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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테이프 안 쓰는 종이 박스로 플라스틱 공해 줄일 것"

중앙일보 2019.10.22 00:02 3면 지면보기
‘생산 5초, 사용 5분, 분해 500년’. 가볍고 가공하기 쉽고 편리한 플라스틱의 거부할 수 없는 실체다. 실생활에 편리해 수요가 늘고 있지만 처리 방법은 막막하기만 하다. ‘플라스틱 대란’ 시대를 맞아 의미 있는 인터뷰를 진행했다. 친환경 박스를 제작하는 날개박스를 설립한 황금찬(47·이하 ‘금’), 규찬(43·이하 ‘규’) 형제와 전문경영인(CEO)으로 영입된 하지원(50·이하 ‘하’) 지구환경학 박사가 ‘플라스틱 공화국’인 우리나라의 현주소를 진단했다.
하지원(왼쪽) CEO와 황금찬(오른쪽)·규찬 형제가 날개박스 제품 을 들어보이고 있다.

하지원(왼쪽) CEO와 황금찬(오른쪽)·규찬 형제가 날개박스 제품 을 들어보이고 있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과 함께하는 에코디자인 기업을 찾아라
③ 완충재 필요 없는 날개박스

날개박스는 어떤 기업인지 소개한다면.
“박스를 파는 게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을 판매하는 회사다. 택배를 주문하면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스티로폼·뽁뽁이 등 재활용하기 힘든 부산물까지 떠안게 된다. 날개박스는 테이프를 붙이지 않고 포장 완충재도 필요 없는 친환경 박스를 만들고 있다. 쓰레기 없이 100% 재활용될 수 있는 에코 라이프스타일의 완성을 추구하고 있다.”
 
날개박스는 어떻게 탄생했나.
“택배를 감싸는 테이프 모양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박싱 테이프를 대신해 종이를 쓰는 방법을 연구했다. 그 결과 접착 부분이 날개부로 구성되는 접이식 박스가 탄생했고, 특허도 획득했다. 날개박스라는 회사명도 자연스럽게 나왔다. 해외 판로 개척(일본 아마존 판매)으로 날개박스가 전 세계로 날아갈 수 있게 됐다. 글로벌 회사명은 에코 라이프 패키징으로 결정했다.”
 
테이프 없는 친환경 박스의 강점은.
“우체국 창구 직원의 애로사항 1위가 ‘찍찍 찌찌직’거리는 택배 테이핑 소리로 조사됐다. 테이프 뜯는 소리가 최대 100dB(기차·굴착기 수준의 소음)까지 나온다고 알려졌다. 날개박스는 테이핑 없이 접이식으로 포장이 가능하다. 부수 포장재 없이 100% 재활용 가능한 박스로 제작된다. 사람의 건강, 지구 환경에 좋고 시간과 돈도 절약된다.”
 
‘플라스틱 제로 프로젝트’를 실시하는 등 환경적으로 관심이 클 것 같다.
“유엔환경계획 보고서에 따르면 매년 전 세계적으로 4억t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버려져 이대로 방치하면 2050년에 120억t까지 불어나게 된다. 결국 해양생물 수보다 많아지는 끔찍한 일이 벌어져 지구 생태계를 위협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120억t 중 재활용이 가능한 쓰레기는 9%에 불과하고 79% 매립, 12% 소각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특히 한국은 포장용 플라스틱 최대 소비국이다. 지난해 중국이 폐플라스틱·폐비닐 수입을 금지하면서 국내 쓰레기 산은 더 크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정부는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을 50% 감축하고, 재활용률을 34%에서 70%까지 끌어올리기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택배업에 종사하다 박스 제작을 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무접착형 박스.

무접착형 박스.

“13년 전 택배업을 하면서 자연히 택배 박스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됐고 친환경 박스 아이디어를 얻었다. 하지만 개발한 박스를 업체에 제안할 때마다 번번이 거절당했다. ‘직접 해야 되겠다’고 마음먹고 발로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막막했다. 설비를 갖춰야 하는데 자본이 없어 처음엔 맨땅에 헤딩하듯 업체를 찾아 다녔다. 마지막으로 갔던 에이에스기계의 이철 사장님이 친환경 박스의 비전에 공감해 선뜻 5억6000만원의 생산 설비를 만들어 주신다고 했다. 은인이다. 공장 한쪽에 사무실과 창고도 무료로 임대해 주셨다.”
 
날개형·원터치형·무접착형 등으로 점점 발전하고 있는 것 같다.
“크게 접착형과 무접착형(끼움형)으로 나뉜다. 접착형에 붙이는 핫멜트가 재활용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환경을 고려하면 순수 100% 박스로 포장되는 무접착형이 가장 좋다. 시장이 다르기 때문에 각 영역에서 편리하게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고객의 반응은 어떤가.
금 “우체국이 나서서 고객사를 소개해 줄 정도로 긍정적이다. 우체국 고위 관계자들로부터 ‘아시아·태평양 우편연합(APPU) 회의에 같이 가자’는 얘기를 들을 정도였다. 192개국이 소속된 만국우편연합(UPU) 에코 분야에 날개박스를 소개하고 싶다고도 했다. ”
 
앞으로 어떤 회사를 그리고 있나.
“3M 등 해외 기업이 테이프를 수출한다. 반대로 한국에서 친환경 제품을 수출해 국위 선양을 하는 게 목표다.”
 
“박스는 어느 나라든 다 필요하다. 친환경 박스에 대한 국제특허를 냈고 내년부터 미국·영국·독일·일본 시장 등에 판매한다. 국내에선 록시땅·로레알·미애부 등의 기업에 납품하고 있다. 내년에는 매출 10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1회용 플라스틱 제로화’를 추구한다. 박스뿐 아니라 비닐 패키징도 바꾸고 싶어 대체 패키징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편리하고 빠르고 건강한 에코 라이프 패키징을 만드는 회사가 목표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코디자인
크라우드 펀딩을 지원하고 있다. 친환경 제품을 개발하는 기업의 안정적인 시장 진입을 돕는 것이 목표다. 절차는 에코디자인 공모전을 통해 3개 기업을 선정하고 10월까지 국내외 펀딩 플랫폼에서 진행된다. 이를 통해 기업이 자신의 제품을 홍보하고 소비자와 만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글=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사진=프리랜서 김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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