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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청년들은 정당한 노력으로 인정받는 공정사회 원한다

중앙일보 2019.10.23 00:32 종합 33면 지면보기
김근태 서울대 집회 추진위원장 서울대 재료공학부 박사과정

김근태 서울대 집회 추진위원장 서울대 재료공학부 박사과정

조국 사태로 말미암아 민주화 세대의 위선이 드러났다. 문재인 정부는 조국 전 민정수석이 법무부 장관 후보로 지명된 이후 이를 규탄하는 젊은 세대의 외침을 무시하고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이에 분노한 청년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처음으로 교문을 넘어 광화문 광장으로 나갔다. 지금 우리 청년들은 현 정부의 기득권 세력이 외쳤던 공정 사회에 대한 실망과 배신감으로 다시 광장으로 나오고 있다.
 

조국 사태를 생각한다
조국 두둔한 문 정부에 신뢰 잃어
위선 아닌 공정으로 국정 이끌라

문재인 정권 들어서 국민과 청년들은 지도층 인사들의 표리부동한 모습을 계속해서 목도하고 있다. 이 정부는 기회는 평등할 것이고, 과정은 공정할 것이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임을 외치며 출발했다. 하지만 그들이 여태까지 보여준 것은 기득권에만 주어지는 기회, 배경 있는 자들에게만 주어지는 지름길, 온갖 편법을 통해 자신들만 공유하는 결과였다. 이 모든 것들을 단기간에 압축해서 보여준 것이 조국 전 장관 일가 관련 각종 의혹이다.
 
고위공직자 자녀가 본인의 입시를 위해 신생아의 혈액을 받아 수행한 연구를 사용하고, 유리한 점수를 얻기 위해 표창장과 인턴 기회를 받고, 다른 사람이라면 기회조차 얻을 수 없었을 장학금을 수천만 원 수령했다. 고위공직자가 사모펀드를 조성하고 친인척을 운용자로 두고, 공적 영역에서 사업하는 업체를 인수해 재산 증식을 꾀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일가족이 재단을 인수해 수십억의 재산 증식에 이용하고 이에 대한 법적 처벌을 피하기 위해 법의 빈틈을 정확히 파악해 편법으로 배상의 의무를 피해갔다는 의혹도 나왔다.
 
이 모든 의혹의 중심에 있는 조국 전 장관은 자신이 그 누구보다 정의롭고 온 세상 부정을 다 비판하는 모양새로 수많은 글을 발표했다. 그런데 그가 쏟아낸 신랄한 비판들이 이제 그 자신에게 적용되는 웃지 못할 상황을 목격하고 있다. 본인의 청문회에서는 본인의 비판 대상들과 마찬가지로 아니라고 잡아떼는 자세로 일관했다. 장관직에서 사퇴할 때도 입으로는 청년들에게 미안하다고 하면서도 20분 만에 교수 복직 신청을 하고 학생들 앞에 다시 서려고 한다. 그가 보여준 유일한 일관성이라면 신뢰를 깨뜨리는 언행 불일치 하나다. 국민과 청년들은 이런 조국 전 장관의 언행 불일치로 인해 그가 외쳐온 공정과 정의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
 
문제는 이 불신이 조국 전 장관에게만 향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수많은 부정과 비리의 의혹을 받는 존재를 국민의 반대 여론에도 임명 강행한 문재인 대통령, 그리고 조 전 장관을 옹호한 여당 인사들의 행동은 그동안 그들이 해온 말들과 일치하는 모습이 아니었다. 그들이 외치던 공정과 정의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일관되며 어떠한 것과도 양보할 수 없는 가치로서의 정의가 아닌 진영에 따라 달라지는 정의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던 대통령의 말, 원칙만은 절대 타협할 수 없다던 대통령의 말도 이제는 정당성을 잃어버렸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고 국민 위에 서는 권력이 없다던 문재인 정권의 말 속에서 더는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다. 로스쿨 학생들의 선언처럼 우리는 그들의 말이 그 무엇도 담보하지 못함을 알고 있다. 청년들이 원하는 것은 거짓과 위선이 아닌 공정을 바탕으로 운영되는 대한민국이다. 청년들이 광장에 나오기 시작한 이유는 평등·공정·정의라는 그럴듯한 말로 국민을 기만하고 뒤로는 기득권층의 성을 공고히 쌓는 위선을 더는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청년들은 구름 위에 가려진 용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가재·붕어·개구리가 아니다. 청년들은 계급화된 반쪽짜리 평등사회가 아니라 정당한 노력을 통한 성과가 제대로 인정받는 진정한 공정사회를 원한다.
 
김근태 서울대 집회 추진위원장·서울대 재료공학부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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