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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난임 여성 6명 중 1명 질환 앓아 … 난임 다학제로 해결한다

중앙일보 2019.10.22 00:02 4면 지면보기
신지은·권황 난임센터 교수와 나은덕 산부인과 교수, 이상혁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난임 환자와 함께 치료법을 논의하고 있다. 프리랜서 인성욱

신지은·권황 난임센터 교수와 나은덕 산부인과 교수, 이상혁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난임 환자와 함께 치료법을 논의하고 있다. 프리랜서 인성욱

# 김모(여·37)씨는 3년째 임신을 시도했지만 감감무소식이다. 그는 평소 생리 때마다 극심한 생리통에 시달렸지만 난임과 상관없는 것으로 여겼다. 올해 초 분당차여성병원 난임센터를 찾아 초음파검사를 받은 김씨는 자궁선근증을 진단받았다. 자궁의 근육 조직이 자궁 내막을 침투해 생리통을 유발하고 난임까지 이어질 수 있는 질환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분당차여성병원서 국내 첫선

이 경우 통상 자궁을 적출하는 자궁전절제술이 이뤄지지만 임신을 원하는 김씨에겐 적합하지 않았다. 난임센터는 산부인과와 공조해 자궁을 보존하고 자궁선근증 병변만 도려내는 수술을 진행했다. 그 뒤 김씨는 생리통에서 벗어났으며 ‘임신 길’을 열 수 있었다. 이후 6개월이 지난 최근 난임센터에서 시험관 시술을 시작했다.
 
 

여러 진료과 의사들 모여 해법 찾아

이 가운데서도 김씨처럼 특정 질환 때문에 임신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난임 환자가 6명 중 한 명꼴인 것으로 조사됐다. 분당차여성병원 난임센터가 지난해 이곳을 찾은 여성 초진 환자 3373명을 조사한 결과 약 17.8%(601명)가 임신을 방해하는 질환(기저 질환)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저 질환 유형은 심장·대사(28%), 내분비(27.2%), 부인과(15.7%), 류머티즘 관절염(7.1%), 호흡기(7.1%)와 관련한 것으로 집계됐다. 심장·대사 질환엔 심전도 이상을 비롯해 콜레스테롤·고혈압·고지혈증 등이, 내분비 질환엔 갑상샘 질환·당뇨병 등이, 부인과 질환엔 자궁근종·자궁내막증·자궁선근증 등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권황 분당차여성병원 난임센터 소장은 “갑상샘 질환이나 자궁선근증은 난임과 연관성이 밀접하다”며 “해당 질환을 겪는 난임 환자는 난임 의료진이 함께해야 해법을 빠르게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난임 질환이 여러 진료과에 동시다발적으로 걸쳐 있을 때다. 가령 난임 환자가 갑상샘 질환을 앓고 있으면 통상적으로 내과와 산부인과를 각기 따로 찾아가 진료를 받는다. 이때 내과에서 치료받은 내용이 현 진료 체계에 가로막혀 산부인과와 잘 공유되지 않는다. 환자를 통해 전달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이상혁 분당차여성병원장(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기저 질환이 있는 난임 환자가 여러 진료과를 돌아다니는 자체가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를 늘려 수정란 착상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난치 난임 치료에도 도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분당차여성병원 난임센터가 국내 처음으로 ‘난임 다학제’ 진료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 다음달 18일 확장 개소하는 이 센터에선 심장내과·내분비내과·정신건강의학과·부인과 등 다양한 과의 의료진이 한데 모여 기저 질환이 있는 난임 환자의 치료 방향을 함께 설계한다. 예를 들어 갑상샘 질환과 수면장애를 호소하는 난임 환자가 있으면 갑상샘 진료를 담당하는 내분비내과 의사, 난임을 담당하는 산부인과 의사, 수면장애를 치료할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머리를 맞대고 임신 성공률을 높일 최적의 치료법을 찾아가는 방식이다. 난임 환자는 치료를 위해 이곳 저곳으로 병원(진료과)을 순례하거나 각기 다른 진료과 의사에게 내용을 설명하느라 애먹을 일이 없다. 나은덕 분당차여성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자궁근종은 가임기 여성의 30~40%에서 발견되는 양성 질환으로 자궁내막 근처에 근종이 있으면 수정란의 착상·유지를 방해해 임신을 방해한다”며 “이 경우 부인과와 난임센터 의사가 모여 다학제를 시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센터에는 난임 전문 의사 10명과 비뇨의학과 의사 2명이 상주한다. 난임 환자의 기저 질환 유형에 따라 코디네이터가 그에 맞는 진료과 의사, 난임 담당 의사, 난임 부부가 한데 모일 수 있도록 일정을 조율한다. 난임 부부와 만나기 전에 의사들 간의 사전 회의도 진행한다.
 
신지은 분당차여성병원 난임센터 교수는 “난임 환자가 갑상샘 질환을 앓는 경우 여느 클리닉에서는 난임만 다루기 때문에 환자가 내과를 따로 찾아가야 하지만 난임센터에선 임신 기간 진행할 검사나 약물요법을 모두 따져 임신 확률을 높인다”고 자신했다.
 
센터는 난임 부부를 위한 심리치료 교육부터 푸드테라피, 한방 치료, 힐링 프로그램 등을 운영할 예정이다. 난임 전문 의료진과 생식의학 연구진 50여 명이 수정란 5일 배양, 모아배아 이식 등도 진행한다.
 
 

분당차여성병원 난임 다학제 진료 상황 예시

자궁선근증이 있는 김모 환자 사례
 
이상혁 | 분당차여성병원장(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를 줄여 무기력증을 개선합시다”
 
 
권황 | 난임센터 소장
“난자 채취를 2~3차례 시행해 배아를 모읍시다”
 
 
신지은 | 난임센터 교수
“난포자극호르몬 억제주사를 맞아 자궁선근증 크기를 줄입시다”
 
 
나은덕 | 산부인과 교수
“자궁선근증 병변만 도려내 수정란 착상 공간을 확보합시다”
 
 
결론 “난포자극호르몬 억제 주사를 맞아 자궁선근증 크기를 줄인 후 병변만 도려내는 수술을 진행하고 그 과정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상담, 명상 요법을 시행합시다. 그후 난자를 채취합니다.”
 
 
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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