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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무작위 배당, 고소사건 입건 신중…경찰 수사 달라진다

중앙일보 2019.10.23 13:57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사. [뉴스1]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사. [뉴스1]

수사가 특정 경찰관에 의해 좌지우지되지 않도록 앞으로는 무작위로 사건을 배당하고, 피고소(발)인을 피의자로 입건하는 관행 등도 사라진다. 경찰청은 23일 이런 수사 개혁방안을 담은 ‘경찰수사를 새롭게 디자인하다’ 보고서를 내놨다. 여기에는 80개의 추진과제가 담겨 있다. 
 
핵심은 수사역량의 강화와 인권보장이다. 우선 첩보수집이나 사건접수 단계부터 사건이 끝날 때까지 일련의 수사 절차가 경찰관 개인의 역량에 의해 휘둘리지 않도록 앞으로는 무작위 사건배당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내부적 통제장치의 일환이다. 압수물‧증거물 관리도 체계화한다. 
 

국민 참여 재판 비슷한 '수사 배심제' 둔다 

이와 함께 수사배심제로 불리는 ‘경찰 사건심사 시민위원회’도 둘 방침이다. 법원의 국민 참여 재판과 비슷한 성격이다. 법률 전문가,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 20~50명으로 구성해 사건에 대한 의견을 구한다. 일반 시민의 눈높이에서 심사하는 것은 물론 변호인의 조력권도 폭넓게 보장될 것으로 경찰은 기대하고 있다. 시민위원회는 지방청장 직속 기구다.
 
또 강제수사를 통제하는 영장 심사관 제도도 확대한다. 경찰이 영장을 신청할지 말지를 심사하는 제도로 일선 경찰서로 단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경찰서 내 유치장이 수사목적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수사부서에서 분리하는 방안도 이번 보고서에 담겼다. 
 

경찰관이 재판에 참여

앞으로 사회적 관심을 끄는 등의 중요사건은 지방청에서 직접 수사하는 체제를 구축한다. 경찰서는 5명 이하의 소팀제로 전환해 수사역량을 높인다. 또 사건이 재판에 넘겨졌을 때 수사 경찰이 재판에 참여하는 ‘자기 사건 공판 참여제’도 눈에 띈다. 수사결과에 대한 책임감을 높이려는 취지다. 
 
수사역량을 키우려 전문수사관을 국가 자격증으로 격상한다. 이와 함께 업무·능력 중심으로 수사 경찰 승진제도도 손질한다. 수사부서 과‧팀장에 대한 주기적인 투명성 평가도 더해졌다. 투명성 평가는 인사에 반영된다. 회계사나 세무사 등 전문인력 채용을 확대하고, 신임 수사관은 6개월의 실무교육을 이수하도록 했다. 
빅데이터 기반의 범죄분석시스템 개발해 범죄수익추적이나 마약ㆍ조직범죄 분야의 수사기법을 고도화한다.  

민갑룡 경찰청장 [연합뉴스]

민갑룡 경찰청장 [연합뉴스]

 

고소·고발 사건 형사조정제도 도입 

특히 경찰은 고소·고발이 이뤄지면 대상자를 피의자로 입건하는 관행도 고친다. 일단 당사자 간 대화를 통해 갈등을 해결하는 회복적 경찰활동을 확대한다는 것이다. 형사조정제도의 도입이다.  
 
경찰청 윤승영 수사기획과장은 “지난 2년여간 경찰개혁위원회의 권고 등을 바탕으로 심야 조사 제한 등 개혁을 추진해 왔다”면서 “여기에 그치지 않고 국민으로부터 주어진 수사 권한을, 국민을 위해 행사한다는 의지가 이번 보고서에 담겼다”고 말했다. 
 
한쪽에서는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를 앞둔 시점에서 경찰이 ‘조직 비대화’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불식시키려 이번 보고서를 내놨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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