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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판 없이 셰프 맘대로…부위별 코스로 즐기는 고기

중앙일보 2019.10.22 05:01 종합 20면 지면보기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레스토랑 '모퉁이우 라이프'에서 선보이는 한우 오마카세 요리. 셰프가 불판에서 고기를 구워 개인 접시에 조금씩 담아준다. 장진영 기자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레스토랑 '모퉁이우 라이프'에서 선보이는 한우 오마카세 요리. 셰프가 불판에서 고기를 구워 개인 접시에 조금씩 담아준다. 장진영 기자

최근 1년 사이 청담동을 중심으로 ‘한우 오마카세’ 식당이 인기다. ‘오마카세(おまかせ)’란 ‘믿고 맡긴다’는 일본어로 주방장에게 오늘 식사 메뉴를 일임한다는 의미다. 우리말로는 ‘주방장 추천 한우 코스 요리’다.  
이들 식당에는 메뉴판이 없다. 보통 10여 종류의 요리가 차례대로 나오는데 안심·등심을 중심으로 다양한 고기 부위와 함께 샐러드·반찬·밥·국 등 여러 종류 음식들이 제공된다. 이때 나오는 음식들은 대부분 제철 식재료를 이용해 세프들이 개발한 창작 요리들이다. 셰프 입장에선 매번 여러 가지 음식을 만들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그만큼 새 메뉴 개발에 집중해 자신의 요리 수준을 높일 기회기도 하다. 고기를 굽는 것도 셰프의 몫이다. 손님 앞에서 불판에 따로 구워 개인 접시에 조금씩 담아준다. 각각의 요리마다 여러 종류의 술을 함께 곁들이도록 하는 것도 이들 식당의 특징이다.  

다양한 고기 부위 조금씩 골고루 맛보는 게 장점
제철식재료 이용한 셰프 창작 요리들도 곁들여
와인·위스키·전통주 등 코스마다 다른 술 조합도

청담동의 대표적인 고기 코스 요리 식당들을 찾아가 봤다.              
 

모퉁이우 라이프, 셰프 창작 요리 매력적

레스토랑 '모퉁이우 라이프'의 실내 풍경. 대형 샹들리에와 반원형 긴 바가 놓인 인테리어가 모던해 보인다. 장진영 기자

레스토랑 '모퉁이우 라이프'의 실내 풍경. 대형 샹들리에와 반원형 긴 바가 놓인 인테리어가 모던해 보인다. 장진영 기자

2개의 커다란 샹들리에를 중심으로 검정색 긴 바가 놓인 라이프는 인테리어가 꽤 모던하다. 제공되는 코스 요리는 14~16가지로 길다. 식재료 조합과 맛, 조리법까지 모두 독특한데 한식과 프렌치를 전공한 김호윤 셰프가 직접 개발한 것들이다. 예를 들어 최근 선보인 ‘초개면’은 빨간색 고추면을 사용한다. 김 셰프의 아이디어로 30년 된 거창 국수 공장에서 반죽에 빻은 고춧가루를 넣어 만든다. 김 셰프는 “다양한 고기 부위를 제공하는 건 식당마다 비슷하다”며 “그래서 셰프의 창작요리가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말 그대로 셰프를 믿고 가는 식당이 돼야 한다는 말이다.  
'모퉁이우 라이프' 김호윤 셰프가 개발한 초개국수. 밀가루 반죽에 빻은 고춧가루를 넣어 만든 고추면을 사용해 면발 색이 불그레 하고 매운 맛도 난다. 칡소 양지 육수를 붓고, 위에는 아롱사태 편육을 올렸다. 장진영 기자

'모퉁이우 라이프' 김호윤 셰프가 개발한 초개국수. 밀가루 반죽에 빻은 고춧가루를 넣어 만든 고추면을 사용해 면발 색이 불그레 하고 매운 맛도 난다. 칡소 양지 육수를 붓고, 위에는 아롱사태 편육을 올렸다. 장진영 기자

모퉁이우 라이프에선 한국 도예작가들에게 주문제작한 독특하고 모던한 디자인의 그릇들을 쓴다. 미식의 여러 단계 중 하나인 '보는 즐거움'을 위해서다. 장진영 기자

