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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 사업 24년만에…중랑구에 멸종위기 산양이 나타났다

중앙일보 2019.10.21 00:03 종합 20면 지면보기
뾰족한 뿔과 회갈색 털을 지닌 산양. 천연기념물 217호이자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 야생동물 I급이다. 지난해에는 서울 중랑구 용마폭포공원에서 발견될 정도로 분포가 확대되고, 숫자도 조금씩 회복되는 조짐을 보인다. 어떻게 해서 서울 한복판에 멸종위기종 산양이 살게 됐을까.
 

1960년대 수천 마리 몰살
94년 월악산서 복원 시작
백두대간 곳곳에 퍼졌지만
아직 안심할 수 없는 상황

채석장이었던 서울 중랑구 용마폭포공원에서 지난해 발견된 산양. [사진 한강유역환경청]

채석장이었던 서울 중랑구 용마폭포공원에서 지난해 발견된 산양. [사진 한강유역환경청]

산양은 1950년대까지만 해도 서해안을 제외한 전국에 골고루 서식했다. 하지만 1960년대 폭설로 먹이를 찾아 민가에 접근했다가 수천 마리가 대량 포획됐고, 개발로 산림·서식지가 파괴되면서 숫자가 크게 줄었다. 지난 2000년 자연유산보존협회는 국내에 200여 마리의 산양이 서식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2002년 환경부는 전국 조사를 통해 690~784마리의 산양이 서식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비무장지대와 양구·화천, 설악산, 울진·삼척·봉화 등지에 각각 100마리 이상이 서식한다는 것이다.
 
2000년대 후반에 접어들면서도 전국 곳곳에서 산양이 새롭게 발견되기 시작했다. 2008년 오대산에서, 2009년에는 경북 백암산과 왕피천 생태경관보전지역 등지에서 산양 서식이 확인됐다. 2010년 가을에는 속리산 인근 도로에서 교통사고로 다친 산양이 발견됐다. 2011년에는 경북 영덕 칠보산에서, 2013년에는 강원도 영월에서, 2014년에는 강원도 춘천에서도 산양이 발견됐다. 2017년에는 경북 청송 주왕산국립공원 산속에서도 산양이 발견됐다.
 
설악산 장수대 인근에서 국립공원공단 관계자들이 산양을 구조하고 있다. [사진 국립공원공단]

설악산 장수대 인근에서 국립공원공단 관계자들이 산양을 구조하고 있다. [사진 국립공원공단]

국립공원공단에서는 전수 조사를 통해 2019년 현재 설악산에 260마리, 오대산 95마리, 월악산에는 98마리, 소백산 13마리, 속리산 16마리, 태백산 10마리, 주왕산 4마리, 울진 93마리, 인제 117마리의 산양이 서식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산양 서식지가 백두대간 전체로 확장된 셈이다.
 
지난해 6월에는 서울에서도 산양이 발견됐다. 용마폭포공원 축구장 관리인인 강경노 씨가 ‘산양을 봤다’고 국립공원공단 종복원기술원에 제보했고, 전문가들은 현장 조사해 수컷 산양 한 마리를 직접 확인했다. 또, 배설물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이곳에 암컷 1마리가 더 사는 것을 확인했다.
 
그렇다면 이 산양은 어떻게 서울까지 왔을까. 지난해 7월 경기도 포천 소흘읍에서, 지난 2월에는 동두천 소요산에도 산양을 서식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올해는 경기도 가평 연인산에서도 산양이 무인 카메라에 포착됐다. 결국 서울의 산양은 화천~철원~포천~가평~남양주 경로를 거쳐 서울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북부간선도로로 끊겼으나, 군부대를 잇는 충군육교와 망우리 고개 연결로가 생태통로 역할을 했다. 용마폭포공원에서는 올해도 산양이 발견된다.
 
지난 7월 서울대공원에서 자연 번식에 성공한 멸종위기종 산양 가족 모습. 서울대공원에서 번식에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합뉴스]

지난 7월 서울대공원에서 자연 번식에 성공한 멸종위기종 산양 가족 모습. 서울대공원에서 번식에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합뉴스]

산양이 늘어난 데에는 복원작업도 한몫했다. 82년까지 산양이 서식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후 서식 흔적이 사라진 월악산이 복원 사업 대상지가 됐다. 월악산에 방사한 산양은 74년 강원도 설악산 등지에서 상처를 입은 것을 삼성에버랜드㈜가 구조해 번식시킨 것이다. 에버랜드 측은 94년과 97년, 98년에 각 두 마리씩 월악산에 방사했다.
 
2007년 6월에는 강원도 양구군 동면 팔랑리에 ‘산양증식복원센터’가 문을 열었다. 환경부와 국립공원공단은 이곳 증식복원센터에서 보호하고 있던 산양이나 이곳에 태어난 산양을 월악산에 꾸준히 방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산양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단장하는 데 대해 아직은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인다. 밀렵이나 로드킬 위험이 남아있고, 폭설 등 기상 재해로 인한 대규모 폐사 가능성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산양은 새끼를 1년에 한 마리씩만 낳기 때문에 빠르게 불어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2005년 경북 봉화군의 60대 농부가 산양을 덫으로 불법 포획했다가 한국조류보호협회 회원들에게 적발되기도 했다. 2013년 경기도 포천에서도 올무에 걸려 산양이 발견됐다.
 
2010년 3~4월 경북 울진군 북면 두천리 일대 백두대간 산속에서 22마리의 산양이 폐사했다. 2011년 말부터 2012년 3월까지 폭설과 한파가 몰아친 동부전선 전방지역에서 산양 8마리가 죽은 채 발견됐다. 전문가들은 “산양은 눈 속을 헤집고 다니는 고라니나 노루와 달리 많은 눈이 내리게 되면 바위 밑과 같은 은신처에 피신해 있다가 미처 이동하지 못해 먹이활동을 못하고 굶어 탈진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눈이 30㎝ 이상 쌓이면 신체 구조상 이동이 어렵다는 것이다. 환경단체 등에서는 산양 먹이 주기 행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국립생물자원관 조영석 연구사는 “올 연말 전국적으로 가로세로 10㎞ 격자 단위로 산양 서식 여부를 판정하는 산양 서식지도가 완성되고, 이를 바탕으로 산양 숫자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가 이뤄져야 전국적인 산양 숫자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연구사는 “과거에는 체계적인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분석만으로 산양 숫자가 늘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고, 추후 몇 년 뒤 비슷한 조사가 이뤄지면 추세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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