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게 성악은 고급 예술 아니라 좋은 발성의 기초

중앙일보 2019.10.23 00:04 종합 25면 지면보기
뮤지컬, 클래식, 가요 등을 넘나들며 활동하는 카이. ’선례와 장르를 넘어 그저 노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24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콘서트를 연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뮤지컬, 클래식, 가요 등을 넘나들며 활동하는 카이. ’선례와 장르를 넘어 그저 노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24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콘서트를 연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뮤지컬 배우 카이의 올해 출연작은 네 편이다. ‘팬텀’의 팬텀, ‘엑스칼리버’의 아더, ‘벤허’의 벤허, 그리고 다음 달 16일 막을 올리는 ‘레베카’의 막심 드 윈터까지 대형 뮤지컬의 주연으로 한 해를 꽉 채웠다. 최소 3개월씩 공연되는 작품이니 올해 공백 없이 무대에 선 셈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2011년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로 정식 데뷔한 이래 매년 3~4편의 작품에 출연해왔다. “무대에 갈증이 있었다.”  21일 만난 카이는 이토록 숨가쁘게 달려온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다른 배우들은 앙상블·조연 등으로 시작했는데 나는 서른이 넘어 데뷔했다”며 “이젠 무대에 서야 스트레스가 풀리는 정도가 됐다”고 말했다.
 

올해만 뮤지컬 네 편 주연한 카이
클래식·가요 아울러 단독콘서트

카이는 서울예고와 서울대 성악과를 졸업했다. 같은 대학에서 석사를 마치고 현재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그래서 뮤지컬 무대 데뷔 때부터 서울대 성악과 출신의 배우로 조명을 받았다. 그 이력은 한편으로 극복해야 할 대상이기도 했다.
 
“클래식 음악을 전공했다는 이유로 초창기엔 도련님 이미지의 조역을 주로 맡았다. 사람들은 내게 성악했던 기반을 버려야 뮤지컬 캐릭터의 다양성이 살아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카이는 그 이력을 그대로 가지고 가기로 했다. “성악은 단지 고급스러운 예술이 아니고, 좋은 발성의 기초라고 생각한다. 돈 주고도 구하기 힘든 무기였다.”
 
그는 자신의 한계를 극복한 첫 작품으로 2017년의 ‘벤허’를 꼽는다. “연기를 지독하게 배우고 노래의 스타일을 다듬어 완성도를 높였다. 내 앞에 있던 보이지 않던 벽이 뚫린 것 같았다.” 이후 맡은 배역의 색채가 다양해졌다. ‘더 라스트 키스’의 황태자, ‘프랑켄슈타인’의 앙리 뒤프레, ‘엑스칼리버’의 아더 등이다.
 
다양한 감정 표현은 그가 새로 찾은 돌파구다. “클래식을 할 때는 이만큼 능동적으로 감정을 표현해보지 못했다”는 그는 “일상생활에서 얻은 스트레스와 묵은 감정을 뮤지컬 무대 위에서 푼다”고 말했다.
 
‘진영’에 대한 고민도 정리했다. “뮤지컬 쪽에서는 내 노래가 너무 클래시컬하다 하고 클래식 하는 사람들은 극단적으로 대중적이라 생각한다”며 “그 사이가 아주 멀지만 나는 그 어디쯤 있는 ‘노래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카이는 성악가와 뮤지컬 배우라는 틀을 벗어나 ‘노래하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보여줄 콘서트 ‘카이의 서울 클래식’을 24일 연다. 오후 8시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슈만의 ‘헌정’, 뮤지컬 음악들, 최근 낸 앨범 속 노래를 들려줄 예정이다. 그의 요즘 관심사는 한국 가수가 외국에서 부를 수 있는 노래들이다. 창작곡 ‘너의 아리랑’, 옛 가요인 ‘애모’와 ‘향수’ 등을 편곡해 앨범을 냈다. 그는 “한국의 정서가 녹아 있으면서도 세계로 나갈 수 있는 노래를 앞으로도 발전시키고 싶다”고 했다.
 
이번 콘서트는 노래 여정을 펼쳐보이는 무대다. 방송국 합창단원이던 유치원 시절 녹음한 적이 있는 동요 ‘참새 두 마리’로 시작해 클래식 음악, 뮤지컬, 대중가요 어느 쪽에도 온전히 속하지 않는 그를 보여준다. “2008년 데뷔할 때 그렸던 모습을 200% 달성했다. 새로운 걸 찾아야 한다는 강박을 이제 버렸다.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는 일, 음악을 대하는 일 자체에서 기쁨을 느끼려고 한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