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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음식 맵게, 잠 안 재워···첫 20시간 논스톱 운항 버틴 비결

중앙일보 2019.10.22 05:00
인천공항에서 직항 노선을 타고 유럽을 가본 이들은 알 것이다. 12~13시간의 비행기 탑승이 얼마나 고역인지를. 좌석이 아무리 편하다 해도 장거리 비행 노선을 이용하는 건 많은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 
12시간 탑승도 견디기 힘든데, 거의 하룻동안 비행기 안에 '갇힌' 채 이동해야 하는 느낌은 어떨까.  
블룸버그 통신 기자가 20시간 논스톱 여객기 탑승에 도전했다. 세계 최초의 기록이다. 이 기록은 호주 콴타스(QANTAS) 항공의 도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블룸버그통신 기자 "세계 최초로 20시간 비행을 마쳤다"

콴타스항공은 2022년부터 시드니~뉴욕, 시드니~런던까지 직항 노선 운항을 시도하고 있다. [콴타스항공 홈페이지]

콴타스항공은 2022년부터 시드니~뉴욕, 시드니~런던까지 직항 노선 운항을 시도하고 있다. [콴타스항공 홈페이지]

 
현재 세계에서 가장 긴 직항노선은 싱가포르에서 뉴욕까지 운항하는 싱가포르에어 노선이다. 거리 1만5289㎞. 경유지를 거치지 않고 여객기가 비행할 수 있는 운항거리는 약 1만5000㎞다. 더 긴 노선을 가려면 반드시 경유지를 거쳐야 한다. 
 

콴타스 항공은 직항 운항거리를 1만7000㎞까지 늘리는 도전에 나섰다. 경유지를 거치지 않고 지구를 반바퀴 가까이 도는 것이다. 콴타스 항공은 2022년까지 시드니~뉴욕(1만6200㎞)과 시드니~런던(1만7000㎞) 직항노선을 만들기로 했다. 그렇게 되면 시드니~뉴욕 노선의 경우 캐나다 밴쿠버 공항이나 미국 포트워스 공항을 경유할 필요가 없게 되며, 비행시간도 22시간에서 두 시간 가량 줄어든다.  
 
지난 7월 이같은 프로젝트를 발표한 콴타스 항공은 준비를 거쳐 지난 20일 시드니~뉴욕 노선의 첫 시범 비행을 실시했다. 남반구와 북반구를 오가는 데다 풍속도 달라서 비행시간은 20시간에 달했다. 블룸버그 통신의 앙구스 휘틀리 기자가 탑승해 20시간을 여객기 안에서 보낸 느낌을 생생하게 전했다.  
  

20시간 어떻게 버티나...식사와 수면 '조절' 관건

 

비행 시작 4시간째, 40명의 시험 비행 탑승자들이 가벼운 맨손체조를 하는 모습 [블룸버그통신 캡쳐]

비행 시작 4시간째, 40명의 시험 비행 탑승자들이 가벼운 맨손체조를 하는 모습 [블룸버그통신 캡쳐]

시험 운항은 20일 오후 9시(현지시간) 미 뉴욕 JFK공항에서 시작됐다. 40명의 승객이 탑승했고, 모두 비즈니스석을 이용했다. 이들은 탑승 내내 손목에 혈압, 맥박, 움직임 등을 체크하는 리더기를 착용했다. 장시간 탑승에 따른 승객의 건강 상태 및 활동 내용을 기록하기 위한 것이다. 이날 시험 운항의 총 비행시간은 19시간 30분. 거리는 1만6200㎞였다. 
 
