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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로 옆 철제함 속 20대 백골 시신 "보험금 노린 계부가 살해"

중앙일보 2019.10.23 05:00
폭력 이미지. [중앙포토]

폭력 이미지. [중앙포토]

전북 임실에서 반백골 상태로 발견된 20대 변사체는 50대 계부가 살해 후 시신을 유기한 것으로 밝혀졌다. 계부는 사건 초기 "임실에 간 적도 없다"고 발뺌했다가 본인 승용차가 찍힌 도로 폐쇄회로TV(CCTV)가 나오자 "태양광 사업 부지를 보러 갔다"고 말을 뒤집었다. 그는 경찰 수사 내내 "의붓아들을 살해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검찰은 수억원의 보험금을 노린 계획 범죄로 결론 짓고 계부를 재판에 넘겼다. 
 

[사건추적]
전주지검, 살인·사체유기 50대 구속기소
전북 임실서 지적장애 20대 시신 발견
둔기 맞아 함몰골절…치사량 약물 검출
"안갔다"더니 CCTV 나오자 "태양광 보러…"
숨진 의붓아들 앞 2억5000만원 보험 가입
과거 前동거녀 보험금 타내려 사문서위조

전주지검은 22일 "살인·사체유기 혐의로 A씨(57)를 지난 18일 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달 3일 오후 6시 9분과 6시 51분 사이 임실군 성수면 월평리 인적 드문 농로 인근에서 중증 지적장애가 있는 의붓아들 B씨(20) 머리를 둔기로 수차례 내리쳐 살해한 뒤 버려진 철제함 속에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오전 목포 집 앞에서 B씨를 승용차에 태워 임실로 이동해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B씨 사망 원인은 둔기에 의한 머리 함몰골절 등 두부 손상이었다. 시신에서는 신경안정제·우울증치료제 등 치사량의 약물 3가지가 검출됐다. 검찰은 A씨가 의붓아들에게 약물을 먹여 정신을 잃게 한 뒤 둔기로 머리를 내리친 것으로 보고 있다.  
 
약물 이미지. [중앙포토]

약물 이미지. [중앙포토]

B씨 시신은 지난달 19일 행인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시신이 든 철제함 위에는 또 다른 철제함이 포개져 있었다. 사건 당일 임실에는 폭우가 쏟아져 시신이 발견될 때까지 16일간 범행 흔적 대부분이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애초 '유족' 신분으로 경찰의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A씨는 8년여 전 B씨 어머니를 만나 사실혼 관계를 이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경찰에서 "부동산중개업도 하고, 화물차 기사도 한다"고 얘기했지만, 고정된 직업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1차 조사에서 "임실에 간 사실이 없고, 아들은 가출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B씨 어머니는 지난달 5일 "아들이 없어졌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아들이 숨진 지 이틀 뒤였다. 
 
하지만 경찰은 A씨 승용차가 임실에서 찍힌 CCTV 등을 근거로 지난달 24일 그를 피의자로 체포했다. 경찰이 '당시 조수석에 누군가 타고 있었다'고 하자 A씨는 "(아들은 결코 태운 적 없고) 무전여행 중이라는 남자를 태웠다가 내려줬을 뿐"이라고 말을 바꿨다. 그러면서도 "임실에는 태양광 사업 부지를 물색하러 방문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후에도 A씨는 수차례 진술을 번복했다. 
 
임실경찰서는 지난 4일 A씨를 구속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A씨는 검찰에서는 아예 모든 조사를 거부하며 입을 닫았다.  
 
폭력 이미지. [중앙포토]

폭력 이미지. [중앙포토]

그러나 검찰은 범행 당일 도로 CCTV를 모두 확보해 정밀 분석한 결과 A씨가 의붓아들 B씨를 살해했다고 판단했다. CCTV 영상 화질을 개선하니 A씨 승용차 조수석에 탔던 남성은 B씨로 확인됐다. 더구나 범행 장소로 가기 전 몸이 축 늘어져 있던 B씨는 42분 만에 반대 방향으로 빠져나오는 승용차 안에서는 보이지 않았다. 
 
검찰은 A씨가 보험금을 노리고 범행을 꾸민 것으로 파악했다. 조사 결과 A씨는 범행 전 B씨 앞으로 보험에 가입했다. 사망 보험금은 2개 회사, 총 2억5000만원이었다. 수익자는 법정 상속인인 B씨 어머니지만, 검찰은 A씨가 B씨 어머니를 정신적으로 통제해 온 정황을 토대로 A씨를 사실상 '수익자'로 봤다. A씨는 범행 전날 상조회사와 장례 절차를 상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앞서 사기·존속상해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돼 실형을 3차례 살았다. 가장 최근인 2011년에는 제주에서 5년 가까이 행방불명된 전 동거녀의 예금과 보험금을 받기 위해 인감증명 등 문서를 위조·행사한 혐의(사문서위조·행사)로 기소돼 항소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A씨는 이 과정에서 보험사 등에 행방불명된 동거녀처럼 행세하거나 또 다른 여성에게 '회사에서 전화가 오면 동거녀인 것처럼 받아 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보험사 측에서 '남자 목소리 같다'고 하면 A씨는 "남성호르몬이 많이 나와 목소리가 남성화됐다고 병원에서 설명한다"고 속였다고 검찰 측은 밝혔다. 당시 경찰은 동거녀의 행방불명과 A씨의 연관성을 의심했지만, 증거는 못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용훈 전주지검 차장검사는 "이미 경찰 수사 단계에서 (의붓아들) 살인의 범행을 특정할 수 있을 정도의 증거를 찾았다"며 "(A씨 외에) 다른 사람이 범인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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