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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깜깜이’ 사모펀드 파헤친다

중앙일보 2019.10.21 00:02 경제 4면 지면보기
금융감독원이 이르면 이번 주 사모펀드 실태조사에 나선다. 대규모 원금 손실을 가져온 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에 이어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발생하며 불안감이 커지자 금융 당국이 점검에 나서는 것이다.
 

DLF 이어 1조원 환매중단사태
운용현황, 유동성 관리 상태 등
문제된 펀드 유형 위주로 점검

2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빠르면 이번 주부터 사모펀드의 자산구성, 운영구조, 판매형태(개방·폐쇄형), 차입(레버리지) 현황 등에 대한 전반적인 실태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문제가 되는 (라임자산운용의) 펀드와 유사한 형태의 사모펀드를 중심으로 유동성 리스크가 없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라며 “우선 서면 조사를 통해 현황 파악과 유동성 관리 상태를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이 사모펀드 점검에 나선 것은 국내 헤지펀드 1위 업체인 라임자산운용의 환매 중단의 영향이 크다. 라임이 운용하는 1조3000억원 규모의 펀드 상환이 최대 5년간 중단될 수도 있어서다. 자산가들이 고수익을 올리기 위해 규제 장벽이 낮은 사모펀드에 투자했다가 손실 위기에 놓였다고 보기엔 피해 규모와 여파가 상당할 수도 있어서다.
 
금감원이 중점적으로 들여다볼 것은 사모펀드의 유동성이다. 자산운용사는 일반적으로 펀드 환매 요구에 대비해 자금을 확보해두는 방식으로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문제가 된 라임자산운용의 펀드에는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와 같은 주식과 채권의 중간 형태인 ‘메자닌’ 자산이 주로 편입돼 있다. CB와 BW는 주가가 올랐을 때 주식으로 전환하거나 새 주식을 매입해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 하지만 주가가 발행 당시 결정한 전환가격 이상으로 하락할 때는 속절없이 만기를 기다려야 한다.
 
라임자산운용의 환매 중단 사태도 투자한 자산이 국내외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으로 유동화하는 게 쉽지 않은 데다 DLF 사태 등의 영향으로 환매까지 몰리면서 유동성 위기에 빠지며 발생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라임자산운용이 주로 투자한 사모사채나 CB 등은 만기가 정해져 있는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언제든지 환매가 가능한 개방형 상품으로 판매한 게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우선 파생형과 증권형 위주로 점검에 나선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17일 기준 1만1255개의 사모펀드 순자산은 402조6557억원에 이른다. 이중 주식 등에 투자하는 증권형 사모펀드(3611개)의 순자산이 129조8695억원으로 32%를 차지한다. 파생형(1866개) 상품은 32조4036억원이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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