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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이낙연 방일 전 조세영 극비 도쿄행···절충안 타진 관측

중앙일보 2019.10.21 17:00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해 9월 11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한-일 양자회담에서 만난 이낙연 국무총리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연합뉴스]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해 9월 11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한-일 양자회담에서 만난 이낙연 국무총리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연합뉴스]

이낙연 국무총리가 나루히토(德仁) 일왕 즉위식 참석 차 22~24일 일본을 찾는 데 앞서 20일 조세영 외교부 1차관과 김정한 아시아태평양국장이 도쿄를 비공개로 방문했다.  

24일 아베 총리와 면담 앞두고 막판 조율 관측
강경화 외교 “일본과 진지한 협의 보고 받아”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21일 “조 차관과 김 국장이 20일 도쿄에서 일본 외무성 인사 등을 두루 만나고 온 것으로 안다”고 본지에 말했다. 이 총리 순방을 불과 이틀 앞두고, 조 차관과 김 국장이 외부에 알리지 않은 채 미리 일본을 찾았다는 점에서 방일에 앞서 막판 물밑 조율을 시도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 차관 일행의 도쿄행은 다키자키 시게키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이 지난 16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한·일 국장급 협의를 하고 간 지 불과 나흘 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한·일 관계의 ‘변곡점’이 될 수도 있는 이 총리의 방일을 앞두고 강제징용 판결, 수출규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 등 양국의 현안을 놓고 정부가 일본에 모종의 ‘절충안’을 제시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기국회에서 심재철 자유한국당의원의 외교·통일·안보에 관한 대정부 질의에 답변 하고 있다. [뉴스1]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기국회에서 심재철 자유한국당의원의 외교·통일·안보에 관한 대정부 질의에 답변 하고 있다. [뉴스1]

앞서 이 총리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방일 때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들고 간다고 밝혔다. 이 총리는 24일 오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면담하는데,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의 메시지가 아베 총리에게 전달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조 차관의 방일은 사전에 아베 총리의 의중을 파악하기 위한 차원도 포함됐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조 차관 일행의 방일을 확인하는 박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다양한 레벨에서 협의한다는 취지에서, 총리 방일을 준비한다는 취지에서 다녀온 것은 확인 드린다”며 “(일본 측과) 진지한 협의를 했다고 보고 받았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앞서 문 대통령의 친서 초안을 작성했는지에 대한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문엔 “통상 저희(외교부)가 초안을 작성한다. (청와대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비공개 사전 방일까지 이뤄졌지만 한·일이 이 총리 방일을 통해 성과물을 낼 수 있는 접점을 찾았는지는 불투명하다. 외교가에선 최악으로 치달은 한·일관계가 이 총리와 아베 총리 간 면담으로 쉽게 풀릴 거란 전망이 많지 않다. 현재 한·일은 강제징용 판결 문제를 두고 피해자들이 동의하는 방안, 즉 ‘1+1(한·일기업 공동기금 조성)’안과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일본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 있다. 한 일본 소식통은 “이 총리를 맞는 일본 내 분위기는 한마디로 냉담하다”며 “강제징용 판결로 이르면 내달 일본기업 자산 현금화 조치가 나올 수 있는데, 이 총리의 설명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내달 일본기업 자산 현금화 조치가 실시될 경우 일본에선 전략물자 수출규제 조치에 이어 금융 제재 카드를 빼 들 거란 게 주된 기류”라면서다. 
반면 사안에 밝은 청와대 인사는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선 문 대통령도 ‘피해자 중심주의’ 해결 입장이 명확하다”며 “그럼에도 정부가 이런 저런 제안을 했는데, 일본이 꿈쩍하지 않는다. 현 시점에선 일본의 양보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일파인 이 총리는 누구보다 이 간극을 잘 알고 있지만, 현재로선 일본을 움직이기가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일각에선 이 총리가 한·일 기업에 더해 플러스 알파로 한국 정부가 자금을 내는 이른바 ‘1+1+α(알파)’안을 중심으로 일본을 설득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에 앞서 이낙연 국무총리와 대화하고 있다.[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에 앞서 이낙연 국무총리와 대화하고 있다.[뉴스1]

청와대 인사는 “이 총리의 방일 결과에 따라 한·일 정상회담 성사 여부도 연동되지 않겠느냐”며 “사안이 쉽지 않은 만큼 연말까지 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12월 말 한·중·일 정상회의를 염두에 둔 발언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이날 국회 외통위 국정감사에서 한·일정상회담 추진 여부와 관련해 “정상 차원의 회동이 가능하려면 일본의 전향적 태도와 (회담의) 성과가 담보돼야 한다.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답했다.
백민정·이유정 기자 baek.minjeong@joo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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