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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한남3구역 묻지마 수주전…정부는 뭐하나

중앙일보 2019.10.21 13:06 경제 3면 지면보기
서울 용산구 한남뉴타운 3구역 재개발 현장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 용산구 한남뉴타운 3구역 재개발 현장의 모습. [연합뉴스]

“지금까지 입찰 조건 중 ‘역대급’으로 파격적이면서 비현실적이네요. 이대로 가다가는….”
 

한남3구역 수주전 출혈경쟁 여전
비현실적인 조건으로 조합원 현혹
정부 규제조차 무력화되는 '쩐의 전쟁'

서울 용산구 한남뉴타운 3구역 수주에 참여한 현대건설ㆍ대림산업ㆍGS건설의 입찰 내용을 본 부동산 업계 관계자의 관전평이다. 3사는 지난 18일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을 위한 ‘쩐의 전쟁’에 뛰어들었다. 총 5816가구가 들어서는 이 단지의 공사 예정가격은 1조8881억원, 총 사업비가 약 7조원에 달한다.
 
그런데 이 대어를 낚기 위한 건설사의 수주 경쟁이 이미 정도를 넘어서고 있다. 법망을 교묘히 피해가며 ‘아니면 말고’ 식의 지르기 제안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림산업은  임대아파트가 없는 ‘고급 프리미엄 아파트’를 선보이겠다고 공약했다. 재개발 단지는 임대주택 건립(15% 이하)이 의무화되어 있다. 영세한 세입자의 재정착을 돕기 위해서다. 한남3구역도 876가구의 임대주택 건립이 계획되어 있다.
 
대림산업 측은 “임대주택 리츠 사업을 하는 자회사 대림 AMC가 서울시 매입 가격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매입해 운영하고, 차액을 조합원에 돌려주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즉 서울시가 매입해 SH공사가 운영하는 공공임대가 아니라 민간임대를 하겠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불가능하다. 서울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 28조에 따르면 재개발 사업시행자는 임대주택을 건설해 시장에 처분해야 한다. 즉 서울시가 매입하는 방식이다. 서울시 측은 “재개발 임대주택 취지 자체가 공공이 영구적으로 관리하며 필요한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라며 “한남3구역의 민간 임대는 안 된다”고 밝혔다. 
 
무상으로 제공하는 돈도 비현실적으로 넘쳐난다. 3사 모두 1820억~2200억원에 달하는 품목을 공짜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전체 공사비의 10%다. 대체 이윤이 얼마나 남길래 이런 무상 지원이 가능한 걸까. 
 
혁신설계 제안도 교묘하다. GS건설은 혁신설계 비용(715억원)을 무상으로 지원하겠다고 제안했다. 사업시행인가 받은 설계안을 말 그대로 혁신한다(바꾼다)는 내용이다. ‘혁신설계를 하면 조합원 분담금이 줄어들고, 책임 보장하겠다’고 하지만, 세대수를 늘리려면 인허가를 다시 받아야 한다. 결코 손쉽게 바꿀 수 있는 문제가 아닌데도 “아이디어 차원에서 제안한 것”이라며 툭 던진 내용에 현혹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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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찰 전부터 각 건설사가 ‘OS 요원(외주 홍보업체)’ 수백명을 동원해 조합원을 일대일로 만나며 홍보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업계에 파다했다. 사실이라면 불법이다. 홍보 요원의 조합원 개별접촉은 금지다. 한남3구역의 한 조합원은 “OS 요원이 와서 3주택자 등 다주택자도 이주비 지원이 된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하지만 지난해 9ㆍ13대책에 따라 다주택자는 이주비 대출을 받지 못한다.  
 
진흙탕 수주전이다. 정부 제도나 규제조차 무력화되고 있다. 고분양가를 잡겠다며 시행을 앞둔 분양가상한제도 있으나 마나다. 건설사가 쏟아부은 사업비는 결국 고분양가로, 주변 시세 상승으로, 실수요자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국토교통부는 2017년 반포주공1단지 수주전에서 과열경쟁을 잡겠다며 시공사 선정 전반에 걸쳐 제도 개선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2년 뒤 한남3구역의 수주전에서 크게 나아진 게 없는 듯하다. 국토부는 “지자체와 공조해 위법사항에 대해 명확하게 단속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출혈 경쟁의 현장에서 정부의 존재감은 여전히 없어 보인다. 
 
한은화 건설부동산팀 기자

한은화 건설부동산팀 기자

한은화 건설부동산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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