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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인사태풍…신동빈의 롯데는?

중앙일보 2019.10.23 05:00 경제 2면 지면보기

연말인사 앞둔 롯데그룹도 긴장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로 출근하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중앙포토]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로 출근하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중앙포토]

 

롯데도 유통부문 영업익 급감
신 회장 집유로 경영 리스크 걷혀
승진인사·인적쇄신 전망 갈려

“생각보다 강력한 인사에 깜짝 놀랐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단행한 인사를 두고 롯데그룹 계열사 관계자가 언급한 말이다. 이마트가 인적 쇄신을 시작하자 유통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이 21일 이갑수 이마트 대표이사(사장) 등 전체 미등기임원(40명)의 27.5%를 교체한 배경은 실적부진이다. 이마트는 지난 2분기 창립 26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신세계그룹 주요 계열사 올해 실적. 그래픽=차준홍 기자.

신세계그룹 주요 계열사 올해 실적. 그래픽=차준홍 기자.

 
롯데그룹 실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유통업계 전반이 쿠팡·티몬 등 이커머스(e-commerce)가 촉발한 유통 전쟁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온라인 쇼핑을 즐기는 소비자가 증가하면서 이커머스에게 확연히 밀리는 추세다. 롯데하이마트·롯데백화점도 오프라인 매장 운영에 필요한 인건비·수수료 등 판매비용이 증가하는 상황이다.
 

이마트, 롯데에 나비효과 주나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 올해 실적. 그래픽=차준홍 기자.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 올해 실적. 그래픽=차준홍 기자.

 
실제로 롯데그룹이 금융감독원에 공시한 상반기 실적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가 국내 28개 증권사 3분기 실적 전망치를 취합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롯데그룹 유통BU 실적은 전반적으로 좋지 않다.  
 
올해 1~3분기 롯데하이마트 영업이익(1730억→1197억원·3분기는 증권사 평균전망치)은 30.8% 감소할 전망이다. 같은 기간 롯데쇼핑도 매출(13조4223억→13조5331억원)은 거의 그대론데 영업이익(5067억→4758억원)은 줄었다. 영업이익률은 3.5%에 불과하다. 롯데홈쇼핑이 상반기 영업이익(664억원)을 개선(22.7%↑)한 것만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실적이 좋지 않다.
 
이원준 롯데그룹 유통BU장(앞줄 왼쪽 넷째). [사진 롯데그룹]

이원준 롯데그룹 유통BU장(앞줄 왼쪽 넷째). [사진 롯데그룹]

 
이원준 롯데그룹 유통BU장(부회장)은 3년 전 온라인 매장과 오프라인 매장을 통합하는 ‘옴니채널’ 전략을 추진했다. 하지만 쿠팡·티몬 등 이커머스에 밀리는 구도는 거의 그대로다. 롯데백화점·롯데슈퍼·롯데마트 사업조정도 홍보·재무 등 일부 부서를 제외하면 조정 속도가 더디다. 이원준 부회장의 등기이사 임기는 내년 3월 종료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롯데는 ‘양’, 신세계는 ‘질’ 측면에서 유통업을 선도하기 때문에 양사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며 “정용진 부회장이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한 만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핵심 인력의 세대교체라는 ‘나비효과’를 낳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주요 계열사 올해 실적 악화

 
석유화학공장 투자합작서 체결식에 참석한 김교현 롯데그룹 화학BU장(맨오른쪽). [사진 롯데케미칼]

석유화학공장 투자합작서 체결식에 참석한 김교현 롯데그룹 화학BU장(맨오른쪽). [사진 롯데케미칼]

 
유통BU와 함께 롯데그룹 사업구조 양대 축인 화학BU도 분위기가 안 좋다. 롯데케미칼 영업이익(1조8669억→9764억) 감소세는 그룹 상장사 중 가장 심각하다. 롯데정밀화학(1718억→1410억원·영업이익) 역시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신동빈 회장이 지난해 연말인사에서 화학BU장을 김교현 사장으로 교체했지만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진 못한 셈이다.
 
롯데그룹은 “롯데케미칼에서 생산한 중간재를 중국이 수입해서 미국에 완제품을 수출하는데,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하면서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는 롯데케미칼이 타격을 입었다”고 설명했다.
 
송용덕 롯데그룹 호텔서비스 BU장. [사진 롯데그룹]

송용덕 롯데그룹 호텔서비스 BU장. [사진 롯데그룹]

 
호텔·서비스BU 분위기도 비슷하다. 최대 사업장인 롯데면세점 실적이 부진해서다. 롯데면세점 2분기 영업익(713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반토막이 났다(-45.3%). 여기에 지난해 인천공항면세점 제1여객터미널 3개 매장 사업권을 반납하면서 시장 점유율(37.8%)도 하락했다. 2016년 롯데면세점 시장 점유율은 48.7%였다.
 
식품BU는 계열사별로 실적이 엇갈린다. 롯데푸드(662억→527억원·1~3분기)는 영업이익이 줄었고, 롯데제과(625억→864억원·1~3분기)는 개선했다. 신 회장이 지난해 이영호 사장을 식품BU장으로 선임한 만큼 당분간 수장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
 
이영호 롯데그룹 식품BU장. [뉴스원]

이영호 롯데그룹 식품BU장. [뉴스원]

 

“외부 인사 영입은 2015년 이미 실험”

 
다만 롯데그룹은 외부 변수가 상대적으로 실적에 영향을 크게 미쳤다는 점에서 이마트 수준의 인사교체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롯데주류 등 일부 계열사는 한·일 갈등 이후 실적이 감소했다. 유통BU 산하 주요 계열사 실적이 악화한 것도 중국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 사태가 계기였다. 또 화학BU 역시 미·중 무역분쟁의 영향을 받았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롯데도 유통 분야의 활로를 찾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며 “이마트가 최근 외부 인사를 영입해서 변화를 꾀하고 있는 것처럼, 롯데그룹도 외부 인사였던 김종인 부사장이 지난 2015년 롯데마트 대표이사를 맡아 이미 비슷한 실험을 했었다”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면담하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왼쪽부터 트럼프 대통령, 매슈 포틴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 김교현 롯데그룹 화학BU장, 조윤제 주미대사,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면담하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왼쪽부터 트럼프 대통령, 매슈 포틴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 김교현 롯데그룹 화학BU장, 조윤제 주미대사,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캡처]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했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7일 대법원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확정했다는 점도 중요한 변수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구속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한만큼 연말 인사에서 승진 등을 통해 숨을 고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또 다른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이 본격적으로 경영에 참여하면 연말 인사에서 인적쇄신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며 엇갈린 전망을 했다. 롯데그룹은 12월 중·하순경 내년 1월 1일자 정기 인사를 발표한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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