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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구조조정 수도권과 같은 기준? “지방 사립대 죽는다”

중앙일보 2019.10.23 00:04 종합 20면 지면보기
박백범 교육부 차관(오른쪽)이 지난 8월 정부 서울청사에서 2021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 기본계획 시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백범 교육부 차관(오른쪽)이 지난 8월 정부 서울청사에서 2021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 기본계획 시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충남의 A대학은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전국 150개 고교를 찾았다. 입시 정보를 제대로 접하지 못할 것으로 보이는 농어촌 지역 고교를 찾아 특성화 전략을 소개하고 진로 상담도 했다. 대전지역 한 대학 총장은 가끔 통학 버스 이용 학생들의 아침밥을 챙겨주고 졸업생이 개업한 식당에 가서 서빙도 했다. 대부분의 지방 사립대는 학생 유치를 위해 이런 노력을 하고 있다.
 

교육부 3차 기본역량진단 계획에
총장들 “정부가 책임 회피하는 것”
사립대총장협, 개선 요구사항 전달

이런 가운데 교육부가 3차(3주기) 대학구조조정(대학기본역량진단) 계획안을 발표하자 지방 사립대 반발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대학기본역량진단 계획이 시행되면 문 닫는 대학이 속출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교육부는 지난 8월 14일 계획을 발표하면서 “대학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지역대학을 더 많이 배려하며 대학의 평가부담을 완화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했다.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시장논리에 맡기겠다는 얘기였다.
 
지방 사립대 처지는 다르다. 최근 열린 한국사립대총장협의회 임원단 회의에서 총장들은 “대학 지원자의 수도권 쏠림 현상이 심해지고 있는데 구조개혁을 시장에만 맡기는 것은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회의에 참석했던 A대학 총장은 “수도권보다 지방대, 국립대보다 사립대, 일반대보다 전문대, 대규모 대학보다 소규모 대학이 불리한 대책이라는 데 대학들간 이견이 없었다”며 “지역의 교육과 경제를 이끄는 지방대학이 쇠퇴하면 지방의 공동화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현행 입학정원(49만여 명)이 유지되면 2024년 입학 자원은 정원보다 12만여 명이 적게 된다. 이렇게 되면 지방의 180개 대학이 신입생 충원을 못 할 것으로 분석된다.
 
지방 사립대는 진단 계획의 대대적인 보완을 요구했다. 우선 “입학 자원이 줄었으니 ‘정원외’ 모집정원 제도를 폐지하거나 정원내 선발로 흡수할 것”을 요청했다. 충남지역 한 사립대 관계자는 “입학 자원 자체가 크게 줄었는데 정원외 선발 비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수도권 대학에 특혜를 주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정원외 모집 비율은 대학 입학 자원이 50만 명인 올해나 68만 명이었던 2012년이나 13%로 같다. 정원외 특별전형으로는 재외국민과 외국인(북한이탈 주민 포함), 농어촌과 도서·벽지의 학생 등을 선발한다.
 
만약 정원외 전형을 유지한다면 정원외 입학생도 충원율에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충남지역 대학 관계자는 “진단 결과에 따른 재정지원 혜택은 모든 재학생이 다 받는 만큼 정원 외 재학생도 재학생 충원율에 당연히 들어가야 한다”며 “현재 전임교원 확보율과 교육비 환원율 산정에는 정원 내외 구분 없이 모든 재학생을 반영하지만, 재학생 충원율 산정 시에는 정원 내 재학생만 포함해 모순”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재학생 충원율은 국·공립대, 사립대, 국립대 법인, 수도권·비수도권 등으로 구분해서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 교육부는 대학기본역량진단 지표 중 재학생 충원율 비중을 확대(기존 배점 6점에서 10점으로)하고, 이를 일반재정지원대학 선정에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한국사립대총장협의회 임원단은 이런 요구사항을 지난 9월 25일 교육부에 전달하고 기본계획 확정 발표 연기를 요청했다.
 
교육부는 당초 이달 안으로 대학기본역량진단 계획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지방 사립대 등의 반발로 확정 발표 시점을 늦춘 것으로 알려졌다.
 
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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