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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33명 사망…정부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즉시 중단" 권고

중앙일보 2019.10.23 11:00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서 판매 중인 액상형 전자담배 제품. [뉴스1]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서 판매 중인 액상형 전자담배 제품. [뉴스1]

국내에서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과 관련한 폐손상 의심 사례가 처음으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보건당국은 국민들에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을 즉시 중단하라는 권고를 내놨다.
 

지난달 첫 대책 발표 후 한 달만에 2차 대응
문 대통령 지적 이후 긴급히 후속 대책 발표
미국 의심 환자 1479명, 국내서도 1명 확인

'보건 위협 시 판금' 등 법안 연내 통과 추진
주요 성분 분석은 다음달 완료, 통관도 강화
국회의원 법 개정 의지 등이 향후 남은 숙제

보건복지부는 "최근 미국에서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과 관련해 폐손상·사망사례가 계속 발생하고, 국내에서도 유사한 의심사례가 신고됐다"며 "안전관리 체계가 정비되고 유해성 검증이 완료되기 전까지는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을 중단할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고 23일 밝혔다. 복지부는 "특히 청소년·임산부·호흡기 질환자 등은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을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위험성을 경고했다. 지난해 이후 국내에서 유통되는 액상형 전자담배는 11개 회사 36개 품목으로 추정된다.
 
미국에서는 액상현 전자담배 사용에 따른 것으로 추정되는 중증 폐손상 사례가 1479명 확인(115일 기준)됐고, 이 중 33명이 숨졌다. 국내에서는 지난 2일 액상형 전자담배를 사용한 30세 남성 A씨가 폐손상 의심 사례로 첫 보고됐다. A씨에 대한 전문가 1차 검토 결과 흉부영상(CT) 이상 소견, 세균·바이러스 감염 검사 '음성'으로 미루어 볼 때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과 관련된 폐손상 의심으로 보인다는 의견이 나왔다. A씨에 대해선 제품 사용과의 연관성을 정확히 확인하기 위한 조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그는 증세가 호전돼 퇴원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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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이에 따라 정부는 인체 유해성 논란이 커지는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전방위적인 규제에 나선다.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액상형 전자담배 제품을 제한할 법안을 연내 통과시키고, 인체 유해 성분 분석을 다음 달까지 완료한다는 목표다. 불법 판매 행위 단속과 수입 통관 강화에도 나선다.
 
복지부는 이날 기획재정부ㆍ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정부 부처 합동으로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2차 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지난 18일 ‘문재인 대통령 지적으로 청와대 긴급회의가 열렸고 곧 새로운 대책을 발표한다’는 중앙일보 기사가 나간 지 5일 만이다. 복지부는 지난달 20일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자제 권고와 중증 폐 질환 의심 환자 모니터링 등의 대책을 내놨지만 ‘조치가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국내서 폐 손상 의심 환자가 보고되면서 우려가 커졌다. 이 때문에 첫 대책 발표 후 한달여 만에 더 강력한 대응 방향이 공개됐다.
지난달 미국 뉴저지 주의 한 상점 점원이 전자담배를 정리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미국 뉴저지 주의 한 상점 점원이 전자담배를 정리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정부의 새 대책은 액상형 전자담배를 제대로 규제하기 어려운 현행법안을 바꾸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재부ㆍ복지부는 담배의 법적 정의를 확대해서 연초 잎뿐 아니라 줄기ㆍ뿌리에서 추출한 니코틴 제품도 포함하기로 했다. 현재 판매되는 액상형 전자담배 제품 중 상당수는 연초 줄기나 뿌리에서 추출한 니코틴을 쓰고 있다. 담배 제조ㆍ수입사에는 담배와 그 연기에 포함된 성분ㆍ첨가물 등 정보 제출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청소년ㆍ여성을 흡연으로 끌어들이는 담배 내 가향물질 첨가도 단계적으로 금지한다는 목표다.
 
이는 모두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 내용으로, 정부는 올해 내 통과를 적극 추진한다고 밝혔다. 또한 복지부는 청소년 흡연 유발 등 공중 보건에 심각한 악영향이 우려되는 제품은 판매금지, 제품회수 등이 가능하도록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에 나서기로 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달 이러한 규정을 근거로 과일 향 등이 첨가된 ‘가향’ 액상형 전자담배를 판매 금지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정부는 액상형 전자담배의 유해성과 폐 손상과의 연관성 등에 대한 조사도 신속히 완료하기로 했다. 민ㆍ관 합동조사팀이 응급실과 호흡기내과를 찾은 환자 중 중증 폐 질환자 사례를 살펴보고 의심 사례를 찾아낸다는 계획이다. 식약처는 제품 회수, 판매 금지 등의 근거 마련을 위한 유해 성분 분석을 다음 달까지 완료한다. 액상에 들어있는 대마 성분(THC), 비타민 E 아세테이트 등 7개 주요 성분이 분석 대상이다. 질병관리본부는 내년 상반기 중으로 인체 유해성 분석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전자담배 기기. [중앙포토]

전자담배 기기. [중앙포토]

이 밖에도 전자담배 기기 무단 개조와 불법 배터리 판매 집중 단속, 수입되는 니코틴 액상에 대한 통관 절차 강화 등이 이뤄진다. 관세청 통관 시 니코틴 함량 1% 이상인 제품은 유독물질 수입 신고를 반드시 확인받게 된다. 연초 줄기ㆍ뿌리 추출 니코틴은 수출국 제조허가증 등을 제출해야 한다. 또한 청소년 대상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 행위를 강력하게 단속하고 불법 인터넷 광고 행위 등도 감시한다.
 
정부는 복지부 차관을 반장으로 하는 ‘액상형 전자담배 대응반’을 구성해서 이번 대책을 신속히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대응반에는 관계 부처 실장(1급)이 참여하게 된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미국과 우리나라에서 중증 폐 손상 및 사망 사례가 다수 발생한 심각한 상황이다. 국민의 생명,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국회 계류 중인 담배 안전관리 강화를 위한 법률안이 조속히 처리될 필요가 있다. 정부도 이에 적극적으로 협력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국회의사당 전경. [뉴스1]

국회의사당 전경. [뉴스1]

다만 이번 대책의 핵심인 법 개정은 여전히 ‘물음표’가 달려 있다. 여야 의원들의 미온적인 태도로 오랫동안 계류된 법안들이 많기 때문이다. 법 통과를 위해선 의원들의 초당적 협조가 필수적이다. 정부의 의지와 별개로 국회가 적극적으로 법안 논의에 나서야 한다는 숙제가 남았다. 법 개정이 무산될 경우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강력한 규제도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백유진 한림대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대한금연학회장)는 "담배사업법상 담배 정의부터 현실에 맞게 시급히 바꿔야 한다. 국민 건강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법을 통과시키지 않는 건 명백한 국회의 직무유기다"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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