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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우연찮다’와 ‘우연하다’는 반대말일까

중앙일보 2019.10.24 00:04 경제 4면 지면보기
오랫동안 연락이 끊겼던 동창을 길거리에서 만났다. “여기저기 수소문해도 연락처를 알 수 없더니 이렇게 우연찮게 만나게 돼 신기하고 반갑다.” “나도 우연히 만나리라고 생각도 못했어.” 둘 다 우연히 만났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한 명은 ‘우연찮다’를, 다른 한 명은 ‘우연하다’를 사용하고 있다.
 
‘우연찮다’가 ‘우연하다+아니하다’의 준말이라는 것을 떠올려 보면 ‘우연찮게’를 쓴 게 잘못된 표현같이 생각되기도 한다. ‘시원찮다’ ‘만만찮다’ 같은 준말이 ‘시원하다’ ‘만만하다’의 반대말로 쓰이는 것을 보면 ‘우연하다+아니하다’를 줄여 쓴 ‘우연찮다’는 ‘우연이 아니다’는 뜻으로 써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렇듯 단어의 형성 과정을 살펴보면 반대의 뜻으로 쓰여야 할 것 같은데 ‘우연하다’와 ‘우연찮다’는 둘 다 실제로 ‘뜻하지 않게’라는 의미로 별 차이 없이 쓰이고 있다. 처음엔 ‘우연찮다’가 ‘우연하지 아니하다’는 어원에 따라 ‘필연적’이라는 의미로 쓰였겠지만 언젠가부터 사람들이 우연도 아니고 필연도 아닌 그 중간 정도에 이 말을 사용하다 보니 표준국어대사전은 이를 받아들여 변화된 의미를 인정했다.
 
‘주책’과 ‘주책없다’도 비슷한 경우다. 일정한 줏대가 없이 되는대로 하는 짓을 ‘주책’이라 하고 “그 사람 참 주책이야”와 같이 쓴다. “누가 그런 주책없는 소리를 하니?”에서와 같이 일정한 줏대가 없이 이랬다저랬다 해 몹시 실없다는 의미를 나타낼 때 ‘주책없다’를 사용하기도 한다.  
 
김현정 기자 nomadicwrit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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