부지점장이 "독일이 망하지 않으면 연 4.2%의 수익을 준다"고 한 말만 믿고 만기 6개월짜리 독일 국채금리 연계 DLF에 평생 모은 3억원을 넣었다. 이 상품은 최근 원금의 90%까지 손실이 확정돼 문제가 됐다. 
 
 DLF 사태와 라임 사태 등 일반 고객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준 펀드는 전문투자형 사모펀드다. 주식·채권·파생상품·부동산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해 고수익을 추구해 '한국형 헤지펀드'로 불린다. 전문투자형 사모펀드 역시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로 가입 기준이 기존의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아졌다. 특히 문제가 된 것은 은행에서 판매된 상품들이다.  
 
사모 DLF 사태 피해 규모.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사모 DLF 사태 피해 규모.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이런 사례 때문에 일각에서는 은행에서의 판매 상품을 강력하게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창균 선임연구위원은 "고객들이 문제가 생기면 모든 것을 보장해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은행에서 사모펀드나 파생결합상품을 판매하는 것은 강력하게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은행업계에서는 국민의 투자 선택권을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불완전 판매에 문제가 있으면 완전 판매가 되도록 제도를 바꿔야지 아예 못 팔게 하면 한국은 금융 후진국이 될 것"이라며 "특히 증권사가 많이 없는 지방 고객들의 투자 선택권은 극도로 위축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금융당국은 원천적인 판매 금지보다 펀드판매 수수료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행 체계에서는 은행들은 고객들의 수익률을 높이는 것보다 단기 투자 상품을 자주 팔아야 더 많은 수수료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이 역할을 잘할수록 임직원들의 인사 평가도 좋아진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8일 국감에서 더불어민주당 유동수 의원이 "고객은 4% 주고, 10%를 금융회사가 떼먹는다"고 지적하자 "수수료 체계 검토는 당연히 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④"제대로 된 국민 계좌로 필요" VS "실효성 없다"

 
사모 DLF 사태 피해 규모.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사모 DLF 사태 피해 규모.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사모펀드 문제의 원인을 국민 자산관리 전반의 문제로 보고 여기서 해법을 찾아보자는 시각도 있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반복되는 고위험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불완전판매는 고령화·저성장·저금리 시대의 도래에 따른 자산관리 환경의 변화에 우리 국민들이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 자산이 급격한 위험에 노출되는 상황을 최소화하려면 퇴직연금이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연금형 종합재산신탁과 같은 '국민 계좌' 프로그램을 통해 전문가에 의한 분산투자 조력이 이뤄질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서 업계는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고객들이 사모펀드를 찾는 이유는 공모펀드나 다른 금융상품에서 만족스러운 수익률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라며 "ISA가 '폭망'하는 것은 국민들이 관심을 끌만큼 혜택이 파격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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