모퉁이우 라이프에선 한국 도예작가들에게 주문제작한 독특하고 모던한 디자인의 그릇들을 쓴다. 미식의 여러 단계 중 하나인 '보는 즐거움'을 위해서다. 장진영 기자

고기집이지만 김 세프는 해산물도 많이 사용한다. 최상의 술 페어링을 위해서다. “미식을 말할 때 술은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죠. 왼손·오른손이 함께 피아노 건반을 두드려야 멋진 음악이 연주되는 것처럼 술과 음식이 최상의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게 제 목표입니다.”  
코스 요리에서 처음부터 술과 고기를 제공하는 건 헤비 로커가 먼저 등장한 공연과 같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래서 김 셰프는 샴페인·와인·전통주까지 다양한 술에 어울리도록 고기는 물론 각종 해산물·채소 요리를 적절한 타이밍에 내놓는다. 김 셰프의 음식은 그릇도 특별하다. 한국 도예 작가들과 함께 라이프만을 위한 그릇을 주문·제작해 고객이 ‘특별한 서비스를 받고 있다’는 기분이 들도록 모든 걸 세팅해 놓았다.      
 

꿰뚫, 드라이 에이징 한우 & 프라이빗 룸 

'꿰뚫'의 셰프가 오늘 식사에 사용될 다양한 고기 부위들을 소개하고 있다. 서정민 기자

'꿰뚫'의 셰프가 오늘 식사에 사용될 다양한 고기 부위들을 소개하고 있다. 서정민 기자

꿰뚫은 드라이 에이징한 한우를 사용한다. 다른 식당들과의 차별화 전략이다. 드라이 에이징을 하면 고기 표면은 바싹 마르기 때문에 비싼 한우라도 원래 크기의 40%를 버려야 한다. 한우 드라이 에이징을 웬만해선 못하는 이유다. 신우종 대표는 “약 2개월 간 숙성·발효를 거치면 한우 고유의 맛에 드라이 에이징 특유의 독특한 풍미까지 얹어져 훨씬 연하고 맛있는 고기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드라이 에이징에는 전문 기술과 노하우가 필요하다. 꿰뚫의 드라이 에이징은 15년 경력의 ‘서동한우’ 유이신 대표와 드라이 에이징 전문학교 ‘바이에른 식육학교’ 정권호 교수가 책임지고 있다.  
'꿰뚫'에서 고기 요리 중간 중간에 제공되는 다양한 음식 중 하나. 육회를 밑에 깔고 치즈와 채소, 트러플을 올렸다. 서정민 기자

'꿰뚫'에서 고기 요리 중간 중간에 제공되는 다양한 음식 중 하나. 육회를 밑에 깔고 치즈와 채소, 트러플을 올렸다. 서정민 기자

'꿰뚫' 셰프가 직접 만든 백향과(패션 후르츠) 셔벗. 과일을 반으로 잘라 과육을 퍼내고 셔벗을 채워놓은 아이디어가 재밌다. 서정민 기자

'꿰뚫' 셰프가 직접 만든 백향과(패션 후르츠) 셔벗. 과일을 반으로 잘라 과육을 퍼내고 셔벗을 채워놓은 아이디어가 재밌다. 서정민 기자

드라이 에이징 고기는 원래 서양에서 스테이크를 맛있게 먹기 위해 고안한 방법이다. 때문에 구이에 적당하다. 꿰뚫에서도 10여 단계 코스 중 구이 요리는 드라이 에이징 한우를 쓰고, 육포·찜·스시·탕 등 나머지 코스 요리에는 일반 생육을 쓴다.    
신 대표는 고기 코스 요리 식당의 장점을 “소통”이라며 “서양식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에선 우리에게 익숙지 않은 요리들이 나오기 때문에 셰프의 말을 듣고만 있지만, 고기는 모두가 아는 맛이라 셰프와 의견을 주고받으며 미식가로서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단골 중에는 전문직 남성들이 많다”며 “불판 앞에서 누군가는 계속 고기를 뒤집어야 하는 시끌벅적한 식당을 피해 좋아하는 고기도 먹으면서 우아하고 차분하게 대화하기 좋은 공간으로 많이 찾는다”고 했다. 꿰뚫은 홀 좌석 없이 4인~10인용 프라이빗 룸 4개만 운영하고 있다.      
역시 이곳에서도 술은 중요한 요소인데 화이트·레드 와인만 준비해 놓았다. 드라이 에이징한 고기는 프랑스 블루치즈와 비슷한 향과 맛을 내기 때문에 최상의 마리아주는 와인이 제격이라고 판단해서다.  
 

