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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언의 시선] 허황한 말잔치 ‘검찰 개혁’

중앙일보 2019.10.24 00:14 종합 32면 지면보기
이상언 논설위원

이상언 논설위원

“진정성이라는 표현을 쓰셨는데 제가 제일 안 좋아하는 표현이에요. 왜냐하면 우리는 타인의 진정성을 알 수 없거든요. 어떤 사람이 무슨 말을 하거나 행동할 때 그 사람이 진정 어떤 생각을 하고 그걸 하는지 어떻게 알아요? 우리가 타인을 평가할 수 있는 것은 그 사람의 행동을 보고만 알 수 있는 거예요.” 유시민 가라사대,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행위로 판가름난다. 22일 MBC ‘100분 토론’에서 그렇게 설파했다.
 

조국 사태 뒤에 특수부 트집잡고
수사·기소 분리에 공수처는 제외
앞뒤가 다르니 믿고 따를 수 없어

지당한 말씀이다. 요즘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하는 일이 연거푸 있었지만 그는 옳은 말, 좋은 말을 자주 한다. 그의 가르침에 따라 ‘검찰 개혁’을 외치는 사람들의 행동을 보면 진심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평가의 근거가 되는 행위는 이런 것들이다.
 
① 김웅 검사 좌천: 김웅이라는 검사가 있다. 그는 현재 충북 진천에 있는 법무연수원의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난 8월에 그곳으로 ‘유배’됐다. 그 전까지는 대검 미래기획·형사정책단장이었다. 본인은 “여기도 좋다”고 말하지만, 대검 간부를 본인 의향과 무관하게 법무연수원으로 보내는 것은 검찰 안팎에서 ‘좌천’으로 본다.
 
그는 『검사내전』이라는 책을 냈는데, 검사가 쓴 책으로는 드물게도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책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검찰이 커지면 결국 정치인들은 그 힘을 사용하려는 욕망에 포위될 것이고, 검찰을 장악한 권력은 반드시 괴물이 될 것이다. 사회가 성장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검찰, 경찰, 국세청 같은 공권력 기관이 아니라 시민들이 권력을 잡아야 한다.’ 서초동 ‘조국 수호’ 집회에서 나온 주장과 비슷하다. 김 검사는 JTBC의 ‘차이나는 클라스’에 출연해 검찰의 힘을 빼야 한다고 말했다. 방송 토론 프로그램에 나와 검찰 특수부를 확 줄여야 한다고, 없애도 좋다(특정 범죄에 대한 전문 수사기관을 별도로 둘 경우)고 주장하기도 했다.
 
‘조국 사태’ 발생 전까지 청와대와 법무부는 특수부 폐지나 축소를 말하지 않았다. 그때의 김웅 검사는 특수부의  ‘적폐 수사’를 불편하게 하는 존재였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검사가 현 정권 출범 뒤 2년 새 23명에서 43명으로 늘었는데,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은 제지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윤석열 검찰’이 살아 있는 권력에 칼을 들이대자 특수부 해체가 ‘검찰 개혁’의 핵심으로 등장했다. 정권의 말과 행동이 순식간에 달라졌다.
 
②‘수퍼 파워’ 공수처 계획: 국회 패스트트랙에 올라 있는 더불어민주당 측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률안을 보면 공수처에 검사를 25명까지 둘 수 있다. 25명은 현 정권 초기의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검사보다 많은 수다. 공수처 검사나 특수부 검사는 경찰이 송치한 사건은 맡지 않기 때문에 일반 형사부 검사와 달리 수사에 쓸 수 있는 시간이 많다. 이 공수처 안에 따르면 공수처 검사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갖는다. 검사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갖는 게 온당치 않다며 수사권을 경찰로 넘기려 하는 정권이 공수처 검사에게는 두 권한을 모두 쥐여주려 한다. 우리 편은 되고, 우리 편인지 의심스러운 쪽은 안 된다는 식이다.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는다.
 
③ 특별감찰관 3년째 공석: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공수처가 있었다면 ‘국정농단 사건’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순실씨가 공수처 수사 대상(공직자 또는 대통령 친척)이 아니라서 언뜻 수긍하기 어려운 주장이긴 한데, 권력형 비리 예방이 매우 중요하다는 뜻으로 이해했다. 그렇다면 대통령 배우자 및 4촌 이내 친족과 대통령 비서실의 수석비서관 이상 공무원에 대한 감찰 권한을 갖는 특별감찰관 자리는 왜 정권 출범 이후부터 내내 비워두는 것일까? 공수처와 특별감찰관의 업무가 중복되기 때문이라는 게 청와대와 여당의 설명이다.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현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은 “특별감찰관법이 아직 살아있다. 임명하지 않을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덧없는 가정이긴 하지만, 조국 전 장관 일가의 사모펀드 비리는 특별감찰관이 일찌감치 포착할 수도 있었다. 검찰 개혁의 명분 중 하나는 ‘권력 카르텔’ 해체다. 그런데 권력 핵심을 감시하는 자리 하나가 계속 공석이다. 언제 채워질지 알 수도 없다.
 
말과 드러난 행태가 다르니 주장이 공허하다. 속셈은 따로 있고, 그럴듯한 말로 속이려는 것 같다. 그토록 검찰 개혁이 중한데, 왜 지난 2년여 동안에는 힘센 검찰을 가만히 두거나 오히려 독려했는지도 의문이다. 다 거짓말 잔치로 보인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런 허황한 선전에 현혹되지 않는 사람이 점점 많아진다는 점이다. 씁쓸하면서도 반가운 조국 사태 효과다.
 
이상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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