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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시위 촉발 '살인범' 출소…대만 인계 거부, 처벌도 미지수

중앙일보 2019.10.23 16:35
지난해 2월 임신한 여자친구를 살해한 용의자 천퉁자가 23일 홍콩 픽욱 교도소에서 풀려나고 있다. [로이터=연합]

지난해 2월 임신한 여자친구를 살해한 용의자 천퉁자가 23일 홍콩 픽욱 교도소에서 풀려나고 있다. [로이터=연합]

홍콩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철폐 시위를 촉발한 살인 용의자 천퉁자(陳同佳·20)가 23일(현지시간) 석방됐다. 그는 감옥에서 풀려나면서 자신이 살해한 여자 친구와 가족에게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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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인계 거부...살인 혐의 처벌조차 미지수

그는 이날 오전 9시 홍콩 클리어워터 베이에 있는 픽욱 교도소에서 풀려났다. 천은 지난해 2월 여자친구 판샤오잉(潘曉潁·21)과 대만 여행을 갔다가 그가 전(前) 남자친구의 아기를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고 격분해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사건 직후 홍콩으로 도망쳐 홍콩경찰에 체포됐지만 살인죄로 기소되진 않았다. 홍콩이 ‘속지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대만에서 저지른 범죄로 그를 처벌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홍콩 당국은 천을 여자친구의 돈을 훔친 절도와 돈세탁방지법 위반 혐의로 체포했고 홍콩 법원은 29개월 징역형을 선고했으나 형 감면을 받아 이날 18개월 만에 출소했다.  
그는 여자친구와 그의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며 고개 숙여 사과했다. [로이터=연합]

그는 여자친구와 그의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며 고개 숙여 사과했다. [로이터=연합]

그는 교도소 밖으로 나온 뒤 “용서받을 수 없는 최악의 잘못을 저질렀다”고 입을 열었다. 그러면서 “대만으로 가서 저의 충동적인 행동과 잘못에 대해 자수하고 처벌을 받겠다”며 “판샤오잉의 가족들에게 사죄하고 싶다. 그가 편히 쉴 수 있기를 바란다”며 사죄의 뜻을 표했다.  
 
그는 홍콩 시민들에게도 용서를 구한다며 두 차례 허리를 굽혀 사죄했다. 그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고 현장을 빠져나갔다. 홍콩 명보는 그가 이날 대만으로 떠나지 않고 안정을 위해 일시적으로 홍콩에 머무르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천퉁자의 출소에 교도소 주변을 경찰이 삼엄하게 경비했다. [로이터=연합]

천퉁자의 출소에 교도소 주변을 경찰이 삼엄하게 경비했다. [로이터=연합]

홍콩 정부는 천의 사건을 계기로 올해 초부터 홍콩 밖에서 범죄를 저지른 시민을 역내로 인도받을 수 있는 송환법 입법을 추진했다. 그러나 대상 지역에 중국이 포함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상황이 악화됐다. 홍콩 시민들의 엄청난 반발을 불러 일으켰고 송환법이 철회된 뒤에도 지금까지 5개월째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그가 대만에서 살인죄로 처벌을 받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홍콩 정부는 대만에 천의 신병 인수를 요청했지만 대만은 홍콩과 대만 간의 공식 사법협력이 이뤄지지 않으면 신병을 인계받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로이터=연합]

차이잉원 대만 총통[로이터=연합]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과 매튜 청 홍콩 정무사장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서로가 이 사건을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홍콩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차이잉원 대만 총통의 주장에 대해 중국 환구시보는 “대만의 진짜 의도는 천을 계속 홍콩에 둬 홍콩 시위에 대한 동력을 이어가게 하려는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홍콩에서 처벌할 수 없는 천퉁자를 대만으로 보내 법의 심판을 받게 함으로써 홍콩 시위를 잠재우려는 중국·홍콩 정부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홍콩-대만간 협력을 공식적인 수준으로 격상시키려 하는 대만 간의 기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박성훈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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