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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횡령 1억 넘으면 영장 발부…정경심 1억5000만원, 사유 충분”

중앙일보 2019.10.23 00:10 종합 3면 지면보기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전담 업무를 맡았던 전직 부장판사가 지금까지 나온 정경심(57) 동양대 교양학부 교수의 사모펀드 투자 의혹을 기준으로 구속돼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전 영장판사가 밝힌 내부 규정
입시비리도 중대한 범죄로 간주

2004년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전담 부장판사를 지낸 이충상(62·사법연수원 14기)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2일 중앙일보에 “법원 내부 규정상 횡령액 1억원 이상이면 구속영장이 발부된다”며 “회사 컨설팅 명목으로 1억5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난 정 교수는 구속 사유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이 교수가 밝힌 법원 내부 규정은 2004년 기준이다. 이 교수는 “현재 대법원 횡령 양형기준에도 기업의 지분을 많이 가진 사람에게 감경 요소가 적용된다”며 “법원 내부 규정이 과거보다 느슨해졌더라도 회사 경영과 거리가 먼 정 교수에게는 가중 처벌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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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고형곤)가 지난 3일 조국 전 장관 5촌 조카인 조범동(36)씨를 기소할 때 법원에 제출한 공소장에 따르면 정 교수는 경영 컨설팅 명목으로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 자금 1억5795만원을 횡령하는 데 가담한 것으로 나온다. 2017년 3월부터 2018년 9월까지 매월 860만원을 동생인 정모(56)씨 계좌로 받았다.
 
이 교수는 “코링크PE가 더블유에프엠(WFM)과 함께 2차 전지 사업을 추진했는데 영문학을 전공한 정 교수가 어떻게 컨설팅을 했겠느냐”며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남편을 등에 업고 컨설팅을 허위로 했다는 점은 명백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다만 조국 전 장관이 구속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전망했다. 조 전 장관이 코링크PE 투자에 직접 참여했다는 증거가 현재까지 나오지 않았고, ‘부부가 같이 범죄에 관여했을 경우 한쪽만 구속한다’는 검찰과 법원 내부 관행도 무시하지 못할 요소라는 것이다.
 
검찰이 정 교수에 대해 영장을 청구할 때 특정경제가중처벌법(특경법)상 횡령이 아니라 업무상 횡령을 적용한 점도 향후 법원 판단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요소다. 중요 범죄에 대한 피해액이 5억원 미만일 때 특경법이 아닌 업무상 횡령 혐의가 적용된다.
 
대법원 양형기준에 따르면 횡령액이 ‘1억원 이상 5억원 미만’일 경우 징역 1~2년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다만 ‘범죄수익을 의도적으로 은닉한 경우’ 가중 처벌 요소가 된다. 이번에 검찰이 청구한 영장 사유에도 ‘범죄 수익 은닉’ 혐의가 포함됐다. 정 교수의 동생 자택 압수수색 당시 나온 WFM 실물 주식 12만 주도 가중 요소로 적용될 가능성 있다.
 
법조계에선 법원이 정 교수의 입시 비리 혐의에 대해서도 영장을 발부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영장전담판사로 근무했던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법원은 입시 비리를 매우 중대한 범죄로 보고 있다”며 “표창장을 위조하고 허위 인턴증명서를 작성한 혐의를 검찰이 영장심사에서 소명한다면 영장이 발부될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직 판검사 출신을 중심으로 구성된 18명의 정 교수 변호인단은 총력을 다해 영장심사에 대비하고 있다. 수사 과정에선 검찰 특수부 출신의 홍기채·이인걸 변호사(법무법인 다전)가 대응해 왔지만, 영장심사부터는 판사 출신인 김종근·김강대 변호사(법무법인 LKB)가 전면에 나설 예정이다. 서울고등법원 형사부장 출신인 김종근 변호사는 조 전 장관의 서울대 법대 동기로 이재명 경기지사의 변호를 맡아왔다. 정 교수는 법원 내 진보 성향의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창립 멤버 이광범 변호사가 설립한 LKB에 재판의 모든 것을 맡겼다.
 
김민상·박태인·이수정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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