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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인사 실수를 인정해야 용기있는 지도자다

중앙일보 2019.10.24 00:10 종합 33면 지면보기
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 성균관대 특임교수

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 성균관대 특임교수

지구촌 곳곳에서 지도자들의 리더십이 도전받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급격한 변화 속에 각국 지도자의 리더십은 과거와 다른 행태가 엿보인다. 리더가 오늘을 보는가, 내일을 보는가에 국가의 흥망이 달렸다.
 

조국 사태를 생각한다
시험대에 오른 대한민국 리더십
국민 뜻에 부합해야 정당한 인사

대한민국도 리더십이 심각한 시험대에 올랐다. 국가나 기업이든 모든 조직은 리더십이야말로 생존과 직결되는 조건이다. 리더십의 기반은 ‘팔로워(Follower)의 지지’이고 그 힘은 인사를 통해 나타난다. ‘인사가 만사’라지만 실수할 수도 있다. 이때 실수를 인정하는 리더의 용기가 필요하다. 그렇지 못한 리더는 결국 조직의 이완과 비용을 키울 뿐이다. ‘조국 사태’는 결과적으로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엄청나게 키웠다. 참으로 안타깝다.
 
이번 인사로 인해 대통령의 리더십에 상당한 논란을 낳았다. 대한민국의 국운을 위해서도 없었으면 좋았을, 실로 걱정스러운 일이다. 문 대통령은 어떤 생각으로 논란과 반대가 거센 장관 임명을 강행하고 장관직을 30여일간 유지시켰을까. 숨은 의도가 무엇이든 이 사태를 통해 인사와 리더십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최근 세계적으로나 한국에서나 리더십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일컬어지는 것이 ‘공감 능력’이다. 즉 리더의 생각은 팔로워 전체가 희망하거나 그들의 편익이 증가하는 방향과 일치해야 한다. 리더는 맨 앞에서 솔선수범하며 앞날을 도모하기 위해 힘을 모으고 경우에 따라 인내와 절제, 합심과 땀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는 어느 조직이나 갖는 동일한 원칙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공감 능력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의 로버트 J 하우스 교수는 ‘경로-목표 이론’에서 인사와 리더십의 관계를 경로와 목표의 연계 관계라고 설명했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성과를 내기 위해 리더는 분명하고 매력적인 목표를 제시함으로써 구성원 스스로가 동기 부여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공적인 인사를 위해서는 인사라는 도구가 목표달성(공정사회·검찰개혁)을 약속하는 경로(조국 장관 임명)로 인식돼야 하는데 돌출 변수(각종 비리 의혹)로 인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실패했다.조직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목표에 도달하면 어떤 모습을 볼 수 있는지를 명확히 하고 세세히 설명해 이해와 공감을 얻는 노력을 했을 때 그 힘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집단 전체의 노력이 빛을 발하게 돼 그 결과 더 나은 내일을 모두에게 약속하게 된다.
 
대통령의 인사권은 폭넓게 인정돼야 하지만 그 또한 국민에게서 위임받은 권한이다. 즉 국민 전체의 뜻과 방향에 부합하도록 행사해야만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인사는 아무리 숙고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한다. 우리 헌정사를 보면 그동안 대통령의 인사권과 인사에 대해 여러 번 숙고할 기회가 있었지만, 매번 기회를 놓치는 어리석음을 반복했다. 인사를 놓고 정쟁으로 얼룩져 극단적 논쟁과 갈등을 증폭시킨다.
 
이번 조국 사태는 국론 분열을 초래하고 국민 통합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 이 과정에서 드러난 리더십의 실상으로 인해 향후 국정 운영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아무도 원하지 않는 결과다.
 
무엇보다 아쉬웠던 점은 이번 사태의 시작부터 결말까지 반대 의견을 개진하는 참모나 원로가 보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시스템적으로 ‘악마의 변호인(Devil’s advocate)’ 제도라도 도입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무릇 제도란 시스템에 기대야 한다. 선의에 기댈 수는 없다.
 
국가적으로 심기일전해 한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내일을 생각해야 한다. 아이들을 위한 위대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갈 솔로몬의 지혜를 찾아야 할 때다.
 
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성균관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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