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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기업 뛰게 해야 경기침체 벗어난다

중앙일보 2019.10.23 00:40 종합 32면 지면보기
장정훈 산업 2팀 차장

장정훈 산업 2팀 차장

요즘 부쩍 일본형 장기 불황 우려가 높다. 실제로 징후는 곳곳에서 보인다. 최근 통계청 자료를 봐도 제조업 가동률이 10년 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져 있다. 증시에 상장된 기업들도 영업이익이 작년 대비 반 토막이 났다. 그나마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던 수출도 10개월 연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물가 상승률은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여기에 저출산, 고령화의 덫에 갇혀 잠재성장률마저 계속 추락 중이다. 당장 올해 경제성장률은 2% 턱걸이가 버거워 보인다. 내년부턴 1% 성장률 시대가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지만, 토를 다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정부는 그동안 기업과 가계의 민간 부문 부진을 재정 투입으로 방어해왔다. 그 결과 현 정부(2018~2020년)의 재정 투입 증가율은 신용카드 사태(2003년)나 금융위기(2009년)에 버금갈 정도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기업이나 가계는 활력을 찾지 못하고 경기 침체는 오히려 깊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저성장과 일자리, 저출산, 고령화 등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해 재정이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며 다시 한번 재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노트북을 열며 10/23

노트북을 열며 10/23

하지만 장기 불황을 겪은 일본을 봐도 재정만으론 경기를 살리는 데 분명한 한계가 있다. 일본은 지난 20년간 2만개 이상의 기업이 도산하고, 10%대 최악의 실업률, 20%가 넘는 자살률과 범죄율을 기록한 장기불황을 겪었다. 일본 정부는 이 기간에 막대한 재정을 투입했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채무만 200% 넘게 증가했을 뿐 경기를 회복시키는 데는 실패했다. 일본의 불황 탈출은 재정이 아니라 아베 정부의 법인세 인하, 노동·환경 규제 완화, 엔화 약세를 통한 수출 경쟁력 향상 등 3대 정책의 효과라는 게 정설이다.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경기 침체는 2017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통계청이 지난달 말 발표한 경기순환주기에 따르면 우리 경제는 2017년 9월 정점을 찍은 이후 24개월째 후퇴만 계속하는 상황이다. 마침 경제가 정점을 찍고 후퇴하기 시작한 2017년 9월은 현 정부의 경제정책이 본격화한 시점과 겹친다. 물론 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까지 현 정부 탓으로 몰기엔 무리가 있겠지만 무리한 최저임금 인상, 소득주도 성장, 52시간제와 노동시장 규제 같은 반기업 정책과 현재의 경기 침체는 무관치 않다. 정부가 경제를 이 기나긴 침체에서 벗어나게 하려면 재정 카드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일본의 예에서 보듯 결국 기업이 다시 뛰게 해야 한다.
 
장정훈 산업 2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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