승무원들이 탑승자들에게 건넨 조언이 인상적이다. 이륙 후 최소 6시간은 깨어 있는 게 좋다는 것이다. 휘틀리 기자에 따르면 이륙하자마자 잠이 든 사람도 있었지만, 본인에겐 이 조언이 꽤 유익했다고 한다. 20시간이나 되는 긴 여행을 하는데 처음부터 잠이 들면 승객들이 잘 수 있도록 기내 모든 불을 끄는 수면 시간에 일어나게 돼 고달플 수 있다는 것이다.   
콴타스 항공 초장거리 비행에서 제공되고 있는 요리. [블룸버그 캡쳐]

콴타스 항공 초장거리 비행에서 제공되고 있는 요리. [블룸버그 캡쳐]

 
하루에 가까운 시간을 비행하다 보니, 식사는 세끼가 제공됐다. 이륙 후 2시간째, 7시간째, 17시간째 식사가 나왔다. 출발지 시간 기준으로 하면 밤 11시, 새벽 4시에 식사를 하고 8~10시간 취침한 뒤 마지막 식사가 나오는 셈이다.   
 
메뉴 또한 승객의 컨디션 조절에 도움이 되도록 세심하게 선별됐다. 첫 식사는 칠리와 라임으로 맛을 낸 새우 요리와 자스민 밥, 참깨를 곁들인 매운 중국식 대구 요리가 나왔다. 자정(출발지 기준)에 가까워지는 시간, 바로 잠들지 말고 좀 더 깨어있도록 하기 위해 매운 요리를 내놓은 것이다.   
 
두번째 식사는 반대다. 8~10시간이란 긴 잠이 필요하기 때문에 수면을 유도하는 탄수화물 식사를 내놓았다. 고구마 스프와 잘 구운 치즈 샌드위치, 그리고 크랩 요리가 곁들여졌다.  
 
도착 3시간 전에 나온 마지막 식사는 아보카도 퓨레와 허브 샐러드, 따뜻한 치즈 요리 등이었다. 긴 잠에서 몸이 빨리 깨어날 수 있도록 돕는 메뉴였다.  
 

"항공기내 운동공간, 레그룸도 넓혀"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JFK 공항에서 출발한 콴타스 항공 보잉 787 드림라이너가 19시간 30분의 비행을 마치고 호주 시드니 공항에 무사히 도착했다. [AFP=연합]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JFK 공항에서 출발한 콴타스 항공 보잉 787 드림라이너가 19시간 30분의 비행을 마치고 호주 시드니 공항에 무사히 도착했다. [AFP=연합]

기존 노선과 차별화되는 포인트는 또 있었다. 승객들이 가볍게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운동 공간이 마련된 것이다. 승객들이 장시간 비행에서 오는 육체적 피로를 풀 수 있도록 한 배려다. 시험 비행에 함께 탑승한 앨런 조이스 콴타스항공 최고 경영자는 “항공기 뒷부분에 스트레칭을 위한 별도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일반석 이용객들을 위해 “좌석의 앞뒤 간격이 일반 항공편보다 넓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40명의 탑승객들과 승무원들에 대해 3시간마다 신체변화를 체크했다. 혈압, 심장 박동수, 산소포화도 등을 기록했고, 기억력 테스트와 함께 기분을 묻는 질문도 했다.    
 

항공사, 운항 항공기 선정 문제 해결 남아

콴타스항공 앨런 조이스 CEO와 승무원들이 19시간 30분 비행을 마치고 시드니 국제 공항에 내리고 있다. [AFP=연합]

콴타스항공 앨런 조이스 CEO와 승무원들이 19시간 30분 비행을 마치고 시드니 국제 공항에 내리고 있다. [AFP=연합]

 
목적지인 시드니에 도착할 때쯤 조이스 콴타스항공 CEO는 "이번 비행으로 논스톱 장시간 운항 프로젝트가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약 20시간 만에 시드니 공항에 도착한 휘틀리 기자는 “이번에 시험운항한 여객기는 연료 탱크가 101톤으로 제한돼 있어 화물과 탑승인원을 최대한 줄여서 비행했다. 향후 이같은 제한에서 자유로운 에어버스 신형 항공기 도입이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논스톱 장거리 노선 운항이 도입된다면, 경유지를 거치는 노선보다는 목적지에 도착해 곧바로 업무를 시작할 수 있는 직항편을 택하게 될 것 같다”고 시승기를 마무리했다.  
 
박성훈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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