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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명상원 시신 손·발 피부 조사...“회원 심한 운동” 증언도

중앙일보 2019.10.21 21:00
지난 16일 오후 찾은 제주시 노형동 모 명상수련원 건물의 정문이 잠겨 있다. 최충일 기자

지난 16일 오후 찾은 제주시 노형동 모 명상수련원 건물의 정문이 잠겨 있다. 최충일 기자

“어쩐지…지난 여름에 시끌시끌했고 사람도 많이 왔다갔다 했는데, 올해 여름에는 창문도 안열고 24시간 내내 계속 에어컨을 돌리더라구요” 지난 15일 김모(57)씨가 숨진채 발견된 제주시 노형동의 한 명상수련원 이웃은 이런 말로 운을 뗐다. 그는 또 “최근까지도 가족 일부가 자꾸 뭐가 썩는 냄새가 난다했다”며 “주변에 벌레가 예년보다 많아진 점도 수상했다”고 말했다.
 

경찰, 무허가 의료행위 조사, 피부조직 국과수로
인근주민들 "주위에 썩는 냄새나고 벌레 많아져"
"계단 오르내리는 소리, 숨넘어갈 정도 호흡소리"
부검시 심장질환소견…강한 활동 사망 가능성도
원장 "그는 명상 중" 주장…종교·주술여부 수사도

김씨가 시신으로 발견된지 6일째지만 김씨의 사인과 원장 홍모(58)씨와 가담자들이 왜 수련원내에서 김씨의 시신을 보존하려는 노력을 했는지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제주경찰에 따르면 원장은 아직도 “김씨는 명상 중”이라는 입장을 꺾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가담자 일부는 ‘김씨가 사망을 했다’는 정도의 인식을 했고, 자신들의 행동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고 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지난 16일 부검 결과 김씨의 사망은 한달 반 정도 전으로 추정된다. 김씨가 명상원을 찾은 지난 8월 31일 직후다. 하지만 원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은 이미 숨져 부패가 진행 중인 김씨의 시신을 명상수련원 안에 그대로 둔 채 흑설탕물을 먹이고, 에탄올을 이용해 시신을 매일 닦는 등 기이한 행동을 했다. 경찰은 수련원 관계자 등을 체포한 후 조사과정에서 “김씨의 시신을 매일 닦고 설탕물을 먹였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당시 시신 주변에 놓여있던 흑설탕과 주사기 등을 어디에 사용했는지 추궁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종교나 주술적 연관성도 배제하지 않고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김씨의 사인도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있다. 경찰조사에서 수련원 관계자들은 경찰에서 “그가 수련 도중 쓰러졌다”고 진술했다. 수련실 내부에 따로 폐쇄회로TV(CCTV)가 설치되지 않아 진술에 의존해 수사를 하고 있다. 지난 부검에서 김씨는 심장에 질환이 있다는 소견을 받았다. 하지만 김씨가 사망한 이유가 심장 때문인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의 정밀검사가 필요하다. 
 
이에 제주경찰은 그의 심장조직 검사체를 국과수로 보내 정확한 사인여부를 판단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인근 주민은 “평소 이 수련원에서는 회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계단을 급하게 오르내리는 소리가 자주 들렸고, 숨이 넘어갈 정도의 헉헉거리는 호흡도 자주 들렸다”고 말했다. 만약 그의 사인이 심장 정지에 의한 사망 등으로 나올 경우 이런 강한 신체활동도 그를 사망에 이르게 할 충분한 ‘유인’이 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사망과 관련된 유인은 시신을 사망에 이르기까지 영향을 미친 요소를 말한다.
 
지난 16일 오후 찾은 제주시 노형동 모 명상수련원 건물 외부 계단 3층에 놓은 검은색 비닐봉지. 이안에 있는 휴지조각에서 심한 악취가 났다. 최충일 기자

지난 16일 오후 찾은 제주시 노형동 모 명상수련원 건물 외부 계단 3층에 놓은 검은색 비닐봉지. 이안에 있는 휴지조각에서 심한 악취가 났다. 최충일 기자

또 한가지 가능성은 현장에서 발견된 한방침·주사기 등과 관련이 있다. 무허가 의료시술을 했을 가능성이다. 김씨가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약독물이 주사나 침을 통해 그의 몸으로 투입 돼 이 때문에 죽음에 이르게 된 경우다. 경찰은 이에 대비해 김씨의 손목·발목·발등 등 침이나 주사를 놓을 만한 5군데의 피부조직을 떼어내 국과수로 보냈다. 시신의 혈액이 말라버린 상태라 피부에 약독물이 남아있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1개월가량 걸릴 것으로 보인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8월 30일 “제주 지역 명상수련원에 들어가겠다”며 집을 나섰고, 이튿날인 31일 해당 수련원을 찾았다. 일행 2명과 동행했던 김씨는 이틀 뒤인 9월 1일 전남으로 돌아가는 배편을 예매한 상태였다. 하지만 일행 2명만 돌아갔고 그는 제주에 남았다. 김씨는 이전에도 몇차례 이 수련원을 찾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수련원은 숙식이 가능한 곳은 아니지만, 회비를 납부한 회원에 한해 항시 자유롭게 오갈 수 있고 원하면 잠도 잘 수 있는 곳으로 알려졌다.
 
김씨의 부인은 한 달이 넘도록 연락이 닿지 않자 지난 15일 전남 지역의 한 경찰서에 실종 신고를 했고, 공조 요청을 받은 제주경찰은 당일 오후 해당 수련원을 찾아가 숨진 김씨를 발견했다. 발견 당시 김씨는 수련실에 설치된 원터치 모기장 안에서 이불이 목까지 덮인 채 누워있었다. 
 
경찰이 수련실에 진입할 당시 악취가 진동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추가 시신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수색견을 투입해 건물 내외부를 면밀히 살폈지만 다른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이 사건과 관련해 6명을 사체은닉 및 유기치사 등의 혐의로 입건했고, 이중 원장을 구속수사 중이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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