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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무부 “대사관저 침입 강하게 우려”

중앙일보 2019.10.21 00:12 종합 1면 지면보기
지난 18일 주한 미국대사관저 월담 침입사건이 한·미 관계에 또 다른 악재로 등장했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다음 날 “한국 경찰에 감사하다”고 트윗을 올렸지만 국무부 대변인은 19일(현지시간) “강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사실상 우리 정부에 항의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국무부는 같은 날 미국 하와이에서 오는 22~24일 열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2차 회의 개최를 알리는 보도자료를 냈다. 이례적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것은 한국의 “더 많은 기여”라고 못박은 내용까지 담았다. 대사관저 침입사건이 SMA 2차 협상에도 파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관 보호 촉구” 한국정부에 항의
검찰, 월담 대학생 7명 구속영장

내일 하와이서 2차 방위비 협상
월담 사건 당일 이례적 보도자료
무기 구매와 협상은 별개 입장
VOA “한·미 긴장 순간에 침입사태”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소속 20명이 주한 미국대사관저(하비브 하우스)를 침입한 것과 관련, “한국인 약 20명이 주한 미국대사 공식 관저의 경내에 불법 침입해 관저 건물 강제진입도 시도했다는 사실을 확인한다”며 “이것이 14개월 만의 대사관저 불법 침입 두 번째 사례라는 점에 주목하며 강하게 우려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대한민국에 모든 외교 공관에 대한 보호 노력을 강화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모든 외교 공관에 대한 보호’를 적시한 것은 ‘빈 협약’(외국 공관의 보호의무 규정)을 한국 정부에 상기시킨 것으로, 강한 항의의 뜻을 의미한다는 평가다.
 
방위비 협상 월담 돌출 … 미 “트럼프, 한국 더 많은 기여 요구”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회원들이 지난 18일 주한 미국 대사관저 담을 넘어 침입한 뒤 방위비 분담금 협상 관련 기습 농성을 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회원들이 지난 18일 주한 미국 대사관저 담을 넘어 침입한 뒤 방위비 분담금 협상 관련 기습 농성을 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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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3월 마크 리퍼트 대사의 피습을 겪은 미국이 이번 사안 자체를 민감하게 여기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해리스 대사는 대학생들이 ‘방위비 분담금 인상 해리스 떠나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관저에 무단 침입한 뒤 트위터에 “대처를 잘 해준 대사관 경비대와 서울지방경찰청에 감사 인사를 드린다. 서울 중심부에서 13개월 만에 두 번째 일어난 사건으로 시위대가 억지로 제집에 들어오려 했다”고 적었다. 이어 “19명이 체포됐고 (키우는) 고양이들은 무사하다. 경찰청에도 감사하다”고 했다.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언론은 방위비 2차 협상을 앞두고 사건이 벌어진 점에 주목했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논란이 많은 협상 직전 한·미 관계가 특히 긴장된 순간에 침입 사태가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WP도 “최근 수개월간 한국을 북한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한 주한미군 주둔 유지비용은 긴장의 지점이 돼 왔다”며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월 각료회의에서 한국을 방어하는 데엔 50억 달러가 드는데 그들은 5억 달러밖에 부담하지 않는다고 부정확하게 발언하면서부터”라고 했다.
 
경찰에 연행되고 있는 시위 학생. [뉴시스]

경찰에 연행되고 있는 시위 학생. [뉴시스]

국무부는 SMA 관련 보도자료에서 미국 측 입장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먼저 “한·미 동맹은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강력하고 필수적인 것이며, 방위비 분담금 협정(SMA)에 국한되지 않고 한국이 한·미 동맹에 제공하는 상당한 자원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한국이 공정한 분담을 위해 더 많이 기여할 수 있고, 해야 한다(can and should)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고 강조했다.
 
‘SMA에 국한되지 않는 한국의 기여’를 놓곤 한국 측이 강조하는 미국산 무기 구매를 지칭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지난 10년치 미국산 무기 구매 내역과 향후 3년간 무기 구매 계획을 상세히 설명했다. 지난달 24~25일 제11차 SMA 첫 회의에서도 한국 협상팀이 이를 제시했다고 한다. 국무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는 ‘더 많은 기여’라고 공언한 건 ‘무기 구매와 방위비 분담금 인상은 별개이니, 더 많이 내라’는 속내를 직설적으로 보여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무부는 또 “미국의 전지구적인 주둔 비용은 미국 납세자들만의 부담이 돼선 안 되고, 이익을 보는 다른 동맹·파트너들은 이를 공정하게 분담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했다. 무엇보다도 미국은 SMA의 성격을 “한국을 방어하기 위한 비용”으로 규정해 주한미군 주둔으로 미국이 얻는 군사적·국제정치적 효과를 무시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한국에서 반미 시위는 계속 있었지만 이번엔 해리스 대사의 관저를 침입한 점과 50억 달러 방위비 분담 요구 반대를 내세웠다는 두 가지 점이 주목된다”며 “중대 국면에서 동맹 관계가 훼손되지 않도록 한·미가 방위비 협상에 현명한 타협점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검찰은 20일 서울지방경찰청이 폭력행위 등 처벌에 대한 법률 위반(공동 주거침입) 및 공무집행 방해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한 대진연 소속 대학생 9명 중 7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이유정 기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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