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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대출 금리 되레 올렸다, 은행의 ‘역주행’

중앙일보 2019.10.23 00:03 경제 1면 지면보기
시장금리는 제자리인데,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뛴 은행들이 있다. 대출이 빠르게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가산금리를 올리거나 우대금리를 축소한 탓이다.
 

하나 0.567%P, 농협 0.3%P 올려
신규 대출자 한해 우대금리 축소
당국 가계대출 억제에 속도조절
기준금리 내렸는데 소비자 당황

22일 은행권에 따르면 KEB하나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에 연동된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3.328~4.628%로, 한 달 전보다 0.567%포인트 상승했다. 이 은행의 신잔액 기준 코픽스 연동 대출 금리 역시 한 달 새 0.577%포인트 올랐다. 그 결과 한 달 전까지는 은행권 최저(연 2.481~3.781%)였던 신잔액 코픽스 연동 상품의 금리가 가장 높은 수준(연 3.058~ 4.358%)으로 뛰었다. 신잔액 기준 코픽스는 기존 잔액 기준 코픽스의 계산법을 바꿔 7월에 새로 도입한 코픽스다.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보다 천천히 오르거나 내린다.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 은행 관계자는 “다른 은행과 달리 혼합형(초기 5년 고정금리) 대출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높은 현상이 나타나서, 이를 막기 위해 9월 25일자로 가산금리 체계를 변경했다”며 “변동형 대출의 가산금리 중 신용등급 등에 따른 감면 폭을 0.5%포인트가량 축소했다”고 말했다. ‘고정금리<변동금리’라는 독특한 시장 상황에 맞춰 상품별로 적용되는 우대금리 폭을 조정했다는 설명이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기준금리+가산금리’로 결정된다. KEB하나은행이 가산금리를 조정하면서 결과적으로 변동형 대출금리가 그만큼 상승했다.  
 
하나은행 측은 “우대금리 축소로 높아진 금리는 신규 대출에만 적용되는 데다 고정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아지게 되면서 신규 대출을 고정금리로 유도하는 효과도 기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은행 역시 코픽스 연동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인상했다. 9월 26일 우대금리 총한도를 0.3%포인트 축소하면서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최저금리가 0.3%포인트 올라갔다. 기존에 농협은행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 연동 대출 금리는 연 2.51~4.02%로 낮은 수준이었지만 우대금리 조정과 코픽스 인상을 거쳐 현재는 2.86~4.07%로 국민은행보다 높다. 이 은행 관계자는 “농협은행의 가계여신 증가속도가 은행권에서 가장 가파르다”며 “대출 증가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 우대금리를 축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5대 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은행)의 9월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599조385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말과 비교해 5.09%나 증가했다. 금융위원회의 올 한해 관리 목표인 5%를 3분기 만에 이미 넘어섰다. 금융당국의 눈치를 봐야 하는 은행으로서는 가계대출 증가세를 가급적 억눌러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효과적인 수요 조절 수단은 가격(금리)이다. 특히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낮은 편이었던 두 은행이 먼저 금리를 높이는 방식으로 대출 수요 줄이기에 나선 것이다.
 
지난 16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뒤 변동형 대출 금리가 떨어지길 기다렸던 예비 대출자들에겐 아쉬운 소식이다. 은행이 가산금리·우대금리를 미리 조정해놓은 탓에 다음달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가 하락하더라도 대출 금리는 최저 2%대 후반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가산·우대금리 조정이 다른 은행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있다. 내년부터 은행에 ‘신 예대율’이 도입되면서 가계대출에는 기업대출보다 높은 가중치가 적용된다(가계 115%, 기업 85%). 가계대출 비중이 높은 은행들은 예대율(예수금 대비 대출금 비율) 100%를 넘길 위기에 처했기 때문에 가계대출을 늘리지 않기 위해 고심 중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가계대출 비중이 큰 대형은행은 가계대출 증가를 최대한 억제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기준금리가 내려가고 있지만 가계대출 소비자는 대출 관련 각종 규제로 인해 사실상 혜택을 보기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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