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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집중(施善集中)] 고령화·핵가족시대 기부문화 활성화 위해 관련법 제·개정 시급

중앙일보 2019.10.23 00:02 부동산 및 광고특집 3면 지면보기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20년에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중이 15.7%, 2025년에는 20%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또 2025년에는 전체 인구구성의 31.3%를 1인가구가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자선단체협의회
미·영 등 선진국 유산기부 문화 캠페인 확산
우리나라 유산기부 비율 0.5% 내외로 미미
"기부 땐 상속세 감면 등 정책적 지원 필요”

우리나라의 경우 IMF 외환위기 이후 소득계층 간의 부의 양극화가 지속되며 초고령사회로 진입해 복지수요의 총량이 확대돼 왔다. 일자리 부족과 부의 양극화 심화 등 사회적 문제들은 정부의 힘으로만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자선단체·공익법인 등 민간단체들과의 협력을 통해 해결하기 위한 복지다원주의로의 변화 추구가 필요하다. 특히 부의 양극화 심화, 취업난 등 각종 사회적 문제가 증가하는 상황을 비춰볼 때 유산 등 개인 자산을 공적 영역, 즉 사회에 환원하는 기부를 통해 비영리섹터 확대 및 일자리 창출을 도모해야 하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령화시대·핵가족시대에 유산기부는 점점 증가할 것이고, 부의 양극화 해소 및 기부문화 활성화를 위해 관련 법 제정 및 개정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유산기부는 사후 자신의 재산 일부를 공익을 위해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다. 사적 영역의 재산이 공적 영역의 재산으로 바뀌어 사회 전체적으로 유익하다고 할 수 있다. 정부가 모든 공공 부분을 직접 지원하는 것은 다원화 측면에서 한계가 있으므로 정부의 직접지원이 아닌 기부금에 대해서 조세 혜택을 주고 간접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가 미처 챙기지 못한 복지의 사각지대도 기부가 메워줄 수 있다. 선진국이 기부자에게  세제 혜택을 주는 이유다. 복지 영역에 민간의 참여를 확대하고 있는 건 세계적인 트렌드다. 선진국에선 사회복지·문화·예술·교육·종교·자선·학술활동 같은 공익 목적의 활동을 민간 영역에 맡기는 게 정부가 하는 것보다 효율적이라고 보고 있다.
 
국가에서 소외계층을 위해 지원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예산을 통해 사회적 약자에게 직접 지원하는 방법과 비영리단체 등을 통해 국가를 대신해 소외된 약자들을 지원하는 간접적인 방법이 있다. 이 중에서 후자는 기부를 통해 주로 이뤄지게 되는데, 약자를 위해 지원하는 기부는 세제 지원을 통해 활성화할 수 있다.
 
우리나라 정부 예산은 최근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보건·복지·고용 분야의 예산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정부의 총지출예산이 2012년 325조4000억원에서 올해 469조6000억원으로 44.3% 증가한 반면, 보건·복지·고용 분야의 예산은 2012년 92조6000억원에서 올해 161조원으로 73.8% 증가했다. 특히 올해 예산에서 사회복지 분야는 최대 증액 분야(+16조4000억원)이고, 총지출 대비 34.3%를 차지하고 있다.
 
사회복지 분야의 재정 부담이 커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민간 자원으로서의 기부금이 활성화되면 사회복지와 관련된 국가의 부담이 그만큼 감소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조세부담률과 사회복지 지출 규모는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으로 자선과 기부를 통한 사회복지의 실현이 중요하므로 유산기부를 활성화하기 위한 세제 혜택 등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미국에선 억만장자 40명이 유산기부 문화 확산에 동참