포터하우스, 두툼한 미국산 쇠고기 스테이크 코스 

'포터하우스'에서 선보인 T본 스테이크. T자를 중심으로 안심과 등심이 같이 있는 이 부위를 유럽에선 T본, 미국에선 포터하우스라고 부른다. 서정민 기자

'포터하우스'에서 선보인 T본 스테이크. T자를 중심으로 안심과 등심이 같이 있는 이 부위를 유럽에선 T본, 미국에선 포터하우스라고 부른다. 서정민 기자

포터하우스는 미국산 드라이 에이징 쇠고기를 선보이는 곳으로 이형석, 장광준, 최원엽, 박정식 4명의 대표가 공동운영한다. 미국 뉴저지에서 스테이크 하우스를 10년 넘게 운영하고 있는 이형석 대표의 네트워크로 미국 내 최상등급인 프라임급 고기를 수입하고 있다는 게 이곳의 자부심이다. 상호명이 포터하우스인 이유도 안심과 등심이 맞붙은 T본을 미국에선 ‘포터하우스’라고 부르기 때문이다.  
포터하우스는 일종의 정육식당이다. 아파트 단지 내 작은 정육점을 차리고 도소매 영업을 함께 하고 있다. 드라이 에이징도 직접 한다. 최근에는 호텔 안다즈 강남 2층 조각보 식당에 고기 납품을 시작했다. 장 대표는 “미국에 갔을 때 유명 드라이 에이징 냉장고에서 ‘조지 클루니’라고 쓰인 이름표를 봤다”며 “자신의 취향대로 드라이 에이징을 의뢰하고 구매하는 미식가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포터하우스'에서 스테이크 요리와 곁들일 수 있도록 제공한 아스파라거스 요리. 서정민 기자.

'포터하우스'에서 스테이크 요리와 곁들일 수 있도록 제공한 아스파라거스 요리. 서정민 기자.

'포터하우스'에선 술 페어링도 미국식으로 제안한다. 스테이크와 와인을 먼저 즐기다, 마지막을 버번 위스키 한 잔으로 마무리하는 방법이다. 서정민 기자

'포터하우스'에선 술 페어링도 미국식으로 제안한다. 스테이크와 와인을 먼저 즐기다, 마지막을 버번 위스키 한 잔으로 마무리하는 방법이다. 서정민 기자

식당은 예약제로 6인 이상 한 팀만 받고 있다. 컨셉트는 ‘스테이크 전문 코스 요리’다. 수프·전채요리 후 안심·포터하우스(안심과 채끝등심)·토마호크(등심)를 순서대로 구워 내고, 중간에 아스파라거스·버섯요리 등을, 마지막에 한식 밥상을 제공한다.  
접시 차림은 시각적으로 꽤 남성적이다. 일단 고기가 두툼하다. 이형석 대표는 “고기가 얇으면 구울 때 풍미와 육즙이 다 날아가 버리기 때문에 미국에선 고기가 두꺼울수록 맛있다고 평한다”며 “우린 1.5~2인치(3.8~5cm) 두께로 내고 있다”고 했다. 포터하우스를 뼈째 접시에 내놓기도 한다.    
술 페어링 역시 미국식으로 준비했다. 이 대표는 “미국 신사들은 와인이랑 스테이크를 먹다가 버번 위스키로 마무리를 한다”며 “고기 향과 버번 위스키 향의 조합이 매력적”이라고 추천했다.    
글=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사진=장진영·서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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