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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 뛰어난 메탄올, 수소경제 로드맵에 왜 빠졌나”

중앙일보 2019.10.21 00:02 경제 3면 지면보기
가온셀이 제작한 수소 연료전지 스쿠터. 이 장비는 수소 가스가 아닌 메탄올을 원료로 쓴다. 메탄올을 연료로 쓰면 주행 속도는 느리지만 주행 거리가 길다. [사진 가온셀]

가온셀이 제작한 수소 연료전지 스쿠터. 이 장비는 수소 가스가 아닌 메탄올을 원료로 쓴다. 메탄올을 연료로 쓰면 주행 속도는 느리지만 주행 거리가 길다. [사진 가온셀]

지난 1월, 정부가 수소경제 로드맵을 발표했을 때 한 수소 전문가는 낙담했다. 수소 지게차, 수소 스쿠터, 수소 청소차 등을 만드는 ㈜가온셀의 장성용(59) 대표가 주인공이다. 장 대표는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수소차 개발에 매달렸다.
 

메탄올엔진 특허 보유 장성용 대표
고속주행 필요없는 운송장비엔
비싼 수소가스보다 메탄올 적합
3000원이면 서울~부산 완주
국내 인증규정 없어 수출 걸림돌

그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수소 물질을 얻을 수 있는 루트는 물, 수소가스, 메탄올 세 가지”라며 “로드맵에 수소가스만 언급되고 메탄올이 아예 배제된 건 국가적으로 손해”라고 말했다.
 
장성용 대표

장성용 대표

메탄올과 물을 전기화학 반응 시키면 수소가 생성되는데 이 수소를 산소와 결합하면 전기가 생산된다. 이 전기를 이용해 동력장치를 구동시킬 수 있다. 장 대표는 “(정부가) 메탄올 연료의 장점을 알면 로드맵에 포함했을 것”이라며 “업계의 의견을 두루 묻지 않은 게 아쉽다”고 했다.
 
장 대표에 따르면 메탄올과 수소가스는 특장점이 뚜렷이 대비된다. 수소가스는 고출력이 가능해 고속으로 장거리를 달리는 승용차·상용차 연료로 적합하다. 그러나 하나에 20억~30억원 드는 충전소를 곳곳에 만들어야 한다. 기체이므로 폭발 위험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수소 연료전지 지게차. 이 장비는 수소 가스가 아닌 메탄올을 원료로 쓴다. 메탄올을 연료로 쓰면 주행 속도는 느리지만 주행 거리가 길다. [사진 가온셀]

수소 연료전지 지게차. 이 장비는 수소 가스가 아닌 메탄올을 원료로 쓴다. 메탄올을 연료로 쓰면 주행 속도는 느리지만 주행 거리가 길다. [사진 가온셀]

메탄올 연료는 고속으로 질주하는 데 한계가 있다. 대신 드럼통을 싣고 다니며 언제든 주입할 수 있다. 그는 “스쿠터나 지게차, 카트 등 고속으로 다니지 않는 차량은 메탄올이 더 적합하다”고 했다. 위험물 관리법상 메탄올 순도가 60%만 넘지 않으면 위험물 처리 자격증 없는 일반인도 다룰 수 있다. 폭발 염려도 없다.
 
서울시만 해도 2025년까지 오토바이 10만대를 전기 스쿠터로 교체할 계획이다. 장 대표는 “서울 오토바이는 대부분 생업용이라 하루 200㎞ 이상 운행하는 경우가 많다”며 “전기 스쿠터는 밤새 완전히 충전해도 50㎞ 이상을 가지 못해 생업용으로는 쓸 수가 없다”고 말했다.
 
순도 100%짜리 메탄올 기준으로 3.75L 한 통이면 250㎞를 달린다. 여분 한 통을 더 장착하면 서울~부산도 갈 수 있다. 그는 “메탄올 3.75L의 가격이 1500원”이라며 “3000원으로 부산 갈 연료가 공급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택배 기사 100명이 일하는 회사가 메탄올 공급장치를 설치하는데 1500만원 정도밖에 들지 않는다. 물밖에 배출하지 않아 환경 보호 효과도 뛰어나다.
 
가온셀은 메탄올을 연료로 수소 동력장치를 만드는 분야에서 국내 유일하게 원천 특허를 확보하고 생산까지 하는 업체다. 메탄올 수소차는 아직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되지 않았다. 가온셀의 지게차가 다음 달 전북도에 처음 공급되고, 실내용 카트와 실내용 청소차 등이 내년에 인천공항에 공급될 계획이다.
 
메탄올 수소차의 시장이 걸음마 단계인 건 해외도 마찬가지다. 일본이 간사이 등 5개 공항에 메탄올 지게차를 쓰는 정도다. 기술력은 한국이 한 수 위다. 가온셀의 경쟁사인 독일의 SFC가 같은 분량의 메탄올에서 시간당 800W의 전력을 뽑아낼 때 가온셀 기술로는 2.5KW를 뽑아낼 수 있다.
 
기술력을 확보했지만 가온셀은 해외 진출에 상당한 애를 먹었다. 해외 필드 테스트서  “세계 최고”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국내에 인증 규정이 없어 인증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 수출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최근에야 정부의 인증 안이 만들어졌다.
 
장 대표는 “독일·미국·캐나다·일본·대만 등이 메탄올 수소를 놓고 치열하게 기술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한국의 세계 1등 기술이 미흡한 제도 때문에 성장하지 못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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