미국의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은 유산기부는 부의 양극화라는 자본주의의 모순을 완화하려는 노력이며,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말한다. 기부 선진국인 미국·영국에서 부의 양극화, 소득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와 민간이 하는 역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경우, 2010년 6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와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등 억만장자 40명이 유산기부 문화 확산을 위해 ‘기부 서약(The giving pledge) 운동’을 시작했다. 재산의 절반을 사회에 기부하자는 취지였다. 2017년 기준, 총 158명이 서명했다. 금액은 무려 7860억 달러(약 83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에서는 2011년 11월 금융 컨설팅업체 핀스버리(금융컨설팅기관) 창업자 롤랜드 러드가 영국인 10%가 자발적으로 유산의 10% 기부를 서약하는 유산기부 캠페인 ‘레거시(Legacy) 10’을 제창했다. 영국 정부는 재산의 10%를 자선단체에 기부하면 상속세 10%를 경감해주는 특례제도를 두고 있다. 2017년 영국의 유산기부로 모집된 금액은 총 22억4000만 파운드(약 3조 3000억원)에 달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기부금 추계 방식으로는 정확한 유산기부 규모를 파악하기 어려우나, 일반적으로 선진국에 비해 미미한 수준으로으로 추정된다. 국세청이 발표한 ‘개인 상속·증여 기부율’이 0.46%였던 점을 근거로 전체 기부 중 유산기부의 비율은 0.5% 내외로 추정하고 있다.
 
한국·영국·미국 유산기부 비중 현황 표에서 볼 수 있듯이 영국과 한국의 전체 기부금은 각 13조2000억원, 12조9000억원으로 별 차이가 없다. 그러나 유산기부가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각 25%와 0.5%로 큰 차이를 보인다. 영국은 부유층에 대한 상속세 감면을 통해 사회적 환원으로 부의 되물림이 완화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부의 양극화 해소 및 기부 문화 활성화를 위한 법 개정이 절실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개인과 법인의 기부금 총액을 기준으로 2007년 8조7631억원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해 2017년에는 12조9537억원에 달하며 기부 등 나눔에 대한 관심이 확산돼 왔다. 이처럼 기부 규모는 증가하고 있는 데 반해  GDP 대비 기부금 비중은 2007년 0.84%에서 2017년에는 0.75%로 낮아졌다.
 
지난 8월 한국자선단체협의회가 한국갤럽을 통해 전국 50세 이상 10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우리나라 국민의 유산기부 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유산기부 의향은 26.3%으로 나타났다. 또  개인 재산의 10%를 기부하면 상속세 10%를 경감해주는 유산기부법을 제정할 경우, 응답자의 51.6%가 유산기부를 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소득계층에 상관없이 전 계층에서 50% 이상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부의 사회 환원이 실제 기부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국가적 차원에서 법적 근거 마련 및 제도적 뒷받침을 위해 유산기부 활성화 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유산기부 입법화 움직임

최근엔 국내에서도 유산기부 입법화 움직임이 있다. ▶영국처럼 공익법인 등에 재산의 10%를 기부하는 경우 상속재산에 대한 상속세 10%를 감면 ▶주택연금처럼 기부연금제도를 도입 ▶유산기부자 유족의 재단 설립 및 활동 제한 완화 ▶유언장 작성 절차 간소화 등 다양한 개선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유산기부 입법화 필요성 제기와 더불어 우리나라도 최근 자선단체들이 연합해 유산기부 인식개선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유산기부에 대한 입법화 노력과 함께 민간단체들의 인식 개선 운동이 필요하다. 유산기부 입법화가 잘 된 영국의 경우, 먼저 민간에서 2000년에 유산기부 문화 캠페인을 전개했고, 이어 영국 정부가 2012년 4월부터 유산의 최소 10%를 기부하면 상속세 10%를 감면받을 수 있도록 했다.
 
기부의 힘은 한 사람의 기부만으로 끝나지 않고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기부 문화는 사회가 선순환 구조로 가는 시작점이다. 한국자선단체협의회 이일하 이사장은 “상속세 감면 등 세제 혜택을 통해 사회지도층 및 부유층의 자발적인 고액 기부, 유산기부를 유도하고 확충된 재원으로 정부 차원에서 미치지 못하는 복지 사각지대, 환경, 문화, 의료 등 사회적 공급과 서비스 확대를 통해 사회 공익 실현과 사회적 공동체의식을 고취시키는 차원에서 유산기부 입법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문재인 정부의 100대 과제 공약 중 ‘일자리 창출’ ‘기부문화 활성화’가 있다. 공약이 반드시 실천되기를 바라며, 공약 이행을 위해 ‘유산기부법’ 제정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앙일보디자인=김승수 기자 kim.se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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